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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303

죽음, 그 이후를 생각해 본다

꿀맛 같은 단잠이었다. 나이 탓인 건지 아님 나도 모르는 좋지 않은 그 무엇인가 심신에 쌓여 있어 그런 것인진 몰라도 요즘 통 잠이 깊게 들지 못하는 경향이 있던 터라 더더욱 달게만 느껴졌다. 덕분에 욕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요즘 너무 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젠 육체적으로 무척 고달픈 하루였다. 사촌 매형의 부음 소식을 듣고 저녁 영안실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는데,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지만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려야 도착하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전철과 버스를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문상을 드리고 집으로 복귀한 건 이미 밤12시를 훌쩍 넘은 시각, 그러니 몸이 고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게다. 당연한..

그냥 저냥 2012.10.12

탈모, 샴푸의 선택과 습관화가 중요한 이유

언젠가부터, 그러니까 정확하게 군에 입대한 이후, 머리를 감아도 금방 가려워지고 떡이 져 매일 감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두피의 상태가 좋지 않게 되었어요. 전에는 한 번 감으면 적어도 3일은 유지되었었는데 말이죠. 미용 쪽에 몸 담고 계신 분의 말씀으론 체질이 변한 거라 하더군요. 세월은 흘러 어느덧 middle age란 칭호가 제법 어울릴 법한 나이가 되고 외모도 변해가니, 예전같았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영역에도 슬슬 신경이 쓰이게 되더군요. 숱이 너무 많아 돼지털처럼 뻣뻣하고 꼿꼿했던 강한 나의 머리털들이 한없이 가늘어져 힘 없이 축축 늘어져가고, 그나마도 뭉탱이로 빠져나가 숱이 듬성듬성해지고 있으니... 아.. 지나간 세월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나의 건강했던 머리털은 정녕 다시 돌아올 수 없..

그냥 저냥 2012.10.11

반신불수 된 18살 냉장고

저희 집 냉장고는 18살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놈이 얼마 전부터 헉헉거리더니 결국 반쯤 사망해 버리셨습니다. 어쩐지 비명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내지르더군요. 그럴 때마다 한 대씩 쥐어팼지만, 그 끔찍한 소리는 여전했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비명 소리는 자신의 명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었던 거였어요. 빽빽 울던 녀석이 어느 순간 갑자기 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더군요. 이젠 괜찮아졌지 싶어 적이 안심하고 있던 저흰 그만 이 녀석의 상태가 정말로 심각해졌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된답니다. 냉장실은 제 역할을 전혀 못하는 식물 상태가 되었고, 그나마 냉동고가 냉장실의 역할을 대신 맡았더군요. 이게 웬 변고입니까. 그래서 반찬 등 급한 놈들은 죄다 냉동고로 옮겼지만 자리가 ..

그냥 저냥 2012.09.28

태풍에 따른 선제적 조치? 좋아하고 있네

'산바'가 할퀴고 간 지난 월요일, 수도권에서도 각 급 학교에, 아이들의 오후2시 이전 하교를 권장하는, 교육청 지시가 하달되었지. 기상 관측 기술과 장비들이 날로 좋아지니 일기예보의 정확성도 상당 수준 높아진 것 같고, 기상 악화에 대비하는 행정 당국의 선제적 조치들도 발빠르게 이뤄지는 것 같아 과거에 비해 적이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런 첨단 기술과 발빠른 조치들에 비해 각 학교에서 취한 행동은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어 욕을 즐쳐 드셔도 싸지 싶어. 불과 이틀 전 일이니 기억을 잘 더듬어 봐봐. 서울은 오후1시 무렵부터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어. 그런데 각 학교에서 아이들을 하교시키기 시작한 시각도 이때쯤이었던 거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내려진 조치인데, 오히려 태풍의 위력이 가..

그냥 저냥 2012.09.19

고구마순 캐기

9월 16일 일요일, 지역 주민 몇 분과 함께 지자체에서 주관한 지역행사에 참석 후, 북한산 둘레길 코스로의 간단한 산행을 계획했었습니다. 오전에 부랴부랴 서둘러 행사장에 도착하게 되고, 산행 계획 때문에 우리 일행은 한창 진행중인 행사장을 빠져나와야 할 상황, 조용히 그곳에서 벗어나 둘레길로 향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참 어중간했습니다. 11시반, 산행을 하고 식사를 하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 힘들 듯하고, 그렇다고 산행 전에 식사부터 하기도 그렇고... 중지를 모아 봤더니, 식사부터 하자라는 의견이 월등, 그래서 부근의 식당으로 향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식당은 민물 매운탕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도착 당시 주차장엔 차량이 모두 3대,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즈음 주차장은 이미 10배 이상의 ..

