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고구마순 캐기

새 날 2012. 9.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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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일요일, 지역 주민 몇 분과 함께 지자체에서 주관한 지역행사에 참석 후, 북한산 둘레길 코스로의 간단한 산행을 계획했었습니다. 오전에 부랴부랴 서둘러 행사장에 도착하게 되고, 산행 계획 때문에 우리 일행은 한창 진행중인 행사장을 빠져나와야 할 상황, 조용히 그곳에서 벗어나 둘레길로 향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참 어중간했습니다. 11시반, 산행을 하고 식사를 하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 힘들 듯하고, 그렇다고 산행 전에 식사부터 하기도 그렇고... 중지를 모아 봤더니, 식사부터 하자라는 의견이 월등, 그래서 부근의 식당으로 향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식당은 민물 매운탕으로 유명한 집입니다. 도착 당시 주차장엔 차량이 모두 3대,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즈음 주차장은 이미 10배 이상의 차량들로 꽉 찬 상태였습니다. 이 집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입구에 놓여있는 수족관엔 메기들로 그득.... 낚시 좋아하는 일행 중 한 분이 저렇게 해야 메기 몸에 있는 흙이나 뻘 성분들이 모두 빠져 나간다네요.


자리에 앉아 메기 매운탕을 주문합니다. 민물고기에 관한 한 평소 잡는 건 좋아하지만, 먹는 일은 질색인 성향이라.. 식당 선택에서부터 별로 내키지 않았던 터, 대충 먹고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었습니다. 하지만, 두툼하게 도막을 친 메기 몸통을 꺼내 살을 발라 먹어 보니 예상을 전혀 빗나간 맛, 이 식당의 인기가 괜한 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몸통 가운데를 지나는 큰 뼈를 발라내면, 특별히 잔 가시도 많지 않았습니다. 매운탕 안에 추가로 넣는 수제비는 무한 리필, 덕분에 포만감 있게 먹을 수 있었으며, 한 잔씩 반주로 걸친 막걸리는 적당히 몸의 흥을 돋워주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먹느라 음식들은 이미 뱃속으로 사라진지 오래... 때문에 이미지는 생략...

 

 

식사를 마쳤으니 본격 산행을 떠나야겠지요.... 그러나 사람 마음은 간사한 것, 일단 식사를 마치니 산행에 대한 욕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신 주변에 가꿔 놓은 텃밭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이 텃밭은 지역민들이 십시일반 도와 나중에 수확한 작물을 판매, 지역 봉사에 활용하려 가꾸고 있는 곳입니다. 평소 바쁘단 핑계로 한 번도 와보지 못했었는데, 이제서야 오게 되네요. 수백평의 밭에 고구마와 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고구마순을 따라는 특명이 내려졌습니다. 고구마순이란 잎이 달린 줄기부분을 말함이더군요. 이 나이가 되도록 밥상에 차려진 고구마순 먹는 일만 해봤지, 자라나고 있는 녀석을 언제 구경이나 해봤겠어요? 채취하는 요령을 배운 후 본격 따기에 나섭니다. 잎과 줄기를 다 따버리면 고구마가 제대로 자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이런 식으로 솎아주어야 영양분이 아래로 가게 되어 튼실한 고구마를 볼 수 있게 된다 하대요. 역시 사람이든 식물이든 끊임없는 관심과 보살핌 속에서만 올바른 생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체득하는 순간입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채취한 결과, 커다란 비닐 봉투에 가득 담길 정도의 분량을 얻었습니다. 함께 하신 일행분들, 이 녀석 갖고 집에 가면 마눌님과 어머니한테 사랑받을 거라며, 함박 웃음을...

늦은 오후, 산행? 아니 텃밭 가꾸기를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지게 됩니다. 산행을 하려던 계획에서 텃밭 가꾸기로 급선회하게 된 오늘 일정, 덕분에 서울 촌놈이 고구마순이란 것도 따 보고, 고구마가 어찌 자라는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순은 껍질 벗겨내는 게 일이라 하던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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