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교복 착용한 앳된 학생들, 왜 거리로 나섰나

새 날 2016. 11. 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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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은 수험생뿐 아니라 온 국민이 이를 함께 치른다는 대학수학능력평가일이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할 만큼 모든 이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 온 범 국가적인 연중 행사 중 하나이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우리 주변에 적어도 한 둘은 있기 마련일 테니 주위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나라고 하여 예외일 순 없다. 


시험을 치를 조카 녀석에게 합격 기원을 빌며 작은 떡 하나를 사서 안겼다. 그런데 녀석은 큰 시험을 앞둔 시점이라 가뜩이나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 입장이거늘, 최근 나라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비선실세 게이트의 여파로 인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눈치였다. 염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


사방에서 '이게 나라냐'란 조소에 이은, '이게 학교냐'란 아우성이 빗발친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최근 열심히 공부하여 수능 잘 치르면 뭐하냐 라는 식의 자포자기적 심정을 호소하는 이른바 '순실증'이 유행이라고 한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자대학교와 청담고등학교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권력을 등에 업은 채 엄청난 특혜를 받았노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을 단지 아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돈 없고 배경 부족한 부모 입장에선 나라꼴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데 대한 일말의 책임감과 함께 중의적인 의미에서 아이들의 얼굴 보기가 난처하거나 민망해지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에게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이 대해주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텐데, 능력이 부족하여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응당 갖춰야 할 것들을 갖추지 못해 아이에게 전가될 피해가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부모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간에서 떠돌던 이러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이른바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고교 시절 출결과 성적 관리 등에서 비정상적이고 광범위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정씨는 가장 근간이 돼야 할 학교 교육의 기본 틀을 무시한 채 규정을 어기고 대회 출전 등을 빌미로 제멋대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거나 교과우수상까지 낚아채는 등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으로 볼 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행사하며 함께 공부해 온 동료들을,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을, 철저하게 농락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성적 처리도 모두 엉터리로 이뤄졌단다. 이쯤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표현한 것처럼 국정 농단에 이은 교육 농단이 아닐 수 없다. 


12일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 ⓒ새날이 올거야


어떠한 영역보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핵심 가치이자 근간이 돼야 할 학교는 정부 수장의 잘못된 국정 운영으로 인해 상식과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불법과 반칙이 난무하고, 상급학교 진학은 물론 사회적 지위마저 특혜에 의해 판가름나는 지극히 불공정한 사회 현실을 목도하며, 우리 아이들은 공부 열심히하면 무엇하는가 라는 가장 근원적인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 민중규탄대회에는 유독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청소년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을 규탄하고 바로잡기 위해 몸소 거리로 나선 것이다. 


공정한 룰 위에서 묵묵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를 돌려달라는 게 우리 아이들의 한결 같은 바람 아닐까? 학습에 몰두하며 꿈과 끼를 갈고 닦아야 할 아이들을 이 차가운 거리로 내몬 건 결국 우리 어른들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만큼은 정의가 물 흐르듯 흐르고,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올곧은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호소해 오는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참에 뒤틀린 사회, 왜곡된 교육체계를 바로 세워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입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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