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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런던 덕후의 생동감 있는 런던 안내 '건방진 런던에 반하다'

런던 덕후임을 자처하는 저자는 런던이 무척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는 여타의 유럽 도시들에 비해 덜 알려진 사실이 못내 아쉬워 이 책을 쓰게 되었다며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하면 파리, 파리 하면 에펠탑 혹은 개선문 등이 쉽게 연상되곤 하는데, 왠지 런던 하면 당장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긴 한 듯싶다. 기껏해야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심어진 인식은 좋지 않은 공기며, 맛없는 음식, 그리고 비싼 물가 정도가 아닐까? 도대체 어떤 것들이 저자를 반하게 만든 것인지 궁금증을 참지 못 해 결국 책장을 펼쳐 들었다. 저자의 전략이 일단은 성공을 거둔 듯싶다. 저자는 런던을 올드하지만 멋스럽고, 변덕스럽지만 다양하며, 럭셔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도시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다양한 ..

심리 묘사가 섬세한 스릴러 소설 '굿 미 배드 미'

어느 날 경찰에 연쇄살인 사건이 접수된다. 모두 9명의 아동이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된 사건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숨진 아동들은 죄다 남아였다. 이 사건은 자신의 엄마가 보호시설에 수용된 여성들의 어린 자녀 9명을 차례로 납치, 학대하고 살해하는 행각을 직접 지켜보면서 이를 돕거나 사후 처리를 도맡아해온 딸 애니의 신고로 세상에 그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엄마는 체포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미성년자인 애니에겐 엄마 외의 보호자가 없어 그녀의 심리 치료를 담당하게 된 상담사 마이크의 가정에 당분간 맡겨진 채 심신 보호와 심리 회복을 돕게 된다. 애니는 '밀리'라는 새 이름을 부여 받음과 동시에 학교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하지만 그녀의 ..

삶에 대한 유쾌한 변주 '맘마미아!2'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의 모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리스 외딴섬의 호텔을 재개장하기로 결정한다. 이번 리뉴얼을 기념하고 엄마에 대해 추억하며 기리고자 성대한 파티를 계획한 소피, 그녀는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세 아빠를 포함한 지인들을 이번 행사에 대거 초청한다. 엄마의 절친인 로지(줄리 월터스)와 타냐(크리스틴 바란스키) 등도 먼 길을 마다한 채 속속 섬에 도착하는데... 섬 주민 모두가 함께 나눠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은 분량의 음식을 마련한 데다가 멋진 이벤트까지 준비하였지만 소피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파티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게 될지, 아울러 이벤트를 성공 리에 마쳐 엄마에게 떳떳할 수 있을지 시름과 ..

소름 돋는 반전으로 찜통더위 잊게 하는 호주 소설 '외동딸'

'나'는 가출한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허기를 주체할 수 없었던 2014년 어느 날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훔치려다 붙잡혀 경찰에 넘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바로 그 때다. 11년 전 실종된 레베카 윈터라는 내 또래의 여성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일단 절도 혐의라는 궁지로부터 탈출하고자 실종된 소녀 레베카가 되기로 작정한다. 그러니까 11년 전 실종되어 생사불명의 처지가 된 소녀 레베카 윈터가 11년만에 세상 앞에 그 놀라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한편 11년 전, 2003년 당시의 레베카는 10대 소녀라면 으레 지니고 있을 법한 그맘때 또래의 발랄함과 쾌활함 따위의 성향을 고루 갖춘 매우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레베카에게는 쌍둥이 남동생 둘이 있었으며 비록 장난꾸러기들이기는..

본질적인 가치에만 집중하자 '신경끄기의 기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가 한 귀퉁이에 위치한 자기계발서 코너는 긍정 이데올로기 류의 도서들이 자리를 독차지하곤 했다. 이들 자기계발서에는 누구나 조금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노라는 매우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디지털로 대변되는 기술의 발달과 첨예화된 자본주의의 경제 패러다임, 이 양대 산맥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근래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파고에 휩쓸린 모양새다. 워낙 빠른 변화에 개인들은 이를 뒤쫓느라 어쩔 줄 몰라해 하거나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자기계발서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다. 변화의 바람이 드세다. 긍정, 노력, 경쟁 등 온통 성공 지향의 숨가쁜 이데올로기로 도배됐던 것들이 근래에는 인문학을 토대로 개인을 돌아보는 부드러우면서도 조금은 느긋한 방향으로 ..

