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허큘리스> 막바지 더위 한 방에 날릴 통쾌한 액션

새 날 2014. 8. 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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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를 모티브로 하여 각색, 제작된 영화다.  '명량'을 비롯한 한국 영화의 선전으로 인해 이 영화는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영화가 헐리우드 대작들을 연거푸 누른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좀 더 살펴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난 '허큘리스'의 상영관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람일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람키로 한 모 멀티플렉스의 그 많은 스크린 중 유일하게 한 개 관에서 단 1회만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마도 자리가 텅텅 비어 지정 좌석제가 별 의미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지만, 특정 배급사와 상영관들의 스크린 점유율을 놓고 벌이는 약간의 장난질 같은 느낌 때문에 내심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과 한국 영화계의 저변 확대란 명제 앞에 이러한 현상은 분명 독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을 테다.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허큘리스(드웨인 존슨), 때문에 그는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에게 미움을 사게 되고, 불가능에 가깝다던 12가지의 미션이 그에게 주어지는데, 이를 모두 달성할 경우 헤라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다행히 그는 인간보다 신인 제우스의 능력을 타고난 덕분에 완결이 결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미션을 모두 달성하며 헤라의 저주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물리칠 수 없다는 네메안의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 잡아 전리품처럼 이빨을 목에 걸고 얼굴 가죽은 모자로 만들어 쓴 채 돌아다니며, 그의 괴력을 세인들에게 과시하고픈 허큘리스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어느새 전설이 된 채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회자되곤 하는데, 이를 전해 들은 트리키아 왕 코티스(존 허트)는 허큘리스와 그의 동료 전사들에게 자신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인 군대를 물리쳐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허큘리스와 전사들은 기꺼이 용병이 되어 오합지졸과도 같은 트리키아 군을 혹독한 훈련을 통해 날렵하게 가다듬은 다음 본격 전투를 위해 출정하는데...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나 호날두의 애인으로 알려진 이니라 샤크 양의 출연으로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정작 그녀는 허큘리스 아내의 단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다.  때문에 그녀의 특출난 외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전투씬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싸움을 등장시키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첫 전투 장면은 마치 좀비떼의 습격을 연상케 할 만큼 처절하다.  눈앞에 펼쳐진 절체절명의 전투 상황 앞에서 부대원들을 독려하는 허큘리스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으며, 모두의 심장을 전율케 할 만큼 호소력 깊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마지막 3분의 1 정도의 장면을 위해 할애된 전반부 3분의 2 분량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물론 마지막의 시원한 전투와 액션 장면이 앞서의 지루함을 한꺼번에 날릴 만큼 압도적인 몰입감과 통쾌함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분명 '허큘리스'지만 결코 신화 얘기가 주를 이루진 않는다.  모티브만 따왔을 뿐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관객들의 힘을 빌어 허큘리스를 일종의 영웅 내지 전설로 남기고픈 속내를 비친다.  하나의 에피소드만을 차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목 옆에 별도의 부제가 붙지 않은 건 차기작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까?   

 

 

근래 들어 이 영화 만큼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뿜어내는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허큘리스의 터질 듯한 근육 질감이 스크린 밖으로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허큘리스의 백미는 마지막 30분 가량의 분량에 있다.  압권이라 할 만하다.  기대를 걸었던 시리즈물의 기존 대작들이 줄줄이 실망만을 안긴 채 조용히 찌그러지며 때마침 액션에 대한 갈증을 느껴오던 터, 기대치 않았던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비록 신도 영웅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의 허큘리스지만, 올 여름 막바지 더위를 한 방에 날릴 화끈하고도 통쾌한 액션 정도는 충분히 선사해 주지 않나 싶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한국 영화의 폭주와 스크린 점유 문제 때문에 아무래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폭망할 듯한 건 함정이다.

 

 

감독 브렛 래트너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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