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고즈넉함에 시간마저 멈춘 듯.. 횡성 풍수원성당

새 날 2014. 8. 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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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토요일, 날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전날 일기예보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이날까지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이 영향권이라더군요.  그래서 그랬던 걸까요?  하늘은 온통 무언가로 뒤집어쓴 듯 뿌얬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에 도착해서도 여전했습니다.

 

 

횡성에 위치한 풍수원성당에 들렀습니다.  병인박해 당시 이곳으로 피해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일대가 조성되었으며, 1907년에 지어진 국내 세번째로 오래된 성당이라더군요.  강원도내에선 제일 처음 지어진 성당이기도 하고요.  국내 최대 순례지로 알려진 곳이랍니다. 



성당을 품고 있는 땅은 꽤 넓었습니다.  성당 입구에 버티고 선 두 그루의 나무를 통해 이곳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케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미사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 내부를 볼 수 있었네요.  특이하게도 신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였습니다.

 

 

내부 모습입니다.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일부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고해성사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만, 정작 그 안의 구조보다 입구에 붙여진 김수환 추기경의 그림과 말씀이 담긴 스티커가 오히려 제 눈길을 끌고 있었습니다.

 

 

열린 창문 밖으로 펼쳐진 짙은 녹음을 보니 이곳이 강원도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100년이 넘은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돼있는 것 같았습니다.  깔끔하네요.

 

 

고요함과 적막감이 흐르는 이곳에 서 있으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입니다.  어디선가 한 줄기 불어오는 바람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주교 신자이신 부모님께서는 성모 마리아상을 만나자 자석처럼 끌리더니 그 아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계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저 멀찍이서 이런 모습을 지켜봅니다.

 

 

횡성에 왔으니 횡성 한우를 맛봐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우린 적당한 식당으로 들어가 불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매우 정갈하며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연신 맛있다며 칭찬하기 바쁘신 아버님이셨습니다.  무척 다행입니다.  일단 부모님께서 만족하셨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물론 저희도 맛나게 먹었답니다.

 

오후에 허브농원에 잠시 들렀는데, 위 이미지의 '한려화'라는 허브에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식용꽃이라 비빔밥으로 해먹기도 한답니다.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했네요. 

 

이곳 사장님이 묻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다양한 허브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답니다.  이윽고 아로마 테라피 시범을 보여주셨지요.  그런데 허브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모습 속에서 장삿속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아 기분이 영 별로였답니다.

 

최근 교황의 방문으로 일반인들의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답니다.  그래서 이곳 풍수원성당 역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중 하나가 되었다더군요.  조용하던 곳이 갑작스런 열풍으로 시끌해졌지만, 우리의 냄비근성이 이 또한 곧 조용히 잠재우겠지요? 

 

아무튼 바람마저 조용히 쉬어갈 듯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곳에서 복잡했던 머리와 답답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왔답니다.  이날 기온이 무척 높았나봐요.  돌아다니느라 조금 힘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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