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찌는 무더위 속 대부 해솔길을 터벅터벅 걷다

새 날 2014. 6. 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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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뉴월에 때아닌 우박과 용오름 같은 기이한 현상을 몸소 시전해 주시던 기단이 물러나자 한반도 상공엔 예의 그 덥고 습한 기단이 떡하니 꿰차고 나앉은 모양입니다.  네.. 덕분에 6월 14일은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습죠.  제약된 시간 탓에 멀리 갈 수 있는 입장은 못 되고 해서 서울 근교로 다녀와야 했답니다.  이번엔 대부도 부근입니다.

 

 

제주도 둘레길을 필두로 각 지자체마다 유사한 '길'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곳 대부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해솔길이라 불리는 예쁜 트래킹 코스가 있었습니다.  총 7개 코스, 74km라는 제법 긴 거리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하루만에 모두 완주할 수는 없는 일기도 하거니와 다른 곳도 돌아봐야 하기에 저흰 그 중 1코스를 선택했답니다.

 

 

물때에 맞추느라 대부 해솔길을 가기 전 먼저 탄도항에 위치한 누에섬에 들릅니다.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엔 갯벌이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상황입니다.  작렬하는 태양빛이 너른 갯벌과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가뜩이나 더운 날씨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었습니다. 



풍력발전기 뒤로 보이는 외딴섬이 바로 누에섬입니다.  누에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만, 글쎄요.. 모양이란 건 그냥 보기 나름 아닐까 싶네요.

 

 

물 빠진 갯벌 위로 갈매기 떼들이 모여 앉았는데, 간혹 사람들이 들고 있던 새우깡에 반응을 보이더군요.  녀석들, 야생성은 갈수록 상실한 채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져 가는 모습입니다.

 

 

누에섬에 당도하여 좌측 방향으로 돌아나가는 중입니다.  여기까지의 이동만으로도 벌써 땀이 흥건해지는 상황입니다.

 

 

누에섬 정상엔 등대 전망대가 위치해 있는데, 중간쯤 올라온 것 같습니다.  발 아래 사람들의 모습이 깨알 같은 걸 보니 꽤나 높아 보이네요.

 

 

드디어 등대 전망대에 올라섰습니다.  주변으로는 온통 갯벌 천지입니다.  바닷물이 빠진 을씨년스런 모습 때문인지 왠지 더 덥게만 느껴지는군요.  이제 대부 해솔길로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 점심식사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나 더운 날 신기하게도 식당 창가에선 에어컨 바람보다 더 차가운 천연 바람이 연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늘만 있어도 제법 선선한가 봅니다.  점심으로 먹은 해물칼국수와 파전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살짝 곁들인 경주법주 막걸리 또한 더 달달했고요. 

 

 

대부 해솔길 1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트래킹 코스라 그런지 오르막이며 내리막길도 있었고, 제법 산행과 비슷한 느낌의 코스도 있더군요.  뾰족 구두 신고 오신 여성분들은 덕분에 꽤나 고생하고 계십니다.  트래킹 중간에 위치한 구봉 약수터에도 들러 시원한 약수 한 사발을 들이킵니다.  이 물이 10년을 더 살 수 있게 한다나 뭐라나.

 

 

해솔길 중간에 언뜻 비치는 해변 풍광, 저희도 조금 후면 저 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물론 갈 길이 제법 멀긴 하지만요.  빨리 가고 싶군요.

 

 

개미허리다리라 불리는 곳입니다.  저 다리를 건너면 낙조 전망대가 위치해 있습니다.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인 셈이지요.

 

 

이곳이 바로 낙조 전망대가 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저희도 저곳에서 한 컷.

 

 

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서해바다, 해무가 잔뜩 끼어 먼 곳은 시야에서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군요.

 

 

이제 조금 전 해솔길 중간에 보였던 해변길을 걷기 위해 개미허리다리 아래로 빠져 나옵니다.

 

 

아래 해변길에서 보이는 개미허리다리, 날씨는 청명합니다만, 그만큼 덥습니다.  꽤 긴 거리를 걸은 탓에 땀이 비오듯 연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일행과 함께 저 바위의 모양을 보고 이런 저런 이름을 붙이며 지나갔지만..

 

 

좀 더 앞으로 가니 이렇듯 두 개의 큰 바위로 이뤄져 있더군요.  할매 할아배바위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으며, 왼쪽이 할매, 오른쪽이 할아배랍니다.  이제 대부 해솔길 제1코스를 모두 완주했네요.  여행길에 오를 때마다 느끼지만, 역시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여행조차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위 속 흘린 땀으로 인해 부족해진 체액은 일행들과 함께 수박을 깨 먹으며 보충했습니다.

 

 

원래는 대부 해솔길을 돌기 전 옹진군 선재도에 위치한 목섬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저녁 일정에 쫓겨 취소 위기에 처해졌던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빠른 이동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그냥 멀찌감치서 바라볼 기회나마 주어졌답니다.

 

물때가 맞지 않아 바닷물로 가득해진 해변으로 다가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목섬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탄도항 누에섬을 들른 후 바로 왔더라면 선재도와 목섬으로 연결된 길이 쫘악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무척 아쉽기만 합니다.

 

목섬을 끝으로 이번 여행길을 마무리짓습니다.  무더위 속 터벅터벅 걷는 해솔길, 비록 온몸을 땀으로 흥건히 적실 정도로 덥고 힘들었지만 특히 황량한 갯벌을 뒤로 한 채 걷는 느낌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만큼 묘한 기분을 전해 주기에 충분했더랬습니다.  아마도 낙조와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아름다운 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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