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제주도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새 날 2015. 3. 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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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과 인접한 덕분에 반드시 한 번은 들르게 된다는 용두암은 물론 아닙니다.  해변에 널려있는 기암괴석 중 용두암보다 빼어난 경관을 지닌 녀석은 사실 많습니다.  물론 저희가 도착한 날은 날씨가 궂은 데다 파도마저 드세 좀 더 드라마틱한 경관 연출이 가능했지만 말입니다.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또 궂은 날은 궂은 대로, 나름의 묘미가 각기 있기에 여행길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입니다. 

 

 

어느새 빗방울마저 후두둑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봄기운을 기대하고 왔건만, 예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공기가 차갑기만 합니다. 

 

 

다음날 오전 유리로 된 조형물이 즐비한 유리성(?)이란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공원 비스무리하게 생긴 이곳의 이름을 기억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별 감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순해변입니다.  대략 50분 남짓 주어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했는데, 나름 숨은 비경을 찾는답시고 이곳 저곳 들쑤시고 다닌 끝에 발견한 곳이랍니다.  바로 앞엔 산방산이 우뚝 서있고, 바닷물 색깔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발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들긴 했으나 제주 해변을 걷는 운치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던, 그런 곳이지요.

 

 

 

탐방로가 눈에 띠길래 이를 따라 오르다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저 앞에 산방산 유람선 선착장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웬만한 올레길은 구제역 파동 여파로 죄다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썩 괜찮게 다가왔습니다만, 그 이상의 감흥을 얻는 데엔 실패하고 맙니다.  

 

 

송악산 올레길입니다.  청정바다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꽤나 매력적인 곳이긴 한데, 우리에겐 고작 한 시간만 허락되었답니다.  한 시간으로는 송악산 분화구 언저리조차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랍니다.

 

 

 

 

어쨌거나 최대한 속도를 높여 빠른 걸음으로 재촉해봅니다.  올레길 중간중간 보이는 포장마차식 점포에선 맛깔스러운 각종 해산물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곳에 철퍼덕 주저앉은 채 해물라면 따위로 속을 채우며 기분을 내고 싶었건만.. 너무도 아쉽습니다.  이곳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만, 시간 제약 때문에 절반도 돌지 못했답니다.  

 

 

가이드님과 기사님이 점차 정신줄을 잃어가는가 봅니다.  관람시간을 자꾸만 줄이고 있습니다.  송악산 올레길을 한 시간에 다녀오라고 하질 않나 이번엔 성산일출봉을 무려 30분만에 주파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무슨 600만불의 사나이도 아니고, 더 웃긴 건 정상까지 오를 수 없는 시간일 테니 적당히 오르다 내려오랍니다.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단 한 차례의 쉼도 없이 빠른 보폭으로 정상까지 한 번에 내달렸습니다.  쉬엄쉬엄 여유있게 주변 경관도 좀 살피며 올라야 참맛이건만, 그렇지가 못한 상황입니다.  한 걸음에 냅다 오른 일출봉 정상에서 그동안 참았던 거친 숨을 내쉬어야만 했습니다.  무슨 여행이 이렇담.. 헐~

 

 

 

 

 

 

 

물론 이토록 숨을 참으며 격하게 오른 이곳이 가장 인상 깊었을 리는 만무할 테고요.  욕이 나오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상황입니다.  그런데 더욱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정상을 밟고 힘들게 내려온 뒤 버스에 올라탔는데, 이후로 30분을 대기해야 했다는 건 정말 열 받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럴 거라면 애초 30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더 주면 될 일 아니었을까 싶군요.

 

 

억새인지 갈대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어쨌거나 군락 천지인 산굼부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얕으막하여 30분이면 충분히 관람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이번엔 반대로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주는 가이드님입니다.  참 시간 배분을 기가 막히게 하시는 분입니다.  가이드는 별도의 자격 요건이 없는가 봅니다.  오르다 뒤를 바라보니 각종 오름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산굼부리 정상입니다.  성산일출봉처럼 움푹 패인 분화구가 위치해 있숩니다. 

 

 

물론 탁 트인 주변 경관을 보니 이곳이 제주도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날은 점점 차가워졌으며. 바람마저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지어야 할 때가 됐군요.  패키지 여행의 특성상 숨가쁘게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여유가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게 다가오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이번엔 자유여행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들른 제주공항 면세점입니다.  담배 판매하는 곳의 길게 늘어선 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렇습니다.  이번 제주도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주공항 면세점이 흡연자들에게 인기라는 기사를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 기사 내용이 눈 앞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던 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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