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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매 순간을 긍정의 에너지로

얼마 전 위암 4기를 앓고 있다는 한 동화작가를 TV 방송을 통해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얼굴이 워낙 앳된 데다 시종일관 밝게 웃고 있던 터라 그녀가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라는 사실이, 그것도 암 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단계인 4기에 이르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 씩씩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싫거나 힘든 기색 하나 없이 3살가량의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있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와 동화 창작 작업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암은 모든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엄청난 기술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일본인 의사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혹시 암에 걸린 게 아닐까 두려워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

그냥 저냥 2019.12.21

평등과 공정의 가치 '세상을 바꾼 변호인'

1950년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루스 긴즈버그(펠리시티 존스)는 몇 안 되는 여학생 가운데 한 명이다. 전체 학생 중 당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그녀는 남편 마틴 긴즈버그(아미 해머)의 병구완과 두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야 했던 상황, 이렇듯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워낙 영특한 두뇌를 소유한 데다 특유의 성실함 덕분에 그녀의 성적은 언제나 월등했다. 당시 그녀가 몸소 느끼던 남녀 차별의 부조리함은 법학 공부를 깊이 파고 들수록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 차별을 없애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냉혹한 현실은 그녀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었다.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자타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변호사가 되기 위..

송년회식 때 보신탕이요? 아무려면 어때요, 하지만

“무얼 드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보신탕이오”라는 답변이 오간다. 복날 풍경이 아니다. 어제 송년회식에 참석한 한 회원의 음식 주문 광경이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는데, 보신탕이 선택지로 등장하게 될 줄은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우리 모임은 특성상 남녀의 성별 비율이 비슷했고 연령대가 다양했다. 단순한 친목 목적이 아닌 협업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다듬고 유지해온 모임이다. 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남성 회원 두 분이 보신탕을 주문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엔 어디서건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집단의 그림자에 가려져왔던 개별성에 비로소 햇볕이 들고 이를 인정받는 셈이니, 이러한 환경이 ..

그냥 저냥 2019.12.19

'라떼는 말이야' 꼰대 광풍이 우려스러운 이유

‘라떼는 말이야’ 입 밖으로 말을 끄집어낼 때마다 ‘나 때는 어땠는데..’ 라는 식의 표현을 일삼는, 이른바 ‘꼰대’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꼰대란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나이 많은 부류’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 서열주의, 특권의식 등을 비틀어 부르는 단어다. 반겨할 만한 소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꼰대라는 단어가 우리만의 울타리를 넘어 어느덧 해외로까지 진출했다. 비록 좋은 의미는 아니더라도 ‘재벌(chaebol)’과 ‘갑질(gapjil)’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식 표현의 세계화에 일조한 셈이니 쾌거라면 쾌거라 할 수 있겠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지난 9월 23일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대..

그냥 저냥 2019.12.18

조금 특별한 건배사? 이런 건 어떨까

또 다시 돌아온 연말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각별하다. 2010년대를 마감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각 매체에서도 지난 1년뿐 아니라 10년 동안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다루며 과거를 복기하고 있다. 이 즈음이면 또 다시 한 해를 보냈다는 아쉬운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바빠지기도 하지만, 직장이나 친목 모임 등 각종 연말 술자리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라 몸도 덩달아 바빠진다. 연말 술자리 하면 으레 따라붙는 게 있다. 다름 아닌 건배사다. 건배사는 과거 중세시대에 술잔을 부딪쳐 쨍하는 소리를 내야 마귀를 쫓을 수 있다며 의식처럼 행해진 데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로마시대에 상대방의 술에 독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 때문에 건배 행위를 통해 술잔을 서로 부딪치고 이를 통해 자..

그냥 저냥 2019.12.17

내가 전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이유

며칠 전의 일이다. 전철역에 있는 무인 도서 대여 기계를 이용하여 책을 빌리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이미 책 세 권을 담아둔 상태였고, 한 권을 더 빌리기 위해 스크린을 이용하여 검색하던 찰나였다. 20대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내게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도서 반납 시간이 임박해서 그러는데 자신의 책을 먼저 반납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도서 대여 절차가 거의 끝나가는 순간,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먼저 처리하겠노라는 속내를 떳떳이 밝힌 이 여성의 발칙한(?) 행동엔 주저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당당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내 쪽이었다. 나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도서 대여 절차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하던 작업을 계속해서 마무리해야 하는지, 정확히 10초 ..

그냥 저냥 2019.12.16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유튜브 CEO의 역설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심지어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전통 산업과의 갈등마저 야기할 만큼 큰 파장을 낳고 있는 데엔 뜻밖의 이유가 숨어 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애초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마치 게임을 즐기듯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 차량 공유사업을 고안하였다고 한다. 그의 의도는 정확하게 적중,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호응해 오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터치하고, 이것이 현실 세계인 오프라인과 연결되어 실제로 차량이 자신 앞에 도착하게 되는 방식인데, 이는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에도 게임을 즐기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평소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이에 거부감이 없는 세대들은 일상생활조차 게임을 즐기듯 빠져..

