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떠나가는 가을 끝자락 붙들러 충남 아산으로 향했다

새 날 2013. 11.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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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는 가을, 그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  11월 9일의 일이다.  전국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비가 그치면 첫 겨울 추위가 온단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도 오전 이른 시각엔 해도 간간이 구름 사이를 뚫고 얼굴을 빼꼼이 내비치곤 했다.

 

차는 충남 아산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외암리 민속마을, 오전 9시쯤 되었을까?  주변은 한적하다 못해 무척이나 고요하다.

 

 

실개천을 사이로 민속마을일 듯한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풍스런 기와집들과 돌담들이 정겹다.

 

 

 

 

 

 

마을엔 가을이 제대로 찾아왔다.  아 물론 이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입동도 지난데다 이날 비가 내리면 동장군의 습격으로 인해 가을이란 녀석, 꽁무니를 빼며 도망갈 게 틀림 없기 때문이다.

 

 

 

 

 

굴뚝의 모습이 이채롭다.  저곳에선 실제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는데, 항아리를 쌓아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에선 장작 떼는 냄새가 진동을 하며, 내 안에 잠재된 시골에 대한 향수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간혹 구름이 걷히며 퍼런 하늘의 속살을 살짝 내비친다.  그래, 너도 물러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는가 보구나.

 

 

 

 

고택에선 민속놀이를 체험해볼 수도 있으며,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풀어놓고 있었다.  마을 입구엔 장승이 여행객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아산 하고도 온양하면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물 좋기로 소문난 이곳엔 과거 조선시대 때 임금이 온천을 위해 행차하곤 했단다.  6-70년대엔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던 곳이기도 하다.

 

 

온양온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족욕탕, 어찌 그냥 지나칠소냐.  신발과 양말을 벗고 너나 할 것 없이 발을 담근다.

 

 

그런데...  내가 앉은 쪽에서 새 온천물이 나오는 모양이다.  무진장 뜨거웠다.  발을 담그는 순간 너무도 뜨거웠지만 억지로 참아야 했다.  발을 보니 시뻘겋다.  에고 에고 이게 무슨 변고인고...

 

 

온천 족욕을 끝낸 개운한 상황, 점심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은행나무 가로수길로 향했다.  일기예보가 틀렸다.  저녁부터 내린다던 비는 이미 오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낭패가...

 

 

 

 

 

비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두들 저물어가는 늦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은행나무로 이뤄진 터널, 운치 있다.  다만 단점이라면, 은행 열매로 인한 냄새 때문에 코가 진동한다는 점 정도?  그래도 가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지자체에서 마련한 미니 연주회 또한 주변 분위기와 날씨에 너무도 잘 어울렸다.  비록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상황이지만 손에 쥔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듣는 팝페라 가수의 노랫소리는 정말로 달콤했다.

 

 

게다가 오카리나로 듣는 "무조건"은 색다르고 재밌기까지 하다.

 

 

 

 

은행나무 가로수길 아래의 천변엔 코스모스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만, 꽃은 이미 절정을 한참 지나 지고 있는 중이었다.  꼭 저물어가는 가을의 속살을 보는 듯해 아쉬웠다.

 

 

 

은행나무 가로수 옆길도 나름 운치 있다.

 

 

 

 

 

 

현충사에도 이미 가을은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도 깊숙이...

 

 

 

 

 

 

 

 

 

 

안구에 습기가 차듯 카메라 렌즈에도 습기가 찬 모양이다.  이게 다 비 때문이다.  덕분에 이미지가 뒤로 갈수록 뿌옇다.  어차피 똑딱이의 품질이니 별로 기대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다. 



비가 내리느라 날은 더 금방 어둑해지고 있다.  아직 오후 5시인데 벌써 어둠이란 녀석이 서두르고 있었다.  늦가을 대지를 적시고 있는 이 비 그치면 이제 올 가을도 저멀리 떠나 보내야 한다.

 

보내기 싫은 가을 붙들러 떠난 여행이었지만, 자연의 섭리를 어쩔 도리 있겠는가.  그냥 조용히 놔주고 돌아오고 만다.  이렇게 떠나가는 가을의 마지막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다 본다. 

 

잘가라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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