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생애 전환점에 선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 시급하다

새 날 2016. 12.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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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상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각종 경기지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일제히 알리고 있습니다. 추위로 움츠러든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데요. '사오정', '38선'과 같은 조기 퇴직을 알리는 용어들조차 이젠 옛말이 된 채 근래엔 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왜냐하면 퇴직의 압박이 어느덧 한창 일할 연령대인 대리 직급선까지 내려왔다는 위기감이 요즘 직장인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느낌일 테니 말입니다. 더구나 한때 한국경제를 이끌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조선과 해운 등의 기간산업으로부터 대거 쏟아져 나온 전직 인력들은 작금의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도 심각한 상황입니다만, 본의 아니게 전직 시장으로 내몰리거나 명예퇴직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중장년층의 일자리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다만, 청년층보다 관심이 덜 가는 데다가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몇단계 낮춰 대부분 계약직과 같은 저임금의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로 흡수되는 까닭에 외관상 두드러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실상은 청년층 일자리 이상으로 심각한 실정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일견 활발해 보입니다. 장년층 고용률이 2010년 36%에 그치던 것이 지난해 39%로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년층의 다수가 청소, 경비, 간병인 등 불안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는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OECD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노인 빈곤층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더욱 위태롭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에 달하였으며, 특히 66세 이상은 48.1%가 빈곤층인 것으로 드러나 우리의 노후 생활엔 일찌감치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장차 모두가 노인이 될 터이기에 누구든 이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일반인들이 전직을 원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손쉽게 찾는 곳은 아마도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최종 귀착지는 통상 '취업성공패키지(이하 취성패)'라 불리는 형태의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으로 안내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물론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고 양도 넘쳐 납니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웬만해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다가가기 쉽지 않을 뿐입니다. '취성패'에서는 직업상담사라는 전문가들이 상담을 통해 적절한 일자리를 안내해 주거나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알선해 줍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중장년 계층에게 알선하는 직업이란 게 과거의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운영상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중년 이상의 연령이 되면 받아주는 기업은 없고, 아울러 일자리 정책 내에서 안내할 수 있는 교육이나 직업의 폭 역시 한정되어 있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과거 사무직 계통에서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안내되는 직업이란 통상 도배 혹은 타일 같은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도배나 타일이란 직업이 문제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나 살아온 방식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직업을 알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알선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취성패 사업 영역의 폭이 상당히 좁아 한계가 뚜렷한 탓도 있으나 지나친 실적 경쟁도 한 몫 단단히 합니다. 특히 민간에 위탁된 취성패 사업의 경우 이와 같은 경향은 도드라집니다. 실적에 눈이 멀다 보면 내담자의 경력이나 적성 등과는 전혀 무관한, 그 질을 떠나 당장 취업이 원활한 일자리에 소개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현장에서는 중장년층의 취업률을 높이는 대신 실업률은 한껏 낮추고 있었습니다.


다니엘 레빈슨이란 학자는 인생 구조 변화에 따른 발달을 여러 단계로 구분해 놓은 바 있습니다. 그의 인생 주기 이론에 따르면 전체 생애에 있어 몇차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중장년층 연령대의 퇴직하는 무렵이 바로 그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의 진로 프로그램이나 청년층의 경력 상담 프로그램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데 반해 이른바 생애 전환점에 놓인 중장년층에 대한 커리어 상담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에 가까울 정도라는 데에 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생애 전환점에 서게 된,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고 가정 경제의 위태로움을 느끼는 성인들이 일반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직무나 방법들을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중장년층 일자리 정책을 무수히 쏟아내놓고는 있으나, 대부분 형식에 치우치거나 실적에 매몰된 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않는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중장년층의 역량을 공짜로 이용하려는 듯한 사회 인식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봉사는 봉사이고, 일자리는 일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이 두 사안이 뭉뚱그려진 채 인식되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치 중장년층의 경험과 경력은 당연히 무료로 봉사되어야 한다는 듯한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젠 이러한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중장년층의 경험은 젊은 세대로부터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사회가 정책적으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이나 허드렛 일 등의 불안한 일자리 양산으로 높은 취업률을 달성했다며 떠들어대기보다 중장년층에 대한 직업훈련과 재취업 등 그동안 이들이 쌓아왔던 경험과 경력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내년부터 55세 이상인 사람을 의미해 온 ​'고령자'의 명칭이 '장년'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모든 사업장의 정년 60세 의무화, 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장년의 잦은 노동이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러한 명칭 변경 따위가 절대로 아닙니다. 고령화 사회로 변모할수록 취약한 노후소득으로부터 탈출하고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중장년층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한창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제대로 된 안정적인 일자리 구축 등의 실질적인 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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