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산책은 늘 즐겁다

새 날 2020. 1. 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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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또 바뀌었다. 눈 깜짝할 새다.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정확히 비례한다더니 정말 그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광석화와 같다. 오랜 풍화작용에 의해 돌의 거친 표면이 점차 부식되고 무뎌지는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말랑말랑하던 나의 감정도 딱딱하게 경화된 탓인지 이젠 해 바뀜 현상마저도 별 감흥이 없다. 언젠가부터 새해맞이 이벤트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왠지 더욱 애착 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책이다. 하루 24시간 중 오롯이 혼자서 걷고, 혼자서 생각하는 바로 그 시간이 내겐 점점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루를 갈무리하는 데 있어 산책만큼 효율적인 건 없는 것 같다. 산책은 그 자체로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는 데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도 특효약이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나타날 법한 각종 증상을 기가 막히게 완화시킨다. 



오롯이 혼자서 하는 산책은 주변을 의식하며 경쟁적으로 걸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 열심히 걷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걸음을 유지하면 그만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그저 무심히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는 마법과 만나게 된다. 좋지 않았던 감정이 가라앉고 누그러지는 기적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니 하루 중 적어도 한 시간가량을 길 위에 투자하여 찬바람에 맞서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보면 털어내야 할 것들을 과감히 정리하게 되고, 또한 간직해야 할 것들을 정성스레 다듬어 깊숙한 곳에 보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 보 걷기 실천 습관을 이야기하곤 한다. 좋은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해야 하는 건 비단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만 보일까? 여기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만 보를 거리로 환산할 경우 평균적으로 대략 7~8킬로미터쯤 된다. 이는 성인의 약간 빠른 걸음으로 1시간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하루에 적어도 만 보는 걸어야 300㎉가량의 잉여 열량이 소모되고,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거나 격해진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그러니까 걷거나 뛸 때에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던 것들도 나름의 체계를 잡아가며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해가 지날수록 산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지난해엔 왼쪽 발의 아킬레스건이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이로 인한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2020년 올해엔 아쉽게도 오로지 걷기에만 주력해야 할 것 같다. 아픈 부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산책로 주변은 완연한 겨울이다. 한동안은 시린 바람과 거칠게 맞서 싸워야할 것 같다. 그래도 산책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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