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붕어빵엔 붕어가 없지만, 새우깡엔 새우가 있더라

새 날 2014. 11. 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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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인삼막걸리는 비가 올듯 말듯 우중충했던 이날 날씨만큼이나 걸죽했다.  서울에서 먹던 종류와는 분명 차원이 달랐다.  인삼 향이 기본인 데다, 대추 따위의 덩어리들이 마구 씹혔다.  식당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김 모락모락거리는 따끈한 손두부와 함께하니 그 맛은 더욱 푸짐했다.  정확히 한 잔씩 걸치려 했건만, 결국 반 되를 더 시키고 말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저 동병상련이 이날 우리를 이곳으로 향하게 만든 듯싶다.  이미 단풍 열기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듯 나뭇잎의 색채가 깨끗하지 못하고 영 거시기했다.  



그나마 기후가 아직은 온화해 가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뿌연 하늘과 투명하지 못한, 물 빠져 퀭해진 바다가 우리의 어지러운 현재 마음을 말해주는 듯싶다.  최대한 높은 곳까지 걸음을 재촉해 본다. 

 

 

대웅전이 멀리 발 아래 놓이고, 바다마저 저 아래 멀찍이 보일 만큼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한 용의 손아귀와 여의주 위엔 정체 모를 동전들이 놓여있었다.  짐작컨대 누군가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일 듯싶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듯 새우깡엔 분명 새우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질소 가득한 봉투와 터무니없이 비싼 과자 가격만으로도 우린 과자 제조회사들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우깡을 먹기 위해 죽자고 달려드는 갈매기들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갈매기들이 좋아한다는 건 결국 새우깡 안에 새우 성분이 약간은 섞여있다는 방증일 테니 말이다.

 

 

아울러 사찰 앞에서 맛보라며 나눠주던 새우튀김의 맛을 통해서도 새우깡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신기하게도 새우튀김에선 새우깡의 향이 전해져왔다.

 

날씨는 여전히 꾸물거린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에도 그랬다.   잘 들어갔는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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