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복지부장관님, 길거리 흡연 좀 어떻게 해주세요

새 날 2014. 4.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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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글은 지극히 한쪽으로 편향된 비흡연자의 넋두리 쯤 되오니, 흡연자분들께서는 웬만하면 패스해 주시고, 보건복지부 관계자 분들과 담배연기가 너무도 싫으신 분들만 보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요즘 길 걸어다니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  우선 시도 때도 없이 인도로 불쑥 올라와 내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자전거 열풍이 불며 왕창 늘어난 자전거족들 또한 마치 스텔스기처럼 소리 소문 없이 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놀란 가슴 쓸어내려야만 합니다.

 

스마트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도 지뢰 역할을 하긴 매 한 가지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는 자칫 오토바이나 자전거, 그도 아니면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언젠간 된통 봉변을 당할 게 틀림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근자엔 길 걸으며 담배 피우시는 분들이 대폭 늘어난 것 같습니다.  체감상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정상적으로 숨 쉬기도 버거운데, 담배연기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길거리 흡연자들이 늘어난 데엔 지난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된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전면 금연 정책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음식점이나 피씨방 등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금연 합동단속을 실시하여 위반한 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씨방의 경우 적발률이 18.5%로서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지만, 호프집이나 음식점의 경우 0.2%만이 적발되어 해당 정책이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이라 자평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시아경제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일단 실내에서 해당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부분은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흡연자들이 모두 금연으로 돌아서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떡하든 담배를 피운다는 의미겠지요.  때문에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피우지 못한 담배를 죄다 밖으로 나와 피우거나 틈틈이 이동 중에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길거리 흡연이 눈에 띨 만큼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여실히 느껴집니다.  물론 강남대로 등 전국 90곳의 시군구가 금연구역 조례를 제정하여 현재 운영 중에 있기는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중앙차선 버스 승강장과 웬만한 공원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단속이 이뤄져 과태료를 부과한 곳은 고작 18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말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길거리 흡연금지법'은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함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모든 길거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설사 법이 통과되더라도 그 효과에 의문부호를 붙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3월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는 '암 예방 수칙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중 첫번째가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였습니다.  담배연기의 해악에 대해선 워낙 많이 알려져 있기에 굳이 이 자리에서 또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피하는 일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젠 고도의 지뢰 피하기 게임이 된 양상입니다.  길을 걷는 일은 일상일진대, 이를 매번 게임하듯 요리조리 피해다닐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가뜩이나 위험하고 좁아터지는 인도인데?

 

보건복지부 장관님, 시민들 더러 담배 연기를 알아서 피하며 다니라 하지 마시고, 담배 연기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실내 금연이 풍선효과 때문에 실외 흡연으로 이어지며, 결국 숨쉬기도 곤란한 환경이 돼가고 있습니다. 

 

담배 연기 없이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제발이지 어떻게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참고가 될 만한 글

길 걸으며 담배 꼭 피우셔야 하나요?

길거리 흡연 금지 의무화 추진이 새삼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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