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전주한옥마을, 더 이상 한옥마을 아니다

새 날 2014. 11. 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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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로 향하기에 앞서 전라북도 임실군에 위치한 구담마을을 먼저 다녀왔습니다.  19명이 거주 중인 아주 자그마한 마을이었지만, 맑은 섬진강물이 끼고 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산골이었습니다.  이날 기온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을 만큼 활동하기에 최적이었네요.

 

 

마을 앞을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입니다.  다슬기가 유명하다더군요.

 

 

산골마을 곳곳엔 여러 작물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중 무가 아주 앙증맞게 자라고 있어 사진에 담아봅니다.  도심에선 이런 모습 보기 정말 힘들잖아요.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대로 익어 터져버릴 것 같은 휴일 오후, 섬진강물은 주변에 방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매우 조심스레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일주도로가 산책코스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느릿한 걸음 뒤로는 가을이 저만치 도망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했습니다.  하늘거리는 억새 역시 저물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는 거겠죠?  강 건너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지역이라더군요. 

 

 

한적한 구담마을을 벗어나 1시간 가량 달린 차가 도착한 곳은 전주한옥마을입니다.  



주변 도로에 주차된 차량과 혼잡한 교통 상황을 보니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입구는 사람들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우선 갈증 나는 목을 축이기 위해 이곳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자몽아이스맥주를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다소 비싼 게 흠이지만, 뭐 맛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일단 갈증은 해소됐습니다.

 

 

다만,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골목 곳곳엔 사람들로 그득합니다.  만만해 보이는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마을 구조가 2년전에 왔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점이며, 당시 대부분 둘러봤기에 딱히 아쉬울 게 없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먹거리의 종류만 많아진 모양새로군요.  예로 든다면, '무슨 무슨 꼬치' 시리즈가 유명세를 타며, 수십분 줄을 서야 겨우 구입 가능했고, 모 제과점에서 만든 빵을 사려는 줄은 끝이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옥을 보러 온 건지 사람 구경을 하러 온 건지 당최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실은 한옥도 대부분 최근에 새로 단장된 형태라 큰 감흥을 얻기 어려웠는데, 이젠 분위기마저 본격 상업적인 색채로 덧칠되니 한옥마을이란 이름이 무색해질 지경입니다.  사람이 많은 거야 워낙 유명세를 타니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이런 식의 이상한 방향으로 변모해 가는 형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 바람직스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람에 치여 돌아다닌다는 일이 도무지 내키지 않아 오목대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인증샷은 남겨놓아야 하지 않겠나요?  그래서 조망대에 올라섭니다.

 

 

조망대의 포토존에서 보이는 전주한옥마을 전경입니다.

 

 

그나마 이 위치에선 사람이 그다지 보이지 않아 다행이로군요.  여담입니다만, 오목대가 있고, 이목대라는 곳도 있는데, 이 두 곳의 안내판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아육대'라는 단어가 머리속에서 맴돌더라는..  -_-;;

 

 

오목대와 반대편을 잇는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오목교라 불리는데, 이곳을 지나면 벽화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2년전에도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당시엔 이곳을 보지 못했기에 들러 가기로 합니다.

 

 

요즘 여행지엔 이런 류의 벽화마을이 많더군요.  뭐 나름 아기자기한 맛은 있습니다만, 해당 마을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은 관광객들의 등쌀에 얼마나 괴로울지 은근히 걱정스럽더군요.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전주한옥마을'이 아니라 '전주한옥상가'라고 하십디다.  뼈아픈 지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이곳이 본질로부터 한참이나 벗어나있다는 방증입니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다시는 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전통은 없고, 사람에 치이며, 온갖 상업성 제품들만 판을 치는 이곳을 진정 '한옥마을'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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