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삶에 대한 유쾌한 변주 '맘마미아!2'

새 날 2018. 8. 10. 12:46
반응형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의 모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리스 외딴섬의 호텔을 재개장하기로 결정한다. 이번 리뉴얼을 기념하고 엄마에 대해 추억하며 기리고자 성대한 파티를 계획한 소피, 그녀는 샘(피어스 브로스넌),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세 아빠를 포함한 지인들을 이번 행사에 대거 초청한다. 엄마의 절친인 로지(줄리 월터스)와 타냐(크리스틴 바란스키) 등도 먼 길을 마다한 채 속속 섬에 도착하는데...


섬 주민 모두가 함께 나눠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은 분량의 음식을 마련한 데다가 멋진 이벤트까지 준비하였지만 소피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파티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게 될지, 아울러 이벤트를 성공 리에 마쳐 엄마에게 떳떳할 수 있을지 시름과 걱정을 한가득 안고 있던 터다. 설상가상으로 맑고 쾌적한 하늘에서는 별안간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소피가 계획한 파티는 과연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



2008년 최고의 로맨틱 뮤지컬 블록버스터 '맘마미아'가 그 후속편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정확히 10년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그 사이 나의 머리숱은 휑해졌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속 그리스의 풍광은 변함 없이 아름다웠으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의 화려한 군무 또한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건 여전하다.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아직도 매력적인 모습이었으며, 그녀만의 청아한 목소리는 우리의 청각세포를 끊임없이 자극해 온다.



영화는 엄마 도나의 열정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호텔을 딸 소피가 재개장하면서 계획한 파티 이야기를 현재의 시점으로, 그리고 도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학교를 졸업한 뒤 혈혈단신 그리스 외딴 섬에 삶의 터전을 잡게 된 사연과 현재는 소피의 아빠가 된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로맨틱한 이야기 등을 과거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한다. 즉, 현재와 과거를 차례로 오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의 영화다.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의 끼와 열정은 학창시절을 공식적으로 마치게 되는 졸업식장에서부터 도드라졌다. 그녀의 절친인 젊은 로지(줄리 월터스), 그리고 젊은 타냐(제시카 키나윈)와 의기투합하여 함께 조직한 댄싱팀 '다이나마이트'의 도발적인 율동과 멜로디는 활짝 열린 세상을 향한 그녀들만의 힘찬 날갯짓이었다. 젊은 도나는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기에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과감히 홀로서기를 단행한다.



멋진 풍광과 한껏 여유로운 사람들에 매료된 도나는 그리스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떠돌던 와중에 젊은 샘(제레미 어바인), 빌(조쉬 딜란), 해리(휴 스키너)를 차례로 만나게 되고, 이들과 로맨틱한 추억을 쌓아간다. 도나에게는 소피가 전부였듯이 소피 역시 도나의 피가 흐르는 이상 도나가 밟아온 삶의 여정 그리고 가치관을 소중히 간직하고 존중해 오던 터다. 결국 자신이 태어난 그리스에서 엄마와 똑같이 홀로서기할 것을 결심하게 되는 소피다. 


도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이미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맘마미아' 1편속 등장인물들의 화려했던 리즈 시절이, 물론 다른 배우들을 통해서지만,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이들 신구세대가 모두 나와 호흡을 맞추며 화려한 군무를 펼쳐 보이면서 언제 들어도 가슴뭉클한 '댄싱 퀸'을 열창하기에 이른다. 이번 작품의 절정 부분이다. 젊은 도나가 부르던 '맘마미아'와 '워털루' 등은 풋풋함 일색이었으나 한 세대 뒤 메릴 스트립이 깜짝 등장하여 부르던 '댄싱 퀸'은 묵직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딸 소피를 향한 한결 같은 마음이 노랫말과 멜로디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까닭에 세대를 초월한 무한 감동이 실릴 수 있었을 테다. 특히 소피의 할머니로 깜짝 등장한 가수이자 배우 셰어의 목소리는 출연진과 관객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중후함과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근래 '워라밸'과 '소확행' 등의 유행어가 남발하고 있다. 단 한 번뿐이고 짧기 만한 삶을 기성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노라는 일종의 젊은세대들의 몸부림이다. 지금보다 적어도 한 세대 전 젊은 도나의 생각은 그 당시 세대들에 비하면 파격적일 정도로 앞서 있었던 셈이다. 그녀가 내세운 삶의 모토가 바로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어.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였으니 이를 오늘날에 빗대자면 바로 '워라밸' '소확행'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혹자는 그녀가 혈혈단신으로 그리스 외딴섬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폄하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운이 따랐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폐가이긴 하지만 부동산을 공짜로 얻게 된 데다 아울러 이것이 기반이 되어 호텔로 개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홀로서기 성공은 결코 운이 전부는 아니다. 스펙을 앞세우는 근래의 시각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지 모르나, 알고 보면 그녀는 나름 준비된 여성이었으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어떻게 그 외딴섬에 홀로 머물 수 있었는가를 상기시켜보자. 그녀는 한 폐가에 몸을 의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이 몰아쳤고 말 한 마리가 폐가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도나는 침착하게 이에 대응했고 덕분에 위기를 극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그 폐가 주인은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도나의 인성, 즉 사람 됨됨이를 진작에 간파하고 폐가를 기꺼이 내어준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니 적어도 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폐가 주인의 마음을 움직였던 셈이다.


삶을 향한 관조, 그리고 교훈이 담겨 있음은 물론, 세대를 초월하는 무한 감동을 멋진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변주하는 몇 안 되는 훌륭한 작품이다. 



감독  올 파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