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청풍명월을 즐기기엔 아직 추웠다

새 날 2014. 4. 7. 13:34
반응형

한낮 기온이 20도 이상 치솟는 때이른 고온 현상 탓에 벚꽃이란 벚꽃이 몽땅 피어버린 4월 초, 며칠전 비를 살짝 뿌리는 기압골 하나가 지나가더니 미친 듯한 기온은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아침 기온이 무려 10도 이상 낮아지고 찬바람이 불며 마치 한겨울을 연상케 한다. 

 

때를 모르고 피어난 꽃들은 아마도 추위 속에서 '얼음땡'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벽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  덕분에 겨우내 입었던 외투를 다시 꺼내 내피를 떼낸 채 입어야만 했다.  

 

 

첫 행선지인 제천의 금월봉에 도착했다.  날은 쌀쌀했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아 쾌적한 느낌이다.  제천 지역은 거대한 석회암 지대로 이뤄졌는가 보다.  금월봉 역시 석회암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인데, 마치 금강산 마냥 다양한 봉우리들을 볼 수 있어 작은 금강산이라 불린단다.

 

 

 

봉우리 가운데로 길이 뻥 뚫려 있길래 무얼까 궁금하여 가보았지만, 별 것 없다.  허무하다.

 

 

 

 

봉우리에 오르지 말라는 안내판과 함께 위험 문구가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올라가고야 마는 사람들, 우리네의 멘탈 수준이다.

 

 

 

그냥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걸, 왜 굳이 오르려 할까?

 

 

충주호, 제천 지역에선 이렇게 불렀다간 한 대 맞을지도 모르겠다.  청풍호라 불러야 한단다.  충주댐 건설 당시 인공으로 조성된 충주호는 제천과 충주, 단양을 거쳐 꽤나 넓게 형성되어 있는데, 제천의 청풍면이 그에 포함된 탓인 듯싶다.  어쨌든 70년대 수몰 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 다름 아닌 이곳 청풍문화재단지다.



이미지에서 보듯 청동기로부터 시작해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문화재들이 보존되어 있었다.  청동기의 지석묘 방식인 고인돌이 눈길을 끄는데, 저곳에선 실제 인골이 출토됐단다.

 

 

3년만 더 지나면 만들어진 지 700년을 꽉 채운다는 고려 시대 누각 한벽루, 원래는 저 밑의 남한강가 바람길에 설치되어 있어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시원함을 자랑했단다.  하지만 수몰로 인해 생뚱 맞게 산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다.  오호통재라..

 

 

저 위로는 망월산성이 보인다.  올라가려면 꽤나 많은 체력 소모가 예상된다.

 

 

망월산성 가는 길 우측으로 펼쳐진 봉우리들, 맨 뒤에 위치한, 처녀가 누워있는 형상의 흐릿한 봉우리가 월악산이란다.  날씨가 좋을 때나 관찰이 가능하다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날 우린 이를 볼 수 있었다.

 

 

아까 둘러보았던 한벽루가 저 밑에 보인다.  꽤나 까마득하다.

 

 

드디어 망월산성 꼭대기에 도착했다.  앞에 펼쳐진 남한강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은 수도권 상수원이라 어떠한 개발도 허락되지 않아 말 그대로 청정지역이란다.  이 강물이 서울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는데,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산하는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이다.

 

 

서로 다른 소나무가 한데 엉켜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 이곳을 한 바퀴 돌면 사랑이 돈독해진다니 안 돌 수가 없다.  마눌님과 함께 열심히 돌았다.

 

 

개나리가 너무 샛노랗고 예쁘길래 한 컷 했지만, 이미지로 뽑아보니 그 느낌이 안 산다.

 

 

통일신라 불상, 무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단다.  재밌는 건 부처님 코 오른쪽이 뭉개진 듯 일부 깎여 맨들맨들해져 있는데, 조선시대 때 저 코의 돌가루를 떼내 먹을 경우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풍문 때문이라는..  조선시대 여인네들, 참 불쌍했다는..

 

 

청품문화재단지 아래쪽에선 벚꽃 축제준비가 한창이다.  아마도 요번주가 축제기간이라는 것 같은데, 벚꽃은 이미 만개했다. 이를 어쩌나..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벚꽃, 마치 눈이 쌓인 것 같다.

 

 

 

 

어머, 예쁘기도 하지.

 

 

 

기온만 조금 더 높았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을..

 

 

단양으로 이동했다.  단양팔경의 으뜸이라는 도담삼봉을 지나 가파른 계단길을 한동안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석문,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암석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아래에 펼쳐진 남한강과 마을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석회동굴의 일부가 붕괴되며 저런 형태가 만들어졌을 것이란..

 

 

석문을 찍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던 중 보이는 도담상봉의 옆구리 모습

 

 

아래를 쳐다보니 꽤나 높다.

 

 

이렇게나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온 셈이니,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런 좋은 구경도 결코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도담삼봉의 모습, 가운데가 남편, 오른쪽이 첩, 왼쪽이 마눌님이란다.  남편님과 등 돌리고 있는 마눌님이 웃긴다.

 

 

단양팔경 구경을 마친 후 아홉번째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여기?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반대로 이날도 5일장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지 뭐, 내가 가는 날은 늘 그랬으니..  썰렁한 시장은 볼거리가 한 개도 없다.  다행히 시장기를 해결해 줄 만한 장소를 발견, 사람들이 가장 붐비던 분식집에 들러 매운 오뎅과 메밀 잡채말이를 주문, 폭풍흡입했다.

 

사람들이 왜 많은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맛이었다.  단양은 육쪽 마늘이 유명하단다.  그의 흔적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강정이나 만두, 심지어 떡갈비 앞에도 모두 '마늘'자가 붙어있다.  그랬다.  이곳만의 퓨전음식인 셈이다.

 

제법 가파른 곳을 몇 차례 오르내렸더니 삭신이 쑤셔온다.  노곤하다.  이렇게 쌀쌀했던 2014년의 어느 봄날도 저물어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