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 위기인가 기회인가

새 날 2017. 1. 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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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경제 면에 올라오는 글들은 하나 같이 잿빛 투성이다. 우리 경제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소식 일색이다.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소비절벽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더구나 2012년 이래 연속되고 있는 2%대의 저성장 기조와 2015년에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6.1% 감소하면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1958년 이후 58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가 올해부터 직면해야 하는 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3만 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한다. 경제 활동의 주체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애를 낳지 않으려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데다가 그와는 반대로 노년층의 점유 비율이 커지면서 고령화사회로 한층 깊숙이 진입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셔터도리' 현상 ⓒ머니투데이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결국 인구절벽 현상을 불러오게 되며, 이는 생산과 소비를 줄어들게 하는 등 경제 활동을 크게 위축시켜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와 판박이인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미래 모습을 어림 짐작해 보는 건 어떨까?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동시에 주요 소비 주체이기도 한 생산가능인구가 199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일본이다. 그리고 총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대략 10년 전부터의 일이며, 이때부터 심각한 소비절벽 현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동네마다 젊은 계층이 줄어들고 노년 계층만 지속적으로 늘다 보니 웬만한 업종은 버티지를 못하고 모두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당장 젊은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업종들부터 종적을 감췄다. 이처럼 인구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른 소비침체로 인해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이른바 '셔터도리'는 도쿄와 고베 등 대도시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내수가 탄탄한 일본조차 이럴진대, 수출에만 의존한 채 내수가 취약하기 짝이없는 우리로서는 인구절벽에 이은 소비침체 현상을 과연 무슨 수로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앞서의 현상들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다. 정부 역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나름의 묘안들을 부랴부랴 짜내고 관련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를테면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쏟아 부은 예산만 무려 80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2006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필두로 5년마다 관련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기 짝이없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퍼부어지고 시간 또한 모두 흘러갔음에도 시한폭탄의 예정된 폭발시간을 늦추는 데는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한 것이다.


왜일까? 우리 아이들은 세계 최장의 교육 시간에 허덕이고 있고, 어른들은 세계 최장의 노동 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일쑤다. 우린 흔히 삶의 질을 언급하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애나 어른이나 현실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은 언감생심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행복감’은 7년째 OECD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스웨덴 리서치 기업 ‘유니버섬’이 57개 국가의 직장인 20만 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더니, 한국은 최하위권인 49위에 랭크된 바 있다. 반면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가격과 천문학적인 아이들 교육비는 늘 족쇄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해도 공정한 룰과 그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경쟁 등 기본 토대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법한데, 비선 실세 농단 사태를 통해 보듯 이미 우리 사회는 온통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기운들로 가득 들어차있다. 정부 역시 안정된 일자리 확충을 외치면서 뒤로는 노동 개혁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채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을 시도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세계일보


모두가 공무원을 꿈꾸며 기꺼이 공시족이 되어 청춘을 담보로 맡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상의 이면엔 이렇듯 암울하고 고달픈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현재의 힘겨운 삶을 적어도 2세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갸륵한 마음 씀씀이가 오늘날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 현상을 낳고 있는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가 각종 정책과 대책, 그리고 천문학적인 예산과 시간을 투입하고서도 작금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지난해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일천만 개의 촛불 속에 그에 대한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상식적인 사회, 합리적인 사회, 그리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로의 복원이야말로 백 가지 정책을 남발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다. 2017년 정유년은 우리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한 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변곡점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갈림길의 상황에서 자칫 길을 잘못 선택하거나 삐끗할 경우 우린 일본이 2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지난하고 험난한 경로를 재차 밟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일본의 경제는 우리와는 체질이 근본적으로 달랐던 까닭에 버텨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곱씹어야 할 것 같다. 


2017년은 우리에게 있어 위기이자 기회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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