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그 사람 추기경>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새 날 2014. 8. 8. 12:11

 

그 사람 추기경, 그는 천주교인이다.  때문에 그를 기리는 이 영화의 리뷰를 써내려가기에 앞서 먼저 종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천주교인의 관점과 비천주교인이 바라보는 시각은 엄연히 다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포스팅이 객관적인 글이 되느냐 혹은 주관적인 글이 되느냐의 여부가 바로 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난 사실 천주교에 적을 두고 있다.  아니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단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 그리고 기독교에도 나의 흔적은 남아있다.

 

 

그러나 종교를 내 의지에 의해 스스로 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불교에 적을 두었던 건 순전히 한때 불교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 탓이었고, 기독교는 군 입대 후 신병훈련소에서 종교활동을 강요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여 세례를 받은 경우다.

 

천주교 역시 부모의 강요 아닌 강요에 못이겨 발을 들여놓게 된다.  6개월간 교리 교육을 받고 정식 세례명까지 얻어 입교했지만, 난 여전히 냉담 중이다.  고해성사 시 신부님께 이러한 사실을 밝힌다면 펄쩍 뛸 노릇일 테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 속에선 아직 종교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그가 부모가 됐든 혹은 남이 됐든, 입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적어도 종교만큼은 내 의지에 의해 정하고 싶은 게 솔직한 속내다.

 

 

이제 그 사람,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우선 이분에 대해 특별히 애틋한 감정 따위 내겐 없다.  그 이유야 앞에서도 봤듯 난 형식적인 천주교 신자에 불과히기 때문이다.  그저 훌륭한 종교인의 삶을 사셨던 분이란 이미지만이 내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이 영화는 김 추기경의 허락을 득하여 그가 선종할 때까지 수년간에 걸친 그의 삶을 기록하고 또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누구나 쉽게 예측하고 있듯 주변인들을 통해 그의 삶을 반추해내는 작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공인의 삶을 사느라 사적인 영역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그의 삶 때문에 인척들은 그저 멀찍이서 그를 바라보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점차 노쇠해지고 허물어져가는 그의 육신이 시간대별로 카메라에 포착되어 있다.  중력 탓인지 그의 늘어진 볼살은 더욱 늘어져만 갔고, 왜소해진 육신은 운신을 못할 만큼 수척해져 갔으며 또 몸은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어간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수환 추기경 그의 과거 업적을 미화하려 하거나 칭송하기보다 인간적인 면모에 방점을 찍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추기경은 어린 아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그저 궁금했으며, 이를 솔직 담백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그 역시 성공한 종교인이기 전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약한 한 사람에 불과했다.  특히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상황 앞에선 제아무리 성직자라 해도 이를 두려워하며 심지어 교인이란 사실을 망각할 만큼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케 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추기경은 몸 움직이는 일 자체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심지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모두 아파 옷의 단추 끼우는 일조차 너무 버겁단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늙어가는 육신의 고통을 어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그의 주변을 배회할 땐 하느님을 찾으며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또 기도 드려야 했다.  그만큼 그에게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가 선종한 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가 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애통해 하고 또 슬퍼하는 장면은 김 추기경의 생전 뭇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의 물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을 테다.  그의 육신은 이미 죽어 사라졌지만, 기증한 장기들이 여전히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있으며, 비록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사람들에게 남긴 "서로 사랑하세요"란 그의 메시지는 영원히 세상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감독 전성우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