기계치란 말야 2019.12.14

시속 30km의 폭풍 드리블로 완성한 손흥민 인생골

멀리 영국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손흥민에겐 인생골이라 할 만한 멋진 골이 터진 것이다. 8일(한국시각)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홈경기에서다. 기적 같은 일은 전반 32분쯤 일어났다. 토트넘 골 에이리어 근처에서 번리 공격수의 발을 맞고 튀어나온 공이 뒤에 서 있던 손흥민에게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심지어 손흥민 본인조차도, 이 공이 오직 한 사람에 의해 직접 골로 완성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평소처럼 동료에게 이를 패스하려는 듯 주변을 부지런히 살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그의 주변을 촘촘히 에워싸며 시야를 방해했다. 그는 주춤주춤하다가 패스를 체념한 듯 갑자기 드리블하기 시작했다. 순간 상대 수..

그냥 저냥 2019.12.08

전세 사기, 대책은 없나

빌라 수백 채를 보유한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집주인당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양산됐다. 이들 피해 세입자의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다. 삶의 새로운 출발선에서 저마다 가꿔온 크고 작은 꿈을 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끔찍한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끝나지 않은 전세 사기’ 편에서는 올 한 해 유난히 극성을 부린 전세 사기 사건과 그 이후의 변화된 모습을 짚어보고, 세입자를 보호할 제도적 보완책은 없는지에 대해 취재했다. 경기도의 한 다가구주택. 취재진이 변호사와 함께 이곳에 사는 한 세입자를 찾았다. 건물은 이미 경매 절차에 들어간 뒤다. 피해 세입자는 집..

생각의 편린들 2019.12.07

걷기 운동을 통해 터득한 작은 지혜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발생, 뛰지 못한 지 벌써 8개월째다. 그동안 뛰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기 운동에 집중했다. 더불어 병원 치료도 병행했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그리고 인대를 강화하는 주사 처방까지, 다양한 형태로 치료해왔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만으로는 염증이 가시지 않던 상황이라 지난 9월부터는 병원을 아예 바꿔 인대 강화 주사 처방을 받기도 했다. 한 달 여에 이르는 새로운 치료기간이 끝나자 그동안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던 염증이 거짓말 같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온전한 쪽의 발처럼 완벽하게 치유가 됐다고는 볼 수 없다. 여기서 완벽한 치유라 함은, 염증 등 불편함이 없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내 오른쪽 발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킬..

그냥 저냥 2019.12.06

정의냐 국가안보냐, 이 여인의 선택 '오피셜 시크릿'

영국 정보부에서 근무하는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 그녀는 도청을 통해 전 세계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임박한 어느 날, 그녀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일급 기밀 내용이 담긴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UN의 찬성표가 다급해진 미국이 이를 관철하고자 몇몇 국가의 불법 도청을 영국 정부에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불법이며 이로 인한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노라는 개인적 신념을 견지해온 캐서린 건. 그녀는 직무 관련 책임과 양심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과 평소 친분이 깊었던 한 반전 운동가에게 해당 내용을..

서서히 저무는 원조 터미네이터의 시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다가올 미래,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 된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기계 진영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보다 진화한 병기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를 투입시킵니다. 대니를 보호하기 위해 이에 맞서 미래로부터 찾아온 반인반사이보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사활을 건 두 진영 간의 본격적인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이후 4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터미네이터.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원조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출연, 그리고 전작인 터미네이터1과 2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룬의 제작 참여로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터미네이터1과 2를 오마주한 장면이 다수 등장합니..

'제시카송' 열풍, 영화 기생충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영화 ‘기생충’이 북미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배우 박소담이 부른 이른바 ‘제시카송’이 북미 관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이라고 하니 왠지 더욱 반갑다. 제시카송은 기정(박소담)과 기우(최우식) 남매가 박사장(이선균)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 바로 전, 그들이 창조한 허구의 인물인 제시카의 프로필을 암기하기 위해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하여 다음과 같이 부른 단 6초짜리 노래다.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현재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노래를 패러디한 안무와 리믹스 버전 그리고 악보까지 등장하는 등 ‘제시카 징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터넷 밈화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인기 덕분인지 미국의 일..

생각의 편린들 2019.11.14

'스팀잇'의 위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한 가지

네이버블로그 등 대부분의 글쓰기 플랫폼은 전적으로 중앙에서 이용자의 포스팅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큐레이션 역할을 하는 편집진 혹은 운영진이 새롭게 올라오는 포스팅을 일일이 확인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노출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운영 취지에서 벗어난 글을 블라인딩 처리하거나 삭제하는 역할도 물론 모두 이들의 몫입니다. 이들에 의해 플랫폼 운영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셈이니 중앙의 권한과 통제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뛰어나고 호소력이 짙은 글인들 선택을 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는 개개인의 블로그 트래픽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블로그 이용..

기계치란 말야 2019.11.13

'손흥민은 이기적이다'라는 대런 벤트의 주장, 얼토당토않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했던 전 공격수 대런 벤트가 손흥민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영국의 스퍼스 웹은 11일(한국시간) "대니 로즈가 이기적인 동료 손흥민 때문에 실력이 묻히고 있다“며 2009년까지 토트넘에서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대런 벤트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요. 지난 10일 열린 셰필드와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대런 벤트는 손흥민의 팀 동료인 수비수 대니 로즈에 대해 "내가 대니 로즈라면, 손흥민 때문에 좌절했을 것 같다. 로즈가 오버래핑해서 올라왔을 때 손흥민과 동선이 겹친다. 손흥민은 패스하지 않고 슛을 쏜다. 너무 탐욕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런 벤트의 주장은 어느 누가 봐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우선 그가 언급한 토트넘..

그냥 저냥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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