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영주사과 만큼 달달했던 경북 영주 여행 : 부석사, 무섬마을

새 날 2013. 10. 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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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가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월요일 첫날부터 가중되는 피로감 때문에 웬만하면 일요일 외출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짧디 짧은 계절, 우리 곁을 떠나 곧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번엔 경상북도다.  가장 먼저 떨어진 곳은 영주의 부석사, 태백산 부석사란 황금색 글귀가 눈에 확 띈다.  그런데 길이 제법 가파르다.  역시 유명 사찰들은 대부분 산 깊은 곳에 콕 박혀 있었다.  덕분에 무릎이 고생한다.

 

 

입구 단청의 모습이 곱다.  칠을 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이다.

 

 

다 올랐다 싶었는데, 산 넘어 산이다.  본당이 있는 곳을 가려면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에고 힘들다.  기온이 전날부터 풀려 차갑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반팔을 꺼내 입어야 할 듯하다.

 

 

사대천왕이 있는 문을 통과하여 경내로 들어섰다.  절은 꽤나 경사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영주 부석사는 태백산이 끝나고 소백산 자락이 이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단다.  그래서 태백산 또는 소백산 부석사란 명칭이 따라 붙고 있었다.

 

 

이곳엔 대웅전이 없다.  대신 무량수전이 있는데, 모시고 있는 부처님의 종류에 따라 이렇듯 이름이 달리 불린다고 한다. 

 

 

 

무량수전 쪽에서 발 아래를 굽어보니, 꽤나 높은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부석사 3층석탑, 통일신라시대 때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부석사 경내로 진입하기 전 만날 수 있는 저 석주는 7세기경 이 절을 건립하는 시점에 세워놓은 것이란다.  그렇다면 대략 1400년 전의 일?

 

 

단풍이 이곳까지 제대로 전이되지 않았다.  본격 단풍 시즌이 되면 이곳의 산하도 울긋불긋 장관을 이룰 듯싶다.

 

 

 

 

부석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인공 연못, 주변으로 미세한 물방울이 마구 튀어오른다.  시원했다.  게다가 인공 무지개도 만들어주시는 센스...

 

 

차는 무섬마을 인근의 한 농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두부도 만들어보고, 농장 주인이 손수 심어 가꾼,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만든 비빔밥을 먹었다.  물론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순두부와 손두부도 함께 곁들였다.  



구수한 된장찌개는 시골 밥상의 품격을 한 차원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자 이제 밥을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 하지 않겠나?

 

 

고구마를 캐오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각자 부여받은 할당량 만큼 캐오면 되는 것이었다.

 

 

캔 것을 모두 모으니 꽤 묵직하다.  과연 맛은 어떨런지..  물론 직접 캔 것이니 특별히 더 맛나겠지?

 

 

농장에서 조금 떨어진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찾았다.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리란다. 

 

 

물이 그리 깊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운데로 깊숙이 진입하니 물살이 제법 세졌고,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다보니 눈이 핑핑 돈다.  에고 잘못하다간 물에 빠질 것 같은...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열심히 건너기 바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날 물에 빠진 사람은 못 보았다.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무섬마을을 향해 터벅터벅 걷는다.  땀이 송글송글 얼굴에 맺혀간다.  덥다.

 

 

대문이 열려있는 집안으로 예쁜 꽃들이 피어있고 툇마루 아래엔 검정고무신이...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덕분에 두둥실 뜬 구름 한 조각이 반갑다.  가을은 이렇게 무르익어가는가 보다.

 

 

우리 한옥은 담벼락도 이쁘장하다.

 

 

저 고택들엔 실제 사람이 살고 있다.

 

 

운치 있어 뵈는 이런 집, 실제 생활은 어떨까 모르겠다.

 

 

관광안내소마저 고풍스럽다.

 

 

파란 하늘과 고색창연한 우리의 전통가옥, 그리고 아름다운 산하가 만나니 정겨운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호박넝쿨이 초가지붕까지 덮고 있고, 아궁이엔 방금까지 나무를 땠던 흔적이 남아있다.  따뜻한 온기와 구수한 시골냄새가 느껴진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섭하다.  영주는 사과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방 천지가 사과밭이었고, 길가엔 이를 파는 상인들로 인산인해였다.  맛보라며 건네주는 사과의 맛은 말그대로 꿀맛이었으며, 상인들마다 각기 조금씩 다른 맛이었다.  당연한가?  사과나무가 자란 토양이 다른 것을.. 

 

돌아오는 길은 행락객들의 차량이 한데 뒤엉켜 엄청난 교통 체증 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허나 난 괜찮다.  편안히 잠을 청하며 올라오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직접 차를 몰지 않고 다니는 여행길의 홀가분함과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비록 밤 늦게 떨어져 몸은 고달펐지만, 달달한 영주사과 만큼 꽤나 달콤한 경북 영주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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