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이곳이 정녕 서해?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듯

새 날 2015. 3. 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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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고개를 빼꼼이 내밀던 봄이 화들짝 놀라 쏙하고 다시 들어갈 것만 같다.  요즘 날이 너무 추우니 지난 주말 날씨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낮기온이 무려 14도까지 치솟았던 이날은 3월 하순께 기온과 엇비슷했단다.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도 가능했다.  서해안으로 향했다.  이번엔 부안이다. 


해변을 끼고 위치한 '마실길'이라 불리는 산책 코스는 봄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바닷바람에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이곳은 분명 서해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바다가 깊은 데다 짙푸르기까지 했다.  늘상 물이 빠져 휑하니 드러난 갯벌과 색깔마저 진흙빛을 닮은 바다 빛깔 때문에 서해에선 마음 한 켠에 고이 간직해 놓은 채 틈 날 때마다 꺼내고픈 로망, 온전한 바다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이곳은 분명 다르다.

 

 

지형상 반도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실길'은 새만금방조제 끝지점으로부터 변산반도의 해변길 전체를, 총 8코스로 구획하여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를 한 바퀴 제대로 돌기 위해선 적어도 2박3일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그 중 3코스인 하섬이 보이는 지점부터 격포항까지였다.

 

 

3코스 초입에 들어서자 안내 팻말이 보인다.  이곳에서 격포해수욕장 방향을 따라 쭈욱 걸으면 된다.

 

 

거짓말 조금 보태 흡사 제주도 바닷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바다 빛깔은 고왔다.  날도 청명했다.

 

 

산길을 활용한 산책로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있어 걷는 즐거움마저 배가시켜주는 묘미가 있다.

 

 

햇빛이 바다 표면에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진 채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니 마치 빤짝이 가루를 뿌려놓기라도 한 듯싶다.

 

 

이른 봄날의 푸른 바다를 마음 속에 한껏 품은 채 정신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끝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힘든 줄도 몰랐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점심식사를 꽤나 괜찮게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보자.  '마실길'에 가기 전 사실 우린 곰소항을 먼저 들렀다.  이곳에서 점심 끼니를 해결했다.  곰소항은 젓갈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도 젓갈 정식이나 게장 백반 따위 등이 주류를 이룬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지만, 약간의 잔머리를 굴려 보았다.  어차피 게장 백반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젓갈 반찬이 딸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전라북도라 그런지 음식은 정갈했다.  우선 바지락 국 맛에 감동해야만 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서울 어디에서 먹어도 이 맛을 경험할 순 없을 것 같다. 

 

 

무한리필이라던 게장 맛은 또 어떠한가.  비록 꽃게는 아닌 듯싶지만 - 사실 내 입은 저렴한 편이라 게의 종류 따위 가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여기서의 게장은 파란색의 다리와 튼실한 집게발을 보아하니 이곳의 특산물인 도둑게임이 틀림없다 - 푸짐함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라야만 했다.  우리 두 사람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후딱 이를 해치우고 만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여행의 성패 여부의 절반은 먹거리에 달려 있다.  여행지에 가서 먹은 음식이 괜찮으면 일단 그 여행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  아무리 여행지가 형편 없더라도 든든하게 채운 배가 모든 걸 너그러이 용서해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해안이나 제주도 같은 곳은 시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건이 안 되는 분들께, 서해안을 통해 비슷한 느낌을 얻고 싶다면 이곳을 강추한다.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은 기본이고, 가슴 뻥 뚫리는 상쾌함은 덤이다.

 

마지막 이미지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란다.  이곳에서 사실 집사람과 셀카를 찍었지만, 이를 올릴 경우 많은 이들의 안구를 버리는, 그야말로 테러 행위가 될 게 틀림없기에 과감히 생략한다.  물론 이해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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