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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 광장의 다양성과 마주하다

지난 토요일, 볼일을 마친 난 전철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그런데 선릉역 방향의 큰길은 왠지 어수선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아래쪽에서 태극기를 든 일군의 사람들이 내가 있던 방향으로 행진해 오고 있었다. 아마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무리였던 듯싶다. 그러니까 난 본의 아니게 이들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가로질러 지나가야 할 판국이다. 이들의 연령대는 대체로 장년 이상의 어르신들로 가늠된다. 물론 그 이하의 연령대에 속하는 이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시위대를 이끄는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차량이 점점 가까워져옴에 따라 노랫소리가 제법 또렷하게 들린다. 놀랍게도 군가였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행동엔 어느 정도의 일관성이 엿보인다. 양..

생각의 편린들 2017.01.10

선택된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운명 '패신저스'

가까운 미래, 지구는 이미 포화 상태다. 과학기술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을 다른 은하에서 물색, 식민지화해 놓을 정도로 발전했다. 승객 5천 명과 승무원 200여 명을 태우고 '터전2'라 불리는 식민행성으로 향하던 초대형 수송선 '아발론호'는 인류의 꿈과 도전의 상징이었다. 물론 아발론호의 이동 거리와 소요 시간은 만만찮다. 무려 120년이 걸릴 만큼 먼 거리를 운행해야 했다. 때문에 동면 기술을 이용, 아발론호의 탑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동면시킨 채 자동 항법 장치에 의존하여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식이 이에 채용됐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빌려 자동 운항 중이던 이 아발론호의 외부 쉴드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크고 작은 운석들과 충돌하는 일이 빚어진다. 이의 여파로 몇몇 장치..

핀란드 기본소득제 시행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새해 벽두부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유럽의 대표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시행 소식이 단연 돋보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가 지난 1일부터 기본소득제를 시범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실업 수당을 받는 이들 중 무작위로 선발한 2000명에게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핀란드 정부는 2년 동안 이와 같은 기본소득을 시범 지급해본 뒤 이를 국가 정책화하여 확대하겠노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빈곤선 이상의 일정액을 지급하는 새로운 분배체계를 일컫는다.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

생각의 편린들 2017.01.05

우리는 왜 대통령의 세월호 언급에 분노하는가

1월 9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정확히 1000일째다. 하지만 선체 인양은 또 다시 해를 넘긴 상황이고, 9명에 이르는 실종자는 수습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아직도 차디찬 바닷물 속에 깊이 잠겨 있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건 세월호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대목이다. 이에 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노란 리본을 서로 나눠 가지며, 혹은 노란 팔찌를 팔에 끼운 채 절대로 절대로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세월호는 이렇듯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떨쳐내기 어려운 육중한 짐으로 다가오는 데다가 마음 한켠을 아리게 하는 슬픈 주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노란 팔찌에 음각으로 아로새겨진 'Remember 20140416'이..

생각의 편린들 2017.01.04

추억의 '종로서적', 당신의 부활을 환영합니다

청년시절,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는 매번 한결 같았습니다. 지금처럼 카페 문화가 창궐하던 시기도 아니었고, 덕분에 딱히 만날 공간이 여의치 않던 때라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종로서적'이 만남의 장소로는 그야말로 최적의 공간이었습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오거나 상대방이 늦더라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으며, 더 나아가 서로를 원망하는 일 따위도 결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긋난 시간만큼 책 등을 뒤적이며 이를 다른 방식으로 메우거나 승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약속장소로는 더없이 훌륭했던 곳이 다름아닌 이곳 종로서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종각역 종로서적 앞' 하면 당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종로서적의 문화적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당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모양이 독특..

그냥 저냥 2017.01.04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 위기인가 기회인가

2017년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경제 면에 올라오는 글들은 하나 같이 잿빛 투성이다. 우리 경제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소식 일색이다.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소비절벽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더구나 2012년 이래 연속되고 있는 2%대의 저성장 기조와 2015년에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6.1% 감소하면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1958년 이후 58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가 올해부터 직면해야 하는 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3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

생각의 편린들 2017.01.02

새해 소망, 1000만 개의 촛불과 세월호 1000일

2016년 마지막 날, 광장엔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매 주말마다 이곳 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어느덧 10회차에 이르고 있으며, 이날을 기점으로 주최측 추산 연 인원 1천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시민들이 위임해준 권력을 오롯이 사익 추구의 도구로 오남용해온 세력들에게 철퇴를 가하고, 비정상과 몰상식으로 점철된 사회를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되돌려 놓자는 게 바로 촛불을 든 시민들의 한결 같은 염원일 테다. '이게 나라냐'란 분노가 담긴 단순한 구호로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민들의 성숙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형태를 띠어갔다. 어느덧 광장은 집회의 현장이라기보다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직접 나선 시민이나 이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또 다..

생각의 편린들 2017.01.01

적어도 혹한기엔 '학생다움'을 잠시 내려놓자

칼바람이 꽁꽁 여민 옷속을 깊숙이 파고들며 살을 엔다. 몹시도 추운 계절이다. 그런데 이 예사롭지 않은 추위 속에서도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교복 위에 외투를 마음대로 걸치지 못하게 하는 모양이다. 몸을 오들오들 떠는 상황에서도 간혹 외투를 걸치지 않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난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연유 때문에 아이들을 이 혹독한 한파 속에서 추위에 떨도록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이 그 여리디 여린 몸으로 추위까지 오롯이 감내해야 할 만큼 어떤 대단한 명분이 존재하길래, 이 매서운 혹한 속에도 옷 하나 마음대로 걸치지 못하게 하는 걸까? 물론 그와 관련하여 일선 학교도 나름의 고충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외투 규제의 가장 큰 명분은 학생 신분에 어울..

생각의 편린들 2016.12.31

현대인들이 반려견에 빠져드는 이유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1.8%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인구가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흔히 인용돼오곤 하던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라는 구호는 바로 이를 근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근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반려동물 인구가 급팽창하고 있고, 그와 함께 해당 시장의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득이 늘어난 사실이 한 몫 하겠지만, 1인 가구의 급증 및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같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형태의 변모로 인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로 인해 정서적인 결핍을 메우거나 의지하고픈..

미르의 전설 2016.12.30

OST로 곱씹어 본 아름다운 영화 '라라랜드'

영화 '라라랜드'를 관람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여운이 쉽게 가라앉거나 사라지지를 않는다. 스크린 속 무대 위에서 펼쳐지던 두 남녀 주인공의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던 무한 행복감, 화사하고 화려한 색감의 영상미 그리고 청각 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해 오던 즐겁거나 때로는 슬픈 감정의 아름다운 음악, 나의 심장 언저리까지 파고들던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아스라한 감성까지, 이 영화 한 편을 통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무수한 감정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게 한 점은, 작품을 기획하고 연출한 감독이 가히 천재가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과 함께 내겐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행복감을 느꼈던 많은 관객들은 한결 같이 비슷한 감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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