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인간다움 회복을 위한 마침표

새 날 2015. 11. 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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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니스(제니퍼 로렌스)는 두 차례의 목숨을 건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은 특급 여전사다. 반군 세력의 대통령인 코인(줄리안 무어)은 캣니스가 모킹제이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마쳤다고 판단한 듯 그녀에게 더 이상의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캣니스는 이번 전쟁을 끝마치기 위해선 반드시 스노우 대통령의 목숨을 앗아야 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 때문에 코인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최전방 부대에 자진 합류를 결정했던 그녀다.

 

미디어를 활용한 선전전을 목표로, 복스 대장(메이허샬라 알리)과 게일(리암 헴스워스) 그리고 모킹제이인 캣니스 등의 정예요원으로 꾸려진 팀 하나가 탄생하게 되고, 이들은 캐피톨을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예상했던 대로 캐피톨로 진입하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도심 곳곳엔 상상 초월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료 일부가 희생되고, 이를 뒤로 한 채 캣니스와 게일은 캐피톨의 대통령궁을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데...

 

 

지난 2012년 '판엠의 불꽃'으로 첫선을 보인 헝거게임 시리즈물의 완결판이다. 독재체제 하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식민지의 각 구역에서 뽑혀 온 소년 및 소녀가 서로를 죽고 죽인다는 충격적인 게임 설정과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담긴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이 인기를 끌며 영화화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3년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바 있다.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1편과 2편이 전 세계 42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모킹제이 파트1은 지난해 북미 박스오피스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과 미국 최고 수익률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헝거게임은 이렇듯 대중들의 엄청난 흥미와 관심을 집중시켰던 시리즈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모킹제이 파트1이 미국에서의 대성공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번 작품을 위한 담금질 내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혹평 덕분에 전작에 비해 기대감을 많이 떨어뜨렸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는 모킹제이 파트1을 통해 느꼈던 대중들의 실망감을 과연 어떻게,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가장 커다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전반부에서는 전작의 지루함을 이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주인공 캣니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역할 덕분에 답답함마저 느껴야  했다. 다행히 중반 이후 도심속 전투 장면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긴장감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스노우가 도심 곳곳에 파놓은 함정의 위력은 치명적이면서도 가공할 만하다. 특히 정교하게 짜맞춰지기라도 한 양 미래의 도심을 연상케 하는 건물 한복판에서의 검은 오일 쓰나미 덮쳐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감독이 이러한 장소를 찾기 위해 꽤나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과거와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는 흔치 않은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 등을 헤집은 채 현지를 배경으로 한 촬영이 이뤄졌으며, 일부 장면은 폐허가 된 러시아의 군부대가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단다. 아마도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던 캐피톨의 도심 장면이나 폐허로 변해 버린 일부 장소는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탄생하지 않았는가 싶다.

 

동일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지만, 같은 반군 내에서도 이를 이뤄가는 과정에 대한 판단은 서로가 판이하다.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폭격만이 독재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측의 주장과 목표가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절대로 민간인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측 주장의 대립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영화는 스노우가 펼치는 독재체제와 그 아래에서 신음하는 대중을 그리는 단순 구도가 아닌, 어느덧 대중들 사이에서 마저도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치관의 문제를 동시에 그려나간다.

 

 

상대방을 반드시 죽여야만 살 수 있는 헝거게임이라는 끔찍한 사지로 내몰린 충격적인 상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방식으로 또 다시 헝거게임을 끄집어내는 장면은,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흔히 접해 온 테러 등의 폭력 행위에 또 다시 폭력 행위로 응징하는 악순환의 고리 및 논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싶어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캣니스를 사이에 두고 피타와 게일간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는 러브 라인은 다른 영화들에서는 다분히 양념 요소로 작용할 법 하겠으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 만큼은 감독이 내비치는 세계관 내지 철학과 맞닿아 있어 결코 가볍게 바라볼 사안은 아니다.

 

식민 체제의 폭압을 뚫고 대중들이 스스로 반군이 되어 혁명을 꿈꾸었던 건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보았음이리라. 즉 누군가의 강요와 굴종에 의한 삶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꿈 따위 말이다. 이 과정에서 혹여 목숨을 잃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적어도 저항해 온 짧디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스스로의 삶을 살았노라는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스노우 대통령 일당과 같은 나쁜 집권세력의 공통점을 꼽자면, 물론 영화에서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건 무척 가슴 아픈 일이다, 통치 수단의 한 방편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갈등을 야기시켜 서로가 서로를 헐뜯거나 싸움질을 하게끔 만든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데다 권력집단을 향한 치열한 저항 정신을 드러내고 있어 외양상 매우 차가운 성격의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본질은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캣니스가 캐피톨에 맞서며 그동안 했었을 치열한 고민과 마지막 헝거게임에 스스로의 참여를 결정하며 선택했던 행동으로부터는 지극히 인간적인 온기마저 전해져 온다. 이번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세계관이나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없이 따뜻하다. 전편인 모킹제이 파트1을 관람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작품을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이다. 아울러 난 캣니스 그녀가 결정한 사랑과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한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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