간접 경험의 즐거움

<링크> 소통은 없고 욕망만 남은 세상

새 날 2015. 11. 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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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곽지민)은 다른 이들은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기묘한 능력 하나를 가지고 있다. 다름아닌 타인의 머릿속 생각이나 촉감 등 모든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마치 한 사람의 뉴런과 또 다른 사람의 뉴런이 맞닿아 있기라도 한 양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게 되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에는 함정이 도사린다.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순간 온몸으로부터는 묘한 황홀경이 전해져 오며, 이를 시도하면 할수록 마치 마약처럼 쉽게 중독된다는 사실이다.

 

재현(류덕환)은 생사를 오가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동생이 언젠간 깨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부여 안은 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여동생의 사망 소식을 접한 그는 그나마 남아 있던 작은 희망의 끈마저 놓아 버리려 시도한다. 이후 극도의 방황을 일삼던 재현, 다행히 학교 선배(김영재)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 온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학원의 강사 자리를 마련해 주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온정을 베푼 것이다.  

 

 

이후 재현은 그 학원에서 수정을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만나게 된다. 무언가 묘한 분위기의 그녀다. 수정은 앞서 언급했던 그 특이한 능력을 이용하여 재현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수정의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는 깜짝 놀랄 만한 사상 초유의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재현은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부지불식간 수정에게 빠져드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좋은 각본도 그렇거니와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은 듯한데 그에 비해 연출력이 미흡하게 다가오는 탓이다. 본격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이래 우린 무수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온라인상에서 말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여건상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온라인에서는 복잡한 절차 없이 단 몇 차례의 마우스 클릭이나 스크린 터치만으로도 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덕분에 너나 할 것 없이 이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외롭다며 하소연들이다. 21세기 들어서며 쓰임새가 가장 높은 단어 중 하나는 아마도 '소통'일 듯싶고, 또한 모두가 질세라 이에 몰두하고 있는 지경인데 도대체 왜 외롭다고들 하는 걸까? 물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밥을 먹거나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우린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휴대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각자 할 일만을 하고 있는 기묘한 현상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즉 온라인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그의 반대급부로 실제의 삶인 오프라인상에선 갈수록 접촉과 대화가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타인과의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는 이 작품에서의 '링크'란, 이렇듯 외견상 수많은 소통 속에서 살아가는 듯 보이는 현대인들이 정작 현실의 삶 속에선 또 다른 소통과 관계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도구이자 욕망의 상징물로 쓰인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중독이 될 정도로, 아니 심지어 목숨까지 스스로 끊어야 할 만큼 소통을 갈망하는 것인지, 영화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부쩍 늘어난 소통량에 비해 갈수록 외로워지고 있는 우리의 기막힌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들의 처지, 아울러 마치 중독되기라도 한 양 소통에 미칠 듯 몰두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빠져드는 외로움에 몸둘 바를 몰라해 하는 현대인들의 무미건조한 삶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이란 욕망이 그의 동력이고, 부인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사슬처럼 얽히고 설킨 먹이 피라미드 관계 하에 놓여져 있음을 말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다소 산만한 데다 단순한 흐름 때문에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그나마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앞서의 장면들에 대한 개연성의 조각이 하나 둘 모이며 퍼즐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고, 점차 하나의 얼개로 짜깁기가 완성되어가는 순간 높은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각본을 조금 더 가다듬고, 예산을 더 투입했더라면 꽤나 괜찮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감독  우디 한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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