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반신불수 된 18살 냉장고

새 날 2012. 9.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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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냉장고는 18살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놈이 얼마 전부터 헉헉거리더니 결국 반쯤 사망해 버리셨습니다. 어쩐지 비명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내지르더군요. 그럴 때마다 한 대씩 쥐어팼지만, 그 끔찍한 소리는 여전했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비명 소리는 자신의 명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었던 거였어요. 빽빽 울던 녀석이 어느 순간 갑자기 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더군요. 이젠 괜찮아졌지 싶어 적이 안심하고 있던 저흰 그만 이 녀석의 상태가 정말로 심각해졌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된답니다.

 

냉장실은 제 역할을 전혀 못하는 식물 상태가 되었고, 그나마 냉동고가 냉장실의 역할을 대신 맡았더군요. 이게 웬 변고입니까. 그래서 반찬 등 급한 놈들은 죄다 냉동고로 옮겼지만 자리가 너무 비좁아서....

 

그래서 질렀습니다. 내일 모레면 추석이잖아요. 이 상태로 추석을 지낼 순 없기에 어제 모 전자 마트에 가서 걍 지르고 왔답니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 모델별 최저가 조회를 하여 리스트를 만들어 갔지요. 마트 직원이 특별히 내색은 안 했지만, 솔직히 이쯤되면 나 같아도 진상 고객으로 분류했을 듯....

 

온라인에서 구입하게 되면 배송기간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더군요. 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흰 당장 급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고르고 골라 우리나라 대표급의 양대 전자 회사 제품으로 압축했는데, 마트 직원의 설명이 객관적이지 않고 모 회사로 약간 기운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 회사 제품이 더 많이 남는 모양인가 봐요. 그래서 저희도 걍 기분 좋게 권유해주는 회사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뭐 실제로 좋으면 더 좋은 거고, 아니어도 그 직원에게 약간이나마 이득이 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것 아니겠어요? ㅎㅎ

 

오늘 아침 일찍 설치 기사분께서 방문하여 설치까지 끝냈습니다. 그런데 설치라는 말, 참 짧습니다만 실제 설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의 과정은 노가다의 연속이었습니다. 반신불수 냉장고 안에 있던 물건 죄다 꺼내 놓아야지요, 새 냉장고는 덩치가 훨씬 크기에 들여놓을 자리 마련을 위해, 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주변 짐 다 끄집어 내어 정리해야지요. 냉장고는 부엌에 딸린 작은 방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방 안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 놓으니 이건 완전 이삿짐 꾸리는 거랑 진배 없더군요. 냉장고 하나 들여놓는다는 것이 이리 고된 일인 줄은 미처 몰랐던 거예요. 물론 저희 집 구조가 거대 냉장고가 들어오기엔 약간 미로처럼 복잡하고 좁기에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요. 오늘 오전은 냉장고 덕분에 완전 진을 빼버렸습니다. ㅎ

 

사실은 18살 냉장고를 웬만하면 살리려 했어요. 그래서 수리비를 알아 보았더니 40만원이라 하대요. 배보다 배꼽이 크더란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입니다. 별 수 있나요. 비록 거금이 들어가지만 지를 수밖에... 더 웃긴 건 20만원 할인 받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을 신용카드 한 장 만들어야 했던 거지요. 이걸 만들어야 기본 5만원 할인에, 통신비 5만원 그리고 세이브 조건으로 10만원 입금 등등의 혜택을 주더군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10개월 무이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 요놈 관리하려면 약간의 노력 정도는 필요해 보여요. 그런데 최소한 할부 기간인 10개월 동안 절대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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