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문득 찾아 온 글쓰기 공포,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새 날 2019. 11.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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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블로그.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제가 작성한 글이 블로그 운영진에 의해 채택되어 포털 등에 노출되면서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이는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하루에 고작 수백 명이 찾던 공간이었는데, 많게는 수만 명이 동시에 방문하는 기적이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몇 차례 비슷한 일을 겪어 오면서 저는 차츰 블로그 운영진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실제로 글이 채택되는 사례가 더 빈번해졌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저는 더더욱 이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성을 다해 작성한 제 글이 운영진들에 의해 채택이 되지 않는 날이면 괜스레 의기소침해지거나 때로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분노의 감정 따위가 치솟곤 했습니다. 물론 그러다가도 다음날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묵묵히 글을 써내려갔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블로그 운영진의 글 채택 여부에 따라 저의 마음은 냉탕과 온탕을 무수히 오고갔습니다. 



블로그 세계에 발을 담근 지 어느덧 6년 남짓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블로그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해왔습니다. 부침을 거듭해 온 것입니다. 블로거들에게 우호적인 방향이라기보다 갈수록 척박한 환경으로 변모해왔습니다. 포털 등에 노출되는 기회도 시간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 시장에서 영상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텍스트 기반의 블로그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최근 글 쓰는 일이 두려워졌습니다. 한때는 거의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쓸 정도로 열성적으로 매달린 적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글 쓰는 일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글 쓰는 일이 왠지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는 창작의 고통과는 결이 사뭇 다른 지점입니다. 누군가가 저의 글을 보며 평가한다는 자체도 이제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차츰 높아져가던 자기검열의 잣대가 더욱 치솟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점점 늘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손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내려놓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한두 번 이렇게 하자 그 이후로는 글을 쓰는 작업이 제 손에서 시나브로 멀어져갔습니다.


ⓒpixabay


왜 그런 것인지 스스로 진단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당시의 초심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매달려왔던 듯싶습니다. 저 스스로 만족하며 글을 쓰기보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게 작용했던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제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남이 원하는 방향의 글로 제 블로그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 온 경향이 작지 않습니다. 


블로그 환경이 블로거들에게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치닫다 보니 과거처럼 글을 쓰게 하는 유인이 대폭 줄어든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실제로 많은 블로거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아예 블로그 세계를 자발적으로 떠났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견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 쓰는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고, 인정욕구에 매달리던 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점점 더 글쓰기를 멀리하게 된 것입니다.



블로그는 온전히 저를 위한 공간이며, 때문에 저 스스로가 채워가야 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정욕구에 눈이 멀어 본의 아니게 초심으로부터 멀찍이 벗어난 저는 마치 타인의 것인 양 이를 다루고 또한 그렇게 행동해 온 경향이 큽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그들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사사로운 욕심 없이, 제가 그저 쓰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이를 차분히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써내려가야겠습니다. 이 방법만이 작금의 글쓰기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다시금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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