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선샤인 온 리스> 우리 삶에도 언젠가 햇살이 비출 테야

새 날 2014. 9. 3. 07:27
반응형

 

2007년 최고의 뮤지컬상을 거머쥐었던 웨스트우드의 인기 뮤지컬 '선샤인 온 리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선샤인 온 리스'라는 제목은 영국의 2인조 쌍동이 밴드 '프로클레이머스'가 1988년에 내놓은 2집 앨범 타이틀로부터 비롯됐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 ' I’m gonna be (500 miles)'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프로클레이머스를 일약 영국 국민밴드의 반열에 올려 놓는 수훈 갑이 되는데, 본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하거니와 흥겨운 엔딩 장면을 장식한다.

 

근래 관람한 영국 영화들로부터 흔히 볼 수 있던 삶에 대한 관조 그리고 훈훈한 가족애 따위를 흥겨운 음악과 함께 뮤지컬로 엮어놓은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생로병사 및 희노애락과 같은 통과의례(?)들이 경쾌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노래자락 사이에 스며들어 우리의 감성을 부드럽게 터치한다.

 

 

군인 신분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다가 전쟁터에서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극한 체험을 뒤로한 채 제대한 두 남자 데이비(조지 맥케이)와 알리(케빈 구드리), 그들은 군에 다녀온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군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생활에 한껏 부풀은 나머지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때문에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알리는 군 입대 전부터 데이비의 여동생 리즈(프레야 메이버)와 연인사이였지만 안타깝게도 데이비는 입대 전이나 후나 여전히 솔로다.  착한 여동생인 리즈가 그런 오빠의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던 탓에 자신의 친구인 이본(안토니아 토마스)을 데이비에게 소개시켜 주고, 다행히 둘은 서로 첫 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한다. 

 

 

두 쌍의 아름다운 커플은 달콤함에 젖은 채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사랑을 이어가는데, 그러던 어느날 데이비의 부모가 결혼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한 파티를 계획하게 되고, 알리는 이를 이용해 리즈에게 사전에 준비했던 멋진 청혼을 한다.  그러나...

 

 

프로클레이머스 멤버가 직접 출연하여 율동과 노래를 선사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있던 중엔 모르던 내용이었고 관람후 알게 된 사실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유심히 관찰해 볼 수 있었던 부분이라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기에, 게다가 프로클레이머스라는 밴드의 히트곡들을 한데 모아 놓은 탓에 이들 노래를 사전에 알고 관람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영화로부터 얻는 감흥이 크게 다르게 와닿을 것 같다.  같은 뮤지컬 형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맘마미아'와 곧잘 비교하곤 하지만, 아바의 인지도와 프로클레이머스의 그것은 천양지차이기에, 아울러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의 간극 또한 크기에, 보는 재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마도 아바의 곡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귀에 익숙했을 테고, 덕분에 그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진 풍광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눈과 귀에 호사를 부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굳이 그에 비교해 본다면?  글쎄다.



그렇다고 하여 이 영화만의 매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비록 대도시만큼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고 또 그리스만큼의 눈부신 풍광은 아니지만 영국 에든버러 외곽의 항구도시 ‘리스(Leith)'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야경과 도심의 모습 속에선 왠지 모를 소박함과 따스함이 전해진다.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펼친 배우들로부터도 비슷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이 영화의 감독이 지난해 관람했던 '와일드 빌'을 만든 그분이라는 점이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 의식을 비교해 보니 언뜻 수긍이 간다.

 

 

우리 삶 속엔 수많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달콤한 사랑도 한 순간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수십년동안 감춰왔던 비밀이 어느 순간 탄로나며 그동안의 삶이 한 순간에 의미 없어지기도 한다.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해 하다가도 이내 용서를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현실을 도피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삶 속에 불현듯 불행이 찾아오는 건 어쩌면 순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새 어두웠던 리스(Leith)에 다시 햇살이 비추듯 우리의 삶 역시 영화 속 경쾌한 율동과 노래처럼 곧 밝아오며 빛날 테다.

 

가족영화로썬 손색이 없지만, 다소 밋밋한 스토리 전개는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국 국민밴드 프로클레이머스의 히트곡들을 모르고 있다면 다소 지겨울 수 있다는 점 역시 함정이다.

 

 

감독 덱스터 플레처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