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올해로 20년째다. 아마도 그 무렵이 아닐까 싶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회 전반엔 긍정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던 것 같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밝은 사람은 환영 일색이었고, 반대로 부정적인 사고를 지닌 어두운 사람은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이 찍히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일조차 사치로 받아들여지거나 심지어 아플 수 있는 여유마저 허락되지 않던 시기가 꽤 오랫동안 지속됐던 것 같다. 오로지 긍정만이 성공의 지름길이자 이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조건이라며, 사회 요소요소 갖은 채널을 통해 주술을 불어넣기 바빴던 시기다. 낙오하거나 실패한 이들에게는 이러한 일을 게을리한 대가로 받아들여질 뿐, 그 어떠한 변명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