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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나를 찾아줘> 짜임새는 있으나 새롭지는 않다

이런 류의 영화, 간만에 접해 보는 느낌이다. 아주 오래전, '위험한 정사'와 '적과의 동침' 따위의 영화들이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옥죄어오는 스릴감과 극적인 반전의 묘미가 압권이었는데, 덕분에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당시 나름의 독특한 장르를 형성하곤 했었다. 영화의 이야기 얼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매력 덩어리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와 외모가 출중한 쿨 거이 닉던(벤 애플렉)은 한 눈에 서로에게 반해 사랑에 빠져들고, 이내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 초기엔 여느 부부들처럼 꽤나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미의 집착은 날로 심해진다. 뛰어난 두뇌만큼 남편마저 자신의 휘하에서 조종하지 않고는 못버티는 성격이다. 닉던은 이러한 에이미의 집착 아닌 집착에 넌덜머리..

<다이버전트> 인간 본성을 틀안에 가둘 순 없다

'돈트리스'로 가기 위해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의 이 포스터 이미지 한 장, 솔직히 너무 마음에 든다.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다이버전트'의 기질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갑갑한 현실 세상의 시름에 갇혀 살아가는 내게 영화속 주인공들은 손을 맞잡은 채 자유 속으로 함께 뛰어내리자며 갈구하고 있었다. 상영 당시 워낙 평들이 좋지 않아 기대를 접은 채 관람한 경우인데, 결과적으로 평과는 영 딴판이었다. 완전 대박이다. 보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이토록 재밌는 영화가 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장르상 SF적인 근사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상 탓에 대거 악평을 남겼으리라. 영상보다는 스토리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 ..

<사막에서 연어낚시> 원작과 비교해 보니 무언가 아쉬워

영화 제목이 너무 예뻤다. 포스터도 그랬다. 때문에 오래전 관람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에서의 포물선을 그리며 물위로 떨어지는 낚시줄의 유려한 움직임의 연출을 은근히 기대했다. 사실 멋진 주변 풍광속 고요히 흐르는 맑은 물 위에서의 플라이낚시 장면만으로도 나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기에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당시의 감흥을 또 다시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낚시는 단지 하나의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 이를 매개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어디쯤엔가 위치할 영화일 듯싶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실은 이 영화 역시 '폴 토데이'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를 관람하자마자 난 우연찮게 구한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그런데 초반엔 비슷한 분위기로 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지금 사랑하는 이의 첫모습이 첫사랑이다

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원작이 상영된 지 무려 24년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원작을 너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재밌게 봤던 탓에 사실 이 작품이 그 감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던 터다. 24년의 시간적 간극이 내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일 테다. 원작을 감상했을 당시 난 미혼이었고, 2014년 현재는 기혼 상태다. 원작을 누구와 감상했는가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아니 전혀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현재의 짝지를 만나기 전이었으니, 그분과 함께 했던 건 확실히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시커먼 남자와 함께 이런 류의 영화를 봤을 리도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차이란, ..

<제보자> 가짜 애국심과 언론이 만들어낸 광기

손 기술이 조금은 남달랐던 한 수의학 박사가 있었다. 당시 우리의 기술력으로는 엄두조차 내지 못 했던 생명공학 분야에서 그가 몇 가지 성과를 이뤄내자 학계와 언론은 흥분하며 이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동물 복제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줄기세포를 통한 인간의 불치병 치료 단계에까지 기술력이 닿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마저 나오자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돼 간다. 언론이 본격 그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가 보유한 기술 정도라면 미래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설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번 후발주자에 불과했던 첨단 과학기술 분야 최초의 선도 산업이 될 것이란 희망도 함께 키울 수 있었다. 박사는 박사 나름대로 언론에서 띄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

<메이즈 러너> 영화적 상상이 빚어낸 압도적 몰입감

소설이 원작이란 사실을 영화 관람 후에야 알았다. 물론 이는 해당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성 따위는 차치하더라도 영화적 상상력이 빚어낼 수 있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 중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 준 영화 아니었나 싶다. 압도적인 몰입감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주변에서 팝콘 등을 우물거리거나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마저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메너 좋지 않은 분들이 근래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 영화 관람할 때마다 본의 아니게 앞서 언급된 행동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는데, 분명 이 영화의 시선을 잡아 끄는 능력은 근래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그 급이 달랐던 듯싶다.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가 기억을 상실한 채 화물용..

<툼스톤> 세기말적 혼돈과 불안감의 진원을 좇다

이 영화 역시 간판 내릴 때가 되었는가 보다. 주초까지만 해도 집 주변의 상영관에서조차 모든 회차에 걸쳐 상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달이 바뀌고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선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원래 지난 주 감상하려 했으나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1주일을 미뤘더니 아뿔싸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자칫 예매권을 날려 버리게 될 상황, 이번 연휴를 활용해 상영관을 찾기로 했다. 집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거리이긴 했다. 그나마 상영횟수도 많지 않아 시간 선택에 있어 내게 허락된 여력은 많지 않았다. 리암 니슨표 영화라 애초부터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정확히 그만큼의 수준이었던 듯싶다. 예상했던 대로 리암니슨의, 리암..

<타짜 - 신의 손> 화투판에 풀어놓은 부나비 같은 욕망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신의 한 수' 그리고 도박을 소재로 한 '타짜'.. 이 두 영화엔 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바둑과 도박은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뿐 온통 눈속임으로 범벅이 된 채 사기극을 통해 관객마저 속이려드는 컨셉 말고 말이다. 다름아닌 '하우스'라는 공간이다. 영화속에서처럼 과연 내기 바둑이나 도박을 위해 실제로 그러한 류의 은밀한 장소를 대여해 주고 또한 조직적으로 그곳을 찾는 이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이며 먹고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가의 여부는 내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만화 내지 영화 장르에서나 등장할 법한 허구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가끔 언론 기사를 통해 모처에 모여 주기적으로 도박 행각를 일삼아온 사람들의 검거 소식을..

<닌자터틀> 중2병 거북이들의 도심 난장

개봉 초기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끝물이라 그런지 상영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이 가능한 상영관이 서울엔 오로지 한 곳뿐이었고, 그나마도 단 1회만 상영하고 있어 선택의 여지란 게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우린 이를 관람하기 위해 부러 멀리까지 행차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이를 꼭 봐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왜냐면 왕복 차비와 이동시간을 고려해볼 때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과연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은 반드시 필요했다. 우선 닌자라는 이름에 왠지 모를 선입견 비슷한 게 있었던지라 선뜻 내키지 않았던 데다, 터틀까지 결합되다 보니 예전에 언뜻 접했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연상되어 상당히 ..

<두근두근 내 인생> 바람이 분다 더없이 따뜻한 바람이

바람이 분다. 바람을 가장 앞서 반겨하는 건 나무들이고, 바람결 따라 흔들리는 나무들의 몸짓을 보고서야 계절이 그 뒤를 따른다. 또 다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하게 살고 싶어진다. 영화속 아름이도 그랬다. 실은 그가 간절히 살고 싶다고 느끼던 때는 숨을 쉬고 있는 모든 순간이다. 오늘 따라 아내의 아침 얼굴이 이상하다. 마치 가수 민해경 같다. 혹은 왕눈이? 아내에게 물어본다. "얼굴이 왜 그래? 꼭 왕눈이 같애" 황당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제 영화 보느라 하도 울어서 그래" 그랬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곁에서 연신 훌쩍이는 눈치더라. 그렇다고 하여 마냥 눈물만을 짜내는 영화는 아니니 오해 마시라. 아내는 평소에도 눈물샘이 약한 편이라 드라마를 보면서도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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