그냥 저냥 2012.09.17

빗소리와 빈대떡과의 상관관계

지금이 가을일까 늦여름일까... 글쎄... 기후 변화가 극심해진 뒤로는 딱히 계절에 대해 명확한 선 긋기가 쉽지 않군. 그냥 자기가 생각하는 그 계절이 정답인 걸거야. 분명한 건 지금 내리고 있는 이 정체모를 비가 가을을 재촉할 것이란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지.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각에도 그칠 줄 모르고 있어. 우산을 받쳐들고 걷던 길,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유난히 시끌벅적한 곳이 눈에 띄었어. 흠~ 빈대떡집이군. 점포의 전면 유리를 개방해 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마치 블랙홀처럼 이곳으로 빨아들이고 있더군. 전면 개방이야 뭐 요즘 웬만한 점포들의 트렌드라 사실 특별하다 할 것까지야 없지. 하지만 빈대떡 부치는 장면을 전면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게 ..

그냥 저냥 2012.09.14

무한 리필 국수

밀가루 음식, 그 중에서도 특히 국수류를 좋아라 하는 저의 취향은 오래 전부터 길들여지고, 스스로 진화해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어릴 적 주말 점심식사는 대부분 국수로 먹게 해주신 어머님의 영향이 일단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엇그제 동네에 새로운 국수집이 오픈했더군요. 그냥 일반 국수집은 아닌 듯했습니다. 무려 무한리필이란 타이틀을 앞에 내걸었더군요. 이 부분에서 호기심 발동.... 아 물론 무한리필이 아니었어도 언젠가 한 번은 분명 들르긴 했을 겁니다. ㅎ 제가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 종자이기에.... 새로 오픈한 곳이라 내부는 물론 깨끗했습니다. 대중적인 국수집 컨셉이기에 아무래도 인테리어에 큰 돈을 투자한 것 같진 않아 보였습니다. 깔끔한 톤의 색으로 칠하고 예쁜 그림들로 벽면을 꾸몄네요. 앗....

그냥 저냥 2012.09.11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동네 골목 어귀를 살짝 돌면, 선술집 분위기의 조그마한 전집을 하나 만날 수 있지. 가끔 막걸리가 고플 때가 있거든? 그럴 때면 집사람과 난 늘 이곳을 찾곤 했어. 실시간으로 바로 부쳐 나오는 푸짐한 각종 전이 이 가게만의 자랑거리... 집사람과의 술자리가 좋은 건 살짝 흥을 돋울 정도의 적당 주량만 흡입하게 된다는 점이지. 그러다 보니 독주가 아닌 이상은 주종 불문... 친구 녀석들과 함께 마시는 술자리선 솔직히 주량 조절이 어렵잖아. 그리고 은근히 주종을 가리는 녀석들도 있고 말야. 어젯밤, 시장기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막걸리가 동하더군. 집사람도 싫지 않은 내색이었고, 해서 바로 고고씽...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받아든 우린, 매번 먹던 전 대신 신 메뉴를 주문해 보았어. 오징어 불고기로... 막걸리..

그냥 저냥 2012.09.07

귀차니즘용 한 끼 식사

모 대형마트, 정말 간만에 들른 듯하다. 카트 끌며 장보고, 또 구입한 장바구니 들고 오는, 그런 것들이 무지 귀찮아진지 오래거든. 웬만한 것들은 전부 온라인에서 해결하고, 아주 급하거나 오프라인 특성 타는 제품들만 가끔 마트에서 구입을 하곤 하지. 필요한 공산품 구입을 마치고, 식품코너로 내려가 보았어. 물론 의도한 건 절대 아냐. 예전엔 안 보이던 것들이 제법 있더군. 컵밥이란 놈이 눈에 띄네. 중국음식을 종류별로 컵에 담아 놓아, 먹고 싶은 것만 골라 구입 가능하게 해 놓은 컨셉이더군. 여기서 귀차니즘 발동.... 그래 이왕 왔으니 점심식사까지 해결하는거야.. 응? 한 컵에 1,980원, 일단 가장 만만한 잡채를 구입해 보았어. 그래도 명색이 중국음식이라고, 컵 표면엔 중국 전통문양이 새겨져 있더군..

그냥 저냥 2012.09.06

민물장어, 그 씨가 말라가고 있다

얼마 전 저희 동네에 위치한 민물장어 음식점 한 곳이 내부 수리에 들어가더니, 마치 아수라 백작의 반남 반녀 얼굴마냥 절반은 그대로 민물장어, 나머지 절반은 막창구이집으로 변신을 시도했더군요. 간판도 각각 달아놓았길래 저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하고 의아해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신문에 등장한 기사 하나가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에 마침표를 찍어주더군요. 장어의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담스러운 가격은, 장어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다른 음식으로 되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란 데 있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으로 인해 민물장어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합니다. 문제의 발단을 기후 변화로 보는 ..

그냥 저냥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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