폭력 및 남성성에 대한 저항 '채식주의자'

나와 아내 영혜는 평범한 부부다. 그녀는 특별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여성이다.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주변으로부터 눈길을 끌 만한 출중한 외모는 절대로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하여 아예 못나지도 않은, 나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등 여러모로 무난했기에 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결혼 생활 역시 내가 기대하던 바와 같이 평범함의 연속이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영혜는 다짜고짜 꿈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앞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결코 말로만 그런 게 아니었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각종 고기며 계란 등 육식과 관련한 값비싼 음식물들은, 특별히 장모님이 귀한 것이라고 귀띔하며 보내온 음식물까지 죄다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흡사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잠도 ..

낯설지 않은 누군가의 일상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나카코는 오사카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32살의 미혼 여성이다. 시게노부는 도쿄의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그녀와 동갑인 미혼 남성이다. 두 사람은 업무차 오직 단 한 차례의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다만 두 사람에게는 결코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공통점이 있었다. '사토'라는 성을 갖고 있었으며, 키도 170센티미터로 똑같았다. 이보다 훨씬 극적으로 다가오는 건 심지어 생일마저 1월 4일로 같다는 사실이었다. 나카코에게는 10년 가까이 사귄 연인이 있었으나 2개월 전에 헤어졌다. 시게노부는 애시당초 솔로다. 두 사람은 업무상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각기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일 아침 알람에 의지한 채 간신히 눈을 뜨며 러시아워의 만원 통근전철을 타고 회사로 발걸음을 총총 옮기..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조그맣게 살 거야'

책 전반에 관해 높은 관심을 드러낸 까닭인지 도서관 사서가 내게 도서관 내 최고 등급을 부여해주었다. 한 번에 20권을 한 달 동안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은 것이다. 덕분에 이전보다 책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읽을 수 있게 됐다. 내심 기뻤다. 하지만 욕심만 앞섰던 난 7권을 한꺼번에 빌려와서는 무려 한 달이라는 넉넉한 기간 동안 정작 이를 다 읽지도 못 한 채 반납해야 했다. 빌려온 책을 방 한 귀퉁이에 쌓아놓은 뒤 전자책을 기웃거리던 나의 모습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 다양한 읽을거리가 선사해주는 풍족함은 나로부터 되레 절실함을 앗아간 듯싶었다. '조그맣게 살 거야'의 저자 진민영 씨는 이른바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이러..

한계 뛰어넘는 액션에 인간적인 매력 더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국제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를 이끌던 레인(숀 해리스)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에 의해 체포되었고, 이후 조직은 와해되고 만다. 그러나 남겨진 신디케이트 추종 세력은 그보다 더욱 급진적이며 강력한 조직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른바 '아포스틀'이다. IMF 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팀원들은 이들 조직에게 어이없는 방식으로 핵무기의 핵심 재료인 플루토늄을 빼앗기고 만다. 이에 에단 헌트를 비롯한 그의 팀원 벤지(사이먼 페그)와 루터(빙 라메스)는 IMF 국장 엘런 헌리(알렉 볼드윈)로부터 문책을 당하게 되고, 잃어버린 플루토늄을 되찾기 위한 미션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핵무기 테러의 위협이 고조되어가는 상황에서 플루토늄을 테러 조직에게 빼앗긴 헌트를 더..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과 마주하기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비오듯 줄줄 흐르는 끔찍한 더위의 연속이다. 일찌감치 시작된 찜통더위가 평소 같았으면 피서객들로 미어터지게 할 법한 해수욕장 등 전통적인 피서지를 되레 썰렁하게 만들고 있다 하니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 다들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해변 등은 일사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실외보다는 차라리 시원한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덥고 습한 기후 속에서 무거운 배낭을 훌쩍 짊어진 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지점을 향해 열심히 걷다가 일사병에 걸려 당장 쓰러져도 힘든 여정을 결코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걷기 여행을 더욱 즐겨하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지구본만 보면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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