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드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보신탕이오”라는 답변이 오간다. 복날 풍경이 아니다. 어제 송년회식에 참석한 한 회원의 음식 주문 광경이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는데, 보신탕이 선택지로 등장하게 될 줄은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우리 모임은 특성상 남녀의 성별 비율이 비슷했고 연령대가 다양했다. 단순한 친목 목적이 아닌 협업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다듬고 유지해온 모임이다. 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남성 회원 두 분이 보신탕을 주문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엔 어디서건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집단의 그림자에 가려져왔던 개별성에 비로소 햇볕이 들고 이를 인정받는 셈이니, 이러한 환경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