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어바웃타임> 모태솔로의 아름다운 성장기록

새 날 2013. 12. 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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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돔놀 글리슨 분)은 머저리 같은 외모에 다소 얼빵한 표정 그리고 어리숙한 행동 때문에 절대로 이성의 관심 따위 평생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매력 빵점의 그저 그런 인물이다.  오죽했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소원이 여자 친구 한 번 사귀어보는 일이었겠는가.  

 

혹시 이 대목에서 뜨끔했다면 당신 역시 여지껏 이성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천상 모태솔로?  오호 절대 아니라고?  아 그렇다고 하여 자신을 탓할 필요까진 없겠다.  일단 주인공 팀을 한 번 보고 나서 얘기해 보자.

 

 

어떤가?  실제 생긴 면면을 보아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 않은가?  피부는 벌겋고 완전 범생이 스타일에다 숫기라곤 털끝 만큼도 없어 또래의 여성들이 가장 싫어라 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듯한 저 포스, 왠지 자신보다 못생긴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그렇다.  최소한 자신의 외모가 팀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이 포스팅을 보는 당신, 이제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누구에게든 한 번 이상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희망을, 팀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팀은 성인이 되어 특정 나이에 도달했을 때 아버지(빌 나이 분)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다.  그의 아버지 또한 팀과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똑같은 선물을 받았으니, 그 선물이란 형태는 가문의 전통인양 대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가문의 전통, 선물이란 다름 아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문의 비법을 전수받은 팀, 마냥 심드렁하기만 한 자신의 삶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움켜 잡았다.  이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반드시 여자친구를 사귀고 말겠다는 전의를 불태운다.  참 소박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가 되어 런던에서 독립한 그, 직장 동료와 함께 우연히 찾은 술집에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 한 눈에 빠져들고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차후의 약속까지 정했건만, 다른 일 때문에 일생일대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마는 팀, 결국 자신의 필살기인 시간 되돌리기 신공을 이용하는데...

 

 

시간여행을 위한 준비는 의외로 단순하다.  옷장 같은 곳에 들어가 눈 감으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있으면 된다.  시간여행이라 하여 SF적 요소의 거창한 무언가를 바랜 이들에겐 웃음보를 터뜨릴 만한 광경이다.

 

 

때로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고 하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순리를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그로부터 벗어난다면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셈일 테니..  팀 가문의 비법은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이긴 하지만 무한정 되돌릴 수 있는, 마법과 같은 건 아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의 범위는 엄연히 한계지어져 있다.  일례로 자신의 몸뚱아리가 없는데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겠는가.

 

 

시간여행 능력을 갖추기 전, 여름방학을 이용해 샬롯(마고 로비)이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그녀의 어여쁜 자태에 빠진 팀, 대시를 시도하지만 처절하게 깨지고 만다. 

 

 

그저 속절없이 그녀를 보내고 마는 팀, 보는 내가 더 안타깝다.

 

 

그런데 변호사가 되어 영국에서 지내던 팀 앞에 또 다시 나타난 샬롯, 물론 우연이다, 이번엔 반대로 그녀가 팀을 유혹해 오는데, 순정남 팀, 과연 그녀의 유혹에 빠져들게 될까?

 

 

하지만 팀에겐 이렇듯 사랑스런 메리가 있는 걸?  과연..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그의 인생에 있어 극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이를 통해 평생의 반려자를 얻어 그의 부족했던 삶의 여백을 알차게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때문에 이 영화의 장르,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일종의 성장 영화라 볼 수도 있겠다. 

 

영화는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 해도 약간의 조력이 더해질 경우 우리의 삶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 준다.  물론 그 조력이란 게 때로는 외부에서 끌어올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도 획득할 수 있는, 딱히 정해져 있는 형태의 것은 아닐 테다.  아울러 조력은 조력일 뿐, 결국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을 긍정적이면서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 아닐까도 싶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여백은 있기 마련이다.  비록 그를 채우는 방식이 팀과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각자의 능력 범위 내에서 부족함을 채워가며 노력해 나가다 보면 자신이 꿈꾸던 삶을 완성해 나갈 수 있노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온다. 

 

부족했던 모태솔로가 시간 되돌리기란 신공을 이용,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어엿한 가정을 꾸려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리 만족감마저 얻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시간 되돌리기 신공을 반칙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한계지어져 있고, 그보단 그의 노력을 통한 행복찾기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도 싶다.

 

근래 본 영국 영화들에선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물론 그러한 장르만을 취사선태한 탓이었겠지만, 그건 바로 뭉클한 가족애와 긍정적인 삶에 대한 예찬 따위들이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보는 내내 매우 따뜻하며 유쾌한 감정 그리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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