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1월의 두 얼굴> 아날로그 감성의 느릿한 스릴러

새 날 2014. 9. 1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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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영어로 'January'라 한다.  이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야누아리우스(Januarius)'로부터 유래됐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성과 문을 지키는 두 얼굴을 지닌 신으로써 양면성을 가진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이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체스터를 일컫는 듯싶다.

 

 

장르상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그것과는 전개 방식이 사뭇 다르다.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 가는 방식을 택하기보단 느슨하면서도 잔잔한 극의 흐름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 속 그리스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여유를 선사해 준다.  정말 의외다. 

 

덕분에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급박스러운 긴장감을 숨가쁘도록 뒤쫓던 다른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에 비해 한층 여유로운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하여 마냥 지루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 주인공을 통한 감정선의 변화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미국에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고위험 자산의 주식에 투자하여 큰 수익을 내는 방식의 사업을 하던 체스터(비고 모르텐슨)는 그의 젊은 아내인 콜레트(커스틴 던스트)와 함께 그리스 여행길에 오른다. 



한편 아테네 유적지에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던 미국인 라이달(오스카 아이삭)은 우연히 그곳에서 체스터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체스터는 얼마전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와 닮아 묘하게 끌렸고, 콜레트는 이성으로써 마음에 들던 참이다.

 

 

무언가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체스터는 라이달이 자신과 아내를 자꾸 힐끔거리며 뒤를 쫓는 듯한 느낌이 왠지 찜찜하다.  하지만 영어 가이드가 필요했던 그들 부부에게 우연찮게 라이달이 소개되고 이를 인연으로 맺어진 세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러던 와중 체스터 부부가 묶고 있던 호텔에 체스터의 고객이자 주식 투자자라 밝힌 괴한이 침입해 들어와 체스터를 총으로 위협해 오는데...

 

 

디지털의 현란함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왠지 서랍 한켠에 버려진 채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는 흑백 필름 한 통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흠뻑 느껴지는 영화다.  먼지 풀풀 날리는 낡은 버스와 그 주변으로 펼쳐진 그리스의 멋진 풍광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던 60년대로 확실하게 되돌린 듯한 느낌이다. 

 

특히 그리스 시골의 이름 모를 항구, 골목길, 그리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거나 일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경악스러울 만큼 실재를 있는 그대로 구현한 듯싶어 영화 속으로 절로 몰입하게 만든다.   

 

아울러 주인공들의 의상 또한 주변 풍광이나 배경과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극의 흐름 자체는 큰 출렁임 없이 잔잔함의 연속이다.  충분히 자극적인 연출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부러 '느림의 미학'을 택한 듯 한껏 여유롭기만 하다. 

 

 

연기자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탐욕으로 끈끈하게 얽힌 세 사람의 실타래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며 속고 속이는 와중에 그 팽팽해져가던 탄성력은 이내 탄성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묘한 끌림으로부터 시작된 인연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름이 물러가며 끝자락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이 가을에 무척이나 어울릴 듯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아울러 느릿한 긴장감을 만끽하며 그리스의 멋진 풍광과 함께 아날로그적 감성의 여운을 맛보실 분들께 강추하고 싶은 영화다.  인간 탐욕의 끝은 어디인지, 그리고 그가 왜 두 얼굴을 갖게 되었는지는 상영관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감독  후세인 아미니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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