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시속 30km의 폭풍 드리블로 완성한 손흥민 인생골

새 날 2019. 12. 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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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영국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손흥민에겐 인생골이라 할 만한 멋진 골이 터진 것이다. 8일(한국시각)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홈경기에서다. 기적 같은 일은 전반 32분쯤 일어났다. 토트넘 골 에이리어 근처에서 번리 공격수의 발을 맞고 튀어나온 공이 뒤에 서 있던 손흥민에게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심지어 손흥민 본인조차도, 이 공이 오직 한 사람에 의해 직접 골로 완성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평소처럼 동료에게 이를 패스하려는 듯 주변을 부지런히 살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상대 수비수들이 그의 주변을 촘촘히 에워싸며 시야를 방해했다. 그는 주춤주춤하다가 패스를 체념한 듯 갑자기 드리블하기 시작했다. 순간 상대 수비수 4명이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는 손흥민을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프 라인을 넘어서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은 손흥민.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싶었다. 신들린 듯한 그의 질주 본능은 설마 설마 하며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일거에 폭발한다. 손흥민은 그의 폭주를 제지하려던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상대 진영 골 에이리어 부근에서 또 다른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고 골문 앞으로 쇄도, 기어이 골을 넣고 만다. 



골키퍼는 손을 쓸 수 없었으며, 상대 팀 선수들은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은 일제히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수비수 7명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70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홀로 질주하여 만들어낸 멋진 골이었으니, 이러한 반응은 지극히 당연했다. 당시 손흥민의 질주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토트넘홋스퍼 홈


골을 넣은 뒤 양손을 활짝 펴들고 환호하는 팬들 앞으로 달려가던 손흥민의 모습은 하늘을 향해 막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우아한 새를 연상케 했다. 이윽고 무릎을 꿇은 채 포효하는 손흥민, 월드클래스의 위엄은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걸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려는 듯했다. 


경기 후 손흥민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을 MOM으로 선정하였으며,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그에게 9.3이라는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영국 축구의 전설이자 해설자로 일하는 ‘개리 리네커’는 손흥민의 원더골을 향해 "올해의 골"이라며 극찬했고, 영국 ‘BBC’는 "손흥민은 자신의 진영에서 상대 선수를 한 명, 두 명, 세 명 연달아 제친 다음 환상적인 골을 넣었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했다.



토트넘홋스퍼 사이트 메인에는 손흥민의 원더골 완성 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게재, 팬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국내에서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하루종일 ‘국뽕’ ‘손뽕’에 취해 좋다며 손흥민의 놀라운 기량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한껏 치켜 올렸다.


이날의 멋진 장면 연출은 손흥민의 기량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얼마든 반칙의 유혹이 있었을 법한 데도 이를 물리치고 끝까지 페어플레이를 펼친 번리 선수들의 도움 덕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만큼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혹여 상대 팀 수비수가 골을 막기 위한 요량으로 교묘한 반칙이라도 범했더라면 인생골은커녕 전력 질주 탓에 자칫 부상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로 다행스러운 건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덕분에 손흥민 선수가 인생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정말로 굉장하고 근사한 일들 대부분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냈다기보다 주변에 있는 모든 자원과 요소의 도움이 더해질 때에야 비로소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손흥민이 국가대표 선수로 뛸 때보다 토트넘홋스퍼에 소속되어 경기에 임할 때 월등한 기량과 실력을 뽐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이 아닐까? 


손흥민의 인생골은 결국 그 스스로의 노력, 그의 기량을 온전히 끌어낼 줄 아는 감독의 용병술,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동료들, 그리고 상대팀의 페어플레이처럼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멋진 작품이었던 셈이다. 


이번 인생골로 손흥민을 향한 월드 클래스 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월등한 그의 기량은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도 남는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 앞으로도 멋진 활약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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