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담대한 미국 vs 쪼잔한 한국, 바람직한 지도자상이란

새 날 2015. 6. 2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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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해 오던 것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 그는 미국 내에서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엔 쿠바와의 관계 개선 탓에 지지율이 많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그동안 그가 펼쳐 온 정책 다수가 사실상 미국 중산층의 심기를 꽤나 건드려 온 터라 그들의 오바마 지지 이탈 조짐이 좀체로 수그러들 줄을 모르는 모양새입니다.  일례로 우리가 가장 부러워했던 대목 중 하나인 부자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 정책은 오히려 해당 계층을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읽히며, 그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오바마케어 역시 민간의료보험회사에 대한 의무 가입의 영향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배만 불리고 기존 가입자 프리미엄만 대폭 올려놓은 꼴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외교 정책 또한 도마에 올랐습니다.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겠다며 내놓은 이민개혁안은 되레 추방 숫자만을 대폭 늘려놓은 셈이 됐으며, 주적이랄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선 시종일관 무기력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터라 패권 국가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땅에 떨어뜨린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 특히 중산층 입장에서 볼 땐 오바마의 집권 이래 세금과 의료보험료만 올라, 먹고 사는 일이 더욱 팍팍해진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일보

 

이렇듯 우리가 짐작하던 바와는 달리 미국내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오바마가 26일(현지시간) 추모연설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의 일입니다.  30분 가량 연설을 하던 오바마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행사장에 있던 이들은 급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듯 처음엔 웅성거리기 시작하였으나 이내 하나 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통령이 부르는 찬송가에 맞춰 이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어느새 참석자 모두는 대통령이 먼저 부르기 시작한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가눌 수 없던 슬픔을 서로 나눠 그 크기를 대폭 줄이고 있었습니다. 

 

오바마의 행위가 사전 각본에 의한 치밀한 퍼포먼스였을 수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추모 행사장에 있던 그가 어느덧 주위 참석자들의 슬픔에 동화된 채 온전히 즉흥적으로 벌인 행동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혹여 사전에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한 퍼포먼스였다면 또 어떤가요.  물론 예측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행위였다면 더욱 칭찬받을 만한 일인 데다 고무적인 행위였음이 틀림없었을 테지만, 어쨌거나 형식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현장에 있던 희생자 가족과 참석자들뿐 아니라 다른 채널을 통해 이를 관람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함께 나누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행동은 이역만리 떨어진 우리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게 다가옵니다.  오바마의 미국 내 지지율, 평가 그리고 세계 패권국 지위로서의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따위와는 별개로, 그의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행보와 감정 동화를 통해 슬픔을 함께 나누려 애쓰는 모습 자체에 대해선 높이 평가해 줄 만한 일입니다.  이를 기화로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려 보고자 합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권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엔 오름 추세로 돌아서긴 했습니다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0%대라는 초라한 지지율을 통해 힘겹게 버텨오던 와중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법 개정안을 빌미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를 향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크게 꾸짖더니(?),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국회 전체를 벌집마냥 들쑤셔 놓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정치 지형이 제아무리 제왕적인 대통령 중심제인 데다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집권 여당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비틀어진 상황이라 해도, 아울러 굳이 3권 분립 취지 따위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행정부 수반이 국민의 대표기관 입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눈살을 절로 찌푸려지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메르스'라는 감염병의 창궐로 인해 국민 다수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경제마저 파탄 국면에 직면한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아픔 따위엔 전혀 아랑곳 없이 오로지 권력을 향한 정쟁에만 몰두한 채 보란 듯이 집권 여당내 계파 갈등과 집안싸움만을 부추기고 있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과 견주어지기에 오바마 그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박 대통령이 늘 입버릇처럼 얘기해 오던 '국민의 정치'는 온 데 간 데 없이 오직 '그들만의 정치'만 존재할 뿐입니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입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으로 다가오거나 때로는 슬픔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톡톡히 할 때도 있으며, 그와는 반대로 국민들의 노여움을 더욱 부추기는 경우도 왕왕 존재합니다.  물론 오바마가 무조건 옳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에게도 엄연히 공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록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사전 각본에 의해 교묘하게 짜여진 결과물이자 쇼에 불과할지라도, 적어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모습 그리고 그 형태가 기쁨이 됐든 혹은 슬픔이 됐든 국민들의 감정에 눈높이를 맞추려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에게 채워지지 못해 피부로 와닿는 현실의 아쉬움은 더욱 배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경향신문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판정을 내리며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던 역사적인 날, 오바마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지난 수년간, 심지어는 수십년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온 당사자와 지지자들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다. 미국은 여러분이 자신의 운명을 써 나가는 그런 곳이다. 우리는 미국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이번 결정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반면,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다"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둔, 계파간 헤게모니 장악을 의식한 채 국민의 심판 운운하는 우리 대통령과 점차 완벽해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미국 운운하는 오바마 대통령 중 과연 어떤 지도자상이 국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올까요?  정책의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기쁨을 더욱 불려 희망으로 빚어낼 줄 알고, 때로는 직접 노래도 불러가며 슬픔을 작게 나눌 줄도 아는, 정작 우리에게 절실한 대통령상을 오바마 그가 보여주고 있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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