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본질적인 가치에만 집중하자 '신경끄기의 기술'

새 날 2018. 8. 2. 20:02
반응형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가 한 귀퉁이에 위치한 자기계발서 코너는 긍정 이데올로기 류의 도서들이 자리를 독차지하곤 했다. 이들 자기계발서에는 누구나 조금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노라는 매우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디지털로 대변되는 기술의 발달과 첨예화된 자본주의의 경제 패러다임, 이 양대 산맥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근래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파고에 휩쓸린 모양새다. 워낙 빠른 변화에 개인들은 이를 뒤쫓느라 어쩔 줄 몰라해 하거나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자기계발서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다. 변화의 바람이 드세다.


긍정, 노력, 경쟁 등 온통 성공 지향의 숨가쁜 이데올로기로 도배됐던 것들이 근래에는 인문학을 토대로 개인을 돌아보는 부드러우면서도 조금은 느긋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책의 제목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는 단호해지기로 했다' 등 '나는 ~할 것이다' 류의 제목이 근래 인기 상종가다.



물론 책의 제목을 뽑아내는 건 전적으로 출판인들의 고유 영역이다. 다만 누구보다 시대의 경향성을 한발 앞서 읽어내고 이를 책에 반영해야 하는 이들인 만큼 앞서의 변화 기류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인문학의 영향이 해당 영역에도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물로 읽힌다. 이 책 '신경끄기의 기술'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빠르게 한 발 걸치고 있는 모양새다. 저자 마크 맨슨은 워낙 많은 기회가 널려 있고, 그에 따라 우리가 선택해야 할 선택지 또한 넘쳐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라고 일갈한다. 쓸 데 없는 가치에 더 이상 애쓰지 말 것이며, 노력하지도, 신경 쓰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삶엔 늘 어느 정도의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고 보니 십수 년 전 우연히 접했던 모 학원의 원훈 '고통을 즐기자'가 문득 떠오른다.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학습에 임하는 것도 어찌 보면 고통을 자초하는 일일 테니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이를 즐기고 가까운 훗날 달디단 열매로 대신하자는 취지였던 듯싶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든 관계 없이 인생은 무수한 실패와 상실, 그리고 후회를 거듭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유명 인사이든 아니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보유한 부자이든 어느 누가 됐든 고통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와는 반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빈자라고 하여 고통을 항상 안고 살라는 법 역시 없다. 고통의 종류만 다를 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고통을 고르게 짊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종국엔 모두가 죽는다. 이는 진리다.


저자는 쓸모 없는 가치에 시간을 허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지금까지 보아온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강한 책임감, 자신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거절하기,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등 5가지의 가치에 몰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2017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뽑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의 지위에 오른 뒤 인기가 한동안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기와 책의 가치가 정비례하는지의 여부는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지만 말이다.



경제 체제의 특성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리 가진 게 많고 행복하다 해도 끊임 없이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을 부추기며 조바심 나게 하는 곳이다. 풍족함 속에서도 늘 부족과 허기를 느껴야 하는 게 일상이다. 넘쳐나는 물질이 도리어 사람들을 불행의 불구덩이로 자꾸만 밀어넣고 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바는 본질을 제외한 잡다한 가지들을 모두 쳐내자는, 근래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의 사조를 상당 부분 빼닮았다.


가만히 있어도 복잡다단한 세상,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생애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때문에 삶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선 의식적으로 신경을 끄는 지혜가 필요하고 가장 핵심적인 가치에만 집중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저자  마크 맨슨

역자  한재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