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브릭맨션> 현란한 맨몸 액션에 흠뻑 빠져들라

새 날 2014. 8. 2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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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구역'의 리부트 작품이다.  물론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팜플릿을 통해서나 기타 사전에 얻을 수 있는 관련 정보들을 애써 무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보았던 집사람이 '13구역'의 내용과 무척 흡사하다는 이야기를 내게 넌지시 건네왔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재미가 반감됐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13구역'을 보지 않았던 난 집사람의 반응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뒤져본 인터넷을 통해 실제로 '13구역'의 리메이크 버전임을 확인하게 된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이른바 파쿠르(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개인 훈련, 우리에겐 '야마카시'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이 영화의 주연인 데이빗 벨이 파쿠르를 위해 만들었던 팀의 명칭이다.) 류의 맨몸 액션은 시종일관 스크린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치 리노(데이빗 벨)의 몸 동작과 함께 우리의 몸도 따라 움직이는 듯한 긴장감과 역동적인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강력범죄 다발지역인 브릭맨션은 이웃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시와의 격리를 위해 경찰과 군대조차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차단되어진 통제구역이다.  어느날 정부 차량이 브릭맨션의 갱단에게 탈취된다.  그들이 훔친 차량 안엔 중성자탄이 있었고, 이를 개봉 시 48분 내 폭발하는 기폭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 폭발까지는 정확히 48분이 남아 있다.  디트로이트시에선 이의 해체를 위해 베테랑 형사 데미안(폴 워커)을 브릭맨션 내부에 침투시키기로 결정하는데, 그의 파트너로 브릭맨션 출신의 리노(데이빗 벨)를 낙점한다.



리노는 브릭맨션의 우두머리 트레민(RZA) 일당에게 진작부터 쫓기던 신세였으며, 트레민은 리노를 유인하기 위해 그의 옛 연인인 롤라(카탈리나 드니)를 잡아 인질로 삼은 상태다.  즉 데미안은 폭탄 해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 수행을 위해, 리노는 롤라 구출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동상이몽을 꿈꾸며 맨몸으로 브릭맨션의 심장부로 들어서는데...

 

 

데미안 역으로 등장했던 폴 워커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11월 포르쉐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세인들을 놀라게 했던 배우다.  때문에 '브릭맨션'은 그의 생존 당시 가장 최근에 촬영된 영화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는 셈이다.  엔딩크레딧을 통해 '이 영화를 그에게 바친다'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액션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최첨단 무기와 무수한 총탄 세례 따위의 엄청난 물량 투입 없이 맨몸으로만 이뤄지는 액션이지만 나름의 짜릿함을 선사해 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형 지물을 이용, 마치 그와 한 몸이 된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리노의 현란한 몸 동작은 신기방기할 정도다.

 

비록 쉴새없이 쏟아지는 총탄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가며 일종의 방탄 신공을 선보이는 무리수가 슬쩍 엿보이긴 하지만, 감독은 주인공인 두 사람만큼은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의지를 내비친다.  때문에 브릭맨션 갱단들의 사격 솜씨가 형편없었던 건지 아니면 천우신조인 건지, 어쨌든 모든 총알이 그 둘만큼은 확실하게 비껴가고 있었다.

 

 

데미안과 리노의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어색한 파트너쉽은 계속해서 엇박자와 함께 티격태격거리는 웃음거리를 만들어낸다.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숨가쁘게 전개되는 사건의 흐름을 함께 쫓다 보면 어느덧 영화의 끝 언저리에 도착한다.  러닝타임이 근래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편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야기 구조가 다소 황당한 측면이 있지만, 오로지 맨몸 액션으로 죽거나 살아야 하는 장르 특성상 이는 그냥 눈 감아줘야 할 것 같다.  실은 이런 류의 영화에서 근사한 스토리와 완벽한 얼개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 아닐까도 싶다.  물론 그마저도 완벽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이 세상엔 절대악이나 절대선 따위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믿고 있던 사실들이 이 영화처럼 실은 모종의 음모에 의해 각색된 거짓일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히 각인시켜 준다.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 먹었다면, 짜릿하며 현란한 두 주연의 맨몸 액션에 같이 몸을 맡긴 채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즐기면 그만일 테다. 

 

자 이제 그들에게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었는가?

 

 

감독 카밀 델라마르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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