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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오전에 가끔씩 흩뿌리던 눈발이 오후에 접어들면서 한층 거친 형태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비가 아니라 다행입니다만, 어쨌든 궂은 날씨 탓에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아주 조금은 우려스러웠던 대목입니다. 때문에 적어도 이날만큼은 반드시 행사에 참여해야겠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의무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5차 민중총궐기 대회' 현장인 광화문 광장으로 가는 길, 세차게 흩뿌리던 눈발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주변을 살펴 보니 청와대로의 시민 행진이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행진 대오를 막 갖추기 시작했고,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아직은 활동하는 데 있어 공간적 제약은 없었습니다만, 궂은 날씨와 낮은 기온..

그냥 저냥 2016.11.27

웃음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형'

사기죄로 구속되어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고두식(조정석)은 유도 시합 중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을 완전히 잃은 이복동생 고두영(도경수)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가석방된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는 법관과 교도관 앞에서 가짜 눈물쇼를 선보인다. 이 눈물 나는 연기(?) 덕분에 그에겐 1년이라는 달콤한 자유시간이 허락된다. 물론 두식에게 있어 동생 일 따위는 애초 안중에도 없었으며, 순전히 형무소에서 빠져나올 요량으로 벌인 일종의 꼼수였다. 사기 기질 하나는 정말 제대로 타고난 그다. 두식의 진짜 관심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출소하자마자 동생 명의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값비싼 외제차부터 뽑은 그였다. 이쯤되면 두식의 진짜 속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대충 알 것도 같다. 과거 전..

시간의 유한성, 그로 인해 더욱 가치 있는 삶 '열두살 샘'

샘(로비 케이)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12살 소년이다. 물론 백혈병에 걸렸다고 하여 모두가 바로 생명을 잃는 건 아니다. 백혈병 환자의 다수는 완치된 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렇지 못하다. 샘은 후자에 속하니 지독히도 운이 없는 편이다. 결국 병원 측도 치료 중단을 선언해 온다. 덕분에 샘은 끔찍했던 병원을 벗어나 간절히 원하던 가정에서의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비록 시한부의 삶이긴 하지만 말이다. 샘에겐 소아병동에서 만나 함께 투병해 온 펠릭스(알렉스 에텔)라 불리는 절친이 있다. 둘은 시한부 삶이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이이다. 샘은 죽게 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느날 문득 깨닫는다. 자신과 관련한 기록 하나쯤은 왠지 세상에 남겨 놓아야 ..

언론의 통렬한 자기 반성,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울에서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던 지난 12일 오후 늦은 시각, 종각 부근에서는 언론노조 소속으로 보이는 한 집회 참가자가 마이크를 잡은 채 "19일 방영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많이 시청해 달라"며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알려진 바 없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과 관련한 취재 내용이 해당 방송에 담겨질 것이라는 예고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방송 전부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비밀을 밝히고, 비선 실세 국정 농단 파문과 세월호 7시간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해당 방송은 촛불 민심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온통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습니다. 19일 드디어 그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이날은 전국 각지에서 '박..

그냥 저냥 2016.11.20

자전거 운전자가 왜 '자라니'로 불려야 하나요

자전거 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천만 대를 넘어 주요한 교통 레저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셈인데요.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대수는 지난해 기준 1022만 대로 조사됐으며, 올해엔 12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 보면 약 400만 대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자전거는 법상 차량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까닭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근래 자전거와 관련하여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하나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자라니'입니다. 이는 '자전거'와 '고라니'의 합성어인데요. 뜬금없이 왜 이러한 표현이 등장하게 된 걸까요? 차량 운전자들..

생각의 편린들 2016.11.19

세월의 흔적이 전하는 잔잔한 감동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시 지역에서 살다 보면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하여 10년 전후가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사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인들 안 그럴까 싶습니다. 10년을 주기로 우리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연령대를 관통하며 속앓이를 하곤 합니다. 나이에 해당하는 숫자의 일의 자리가 0으로 변모할 때마다 아무리 외면하고 그로부터 뿌리치려 해도 몸과 마음은 해당 연령대에 맞춰지며 저절로 최적화되어가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10년 세월의 네 곱절인 40년이란 시간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물론 우주적 관점으로 본다면 찰나에도 못미치는 아주 미미한 수치이겠지만, 우리 인간들에겐 길다..

그냥 저냥 2016.11.17

교복 착용한 앳된 학생들, 왜 거리로 나섰나

11월 17일은 수험생뿐 아니라 온 국민이 이를 함께 치른다는 대학수학능력평가일이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할 만큼 모든 이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 온 범 국가적인 연중 행사 중 하나이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우리 주변에 적어도 한 둘은 있기 마련일 테니 주위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나라고 하여 예외일 순 없다. 시험을 치를 조카 녀석에게 합격 기원을 빌며 작은 떡 하나를 사서 안겼다. 그런데 녀석은 큰 시험을 앞둔 시점이라 가뜩이나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 입장이거늘, 최근 나라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비선실세 게이트의 여파로 인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눈치였다. 염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방에서 '이게 나라냐'란 조소에 이은, '이게 ..

생각의 편린들 2016.11.16

'새날이 올거야'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합니다. 13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초대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갖고 있으니 괜시리 짐만 되더군요. 모두 털고 가려 합니다. 혹시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아래 댓글창에 비밀글로 이메일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확인 후 선착순 형태로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저냥 2016.11.16

노무현, 그가 남긴 소중한 자산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장준하 선생과 함께 유신헌법개헌청원백만인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김희로 시인의 둘째 아들 김원명 작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찾아나서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과 나레이션을 맡았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 수 명이 포장마차에서, 혹은 팟캐스트 녹음실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과거를 되짚는다. 이들이 과거를 떠올리며 북받쳐오르는 설움과 안타까움에 그만 눈물을 훔치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은 관객들마저 숙연케 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길래 그의 부재가 이토록 사무치게 다가오는 걸까? 다큐멘터리 장르의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과연 무얼까? 노무현 대통령의 과..

상식적인 사회로의 복원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

12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종로3가 부근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차도 위로는 차량이, 보도 위로는 사람이 가득 들어찬 채 각기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난 친구와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현재는 자본에 의해 그 판도가 모두 뒤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종로3가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있어 가장 인기 높은 장소 중 하나였다. 서울,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이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웅을 겨루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극장만이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단성사는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피카디리는 앞서 언급한 자본에 의해 흡수되는 비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각이 4시 가량이었다. 길어 봐야 불과 두 시간 남짓이..

생각의 편린들 201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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