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해발 500 고지의 전북 장수 여행

새 날 2013. 10. 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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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며칠전보다 조금 더 쌀쌀해졌지만 가을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당연한 건가?  이 좋은 날, 그것도 휴일을 그냥 썩혀 버리기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건반사적으로 전북 장수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싣는다.  제법 먼 거리이기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역시나 여행도 부지런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늘 여행길의 첫 코스 장계 5일장터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몸을 엄습해 온다.  시장의 규모는 뭐 고만고만했다.  다만 시골 5일장의 분위기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고장만의 고유함이나 특별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다.  장수가 내세우고 있는 특산물은 한우와 사과다.  허나 특산물이라고 하여 특별히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고, 일반 시장처럼 그냥 잡다한 물건들만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전략으로는 어림도 없을 듯싶다.  다양한 구색맞춤 뿐 아니라 장수만의 색깔을 갖춰야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질 좋은 장수만의 특산물을 푸짐하면서도 값싸게 판매하면 될 듯싶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마침 집에 오미자가 떨어졌길래 그를 사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원래는 시골집에서의 시골밥상이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때마침 주인장께서 아프시단다.  덕분에 부근의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음식점에서의 식사도 매우 훌륭했다.  깔끔한 밑반찬과 다양한 버섯이 가득한 된장찌개는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달뜬 마음에 맛난 대나무통 술도 한 잔씩 걸쳤다.  

 

 

식사를 마치고, 장수의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한 피클 만들기 체험을 위해 체험장으로 이동한다.  이미 재료는 다 갖춰져 있었다.  맛보라며 준 사과 한 조각을 먹어보니, 밀도가 묵직하며 실한 게 제법 맛난다.  이러한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피클이라면 이 또한 괜찮을 듯싶다.

 

 

재료는 매우 단촐하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다섯가지의 재료면 충분하다.  물론 국물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우선 요리전문가의 안내대로 사과를 이쁘게(?) 썰었다.  물론 평소에 해보지 않은 짓이라 영 버겁다.

 

 

이번엔 양파를 다듬는다.  그냥 하라는 대로 썰어본다.

 

 

오이도 썰고..

 

 

고추도 나름 이쁘게(?) 썰었다.

 

 

마지막으로 마늘을 썰었는데, 이 대목에서 매운 기운이 올라오며 눈물이 주루룩...ㅠㅠ

 

 

썰은 재료들을 한데 모아 마구잡이로 섞는다.

 

 

유리병에 한가득씩 담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쪽에서 준비된 국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주면 끝..   참고로 국물의 재료는 설탕, 식초, 간장, 물을 1:1:1:3의 비율로 넣어 끓여주면 된다.  이제 집에 가져가서 먹는 일만 남았구나.  과연 어떤 맛일런지...

 

 

장수의 마을 전경, 휴일이라 그런지 조용하며 유독 평화로워 보인다. 

 

 

장수목장으로 이동했다.  목장 한쪽 귀퉁이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마다.  얘들은 일반 말과는 달리 숏다리라 잘 달리지 못하게 생겼다.  그냥 관상용인가 보다.

 

 

녀석의 콧바람은 엄청나다.  주변에 널린 흙이나 잡초들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의 가공할 힘을 자랑한다.  수염은 하얗다.  늙어 그럴까 아니면 원래 흰색이라 그런 걸까.

 

 

그 옆에 함께 살고 있는 녀석은 키가 더 작다.  너 같은 숏다리도 말이니?  흥~   털을 부러 이쁘게 관리했는가 보다.  "그래 너희들은 걍 이뻐 보이면 그만이겠네. 관상용이니까...  그치?"

 

 

한켠에선 승마체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나도 타보았다.  느낌 어떠냐고?  뭐 걍 말 타는 느낌?  그러하다.  그런데 내가 타고 가던 녀석이 잘 걷다가 갑자기 서서 한동안 움직이질 않는다.  반대편에선 자동카메라가 승마체험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기에 그 때문인가 하여 기수에게 물었더니, 황당한 답이 돌아온다.

 

응가 중이란다. ㅠㅠ  녀석들은 시도 때도 없구나.

 

 

목장 관람을 마치고 자리를 옮긴 곳은 논개의 생가지다.  생각보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저 멀리 논개의 동상이 보인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논개의 성이 주씨라는 사실은 이날 처음 알게 됐다.  동상의 규모도 상당했다.  과연 이렇게까지 크게 꾸며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논개의 생가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물론 새로 만들었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을 듯싶다.  아울러 실제 논개의 생가는 이곳이 아닌 저 아래 수몰된 곳이란 얘기를 언뜻 본 것 같다. 

 

 

논개의 생가 우측으로는 도깨비 전시관이란 곳이 있었다.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려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이라 평가해주고 싶다.  안에는 그냥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도깨비 전시관을 나오게 되면 저 아래로 이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새로 조성된 듯한 모양새다.  집집마다 장작을 태우는 듯 시골냄새가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  아 이 분위기 너무 좋다.  아늑한 고향집에 온 느낌이다.

 

 

보아하니 마을 전체를 새로 단장한 것 같다.  이쁘장하니 마치 옛날 구전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마을이 연상된다.

 

 

논개생가마을이란다.  논개 생가와 연계한 관광단지인가 보다.

 

 

이곳은 1박2일 프로그램에서 이승기가 연자방아 짛던 곳이란다.  그래서 올라가 보았다.

 

 

 

뭐 정원도 이쁘게 꾸며져 있고, 아늑한 느낌이 꽤나 괜찮긴 하다.  방도 빌릴 수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숙박도 가능한가 보다.

 

 

이곳이 통틀어 주촌민속마을?  아울러 관광객들을 위해 여러 코스로 나눠 운영 중인 듯했다.  우리가 내려온 길은 3코스?

 

마을 꾸밈새나 분위기로 봐선 얼마전에 가보았던 대구 마비정마을의 판박이다.  벽화만 없을 뿐이다.  자연스런 시골마을의 풍광을 제법 그럴싸하게 만든 점이 엇비슷했다.

 

장수란 지역은 사실 지리 교과서 같은 곳에서나 들어봤을 뿐 실제로 발로 딛고 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발 500미터의 고지에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됐다.  우리의 산하가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냐만 장수 또한 타 지역 못지 않은 관광자원을 갖춘 곳임엔 틀림 없는 듯하다.

 

한층 무르익어가는 이 가을날을 그냥 하릴없이 집에서 빈둥거릴 수 없어 발걸음을 재촉해 보았는데, 제법 흡족한 하루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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