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와일드 빌> 진짜 아빠가 된 망나니 빌

새 날 2013. 12. 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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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온통 우울한 잿빛 투성이다.  심지어 배우들의 얼굴마저 그랬다.  부모 없는 가정에서의 아이들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자 방치된 듯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범죄로부터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일쑤다.  설상가상으로 과거 망나니로 꽤나 유명세를 탔던 아빠가 교도소에서 나와 그 가정에 합류하게 된다면? 

 

영화 <와일드 빌>은 한때 가정 해체의 주범이었던 아빠가 자신이 버렸던 아이들과 부대끼며 점차 진짜 아빠로 성장해 나간다는 짧은 이야기다. 

 

 

8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가석방된 빌(찰리 크리드 마일즈 분), 집을 찾았으나 아내는 이미 다른 남자와 도망가 버린 뒤고, 15세와 11세의 아들 둘만 남아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15세에 불과한 딘(월 폴터 분)이 신축 건물 공사장에 나가 돈벌이를 하며 동생 지미(새미 윌리암스)를 돌보는, 일종의 한계 상황에 놓여진 가정이다.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들의 집안은 당연히 엉망진창일 테다. 

 

 

과거 '망나니 빌'이라 불리며 꽤나 이름 날렸던 범죄자이자 자신들의 삶을 현재와 같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아빠를 이들이 환영할 리 만무하다.  단 며칠간의 허락을 받고 간신히 집에 묵게 된 빌, 아직 가석방 중이라 해당 관청의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어느날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의 양육권 포기를 마음 먹고 이들을 아동보호소에 넘기기로 한다.



이를 알게 된 큰 아들 딘은 자신들을 아동보호소에 넘기지 말 것을 종용한다.  딘에게 약점을 잡힌 빌, 결국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아동보호소가 빌의 양육을 허락하기 위해 내건 조건들을 하나 둘 완결지으려 집에 머무른다.  그러던중 자연스레 아이들과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빌, 그에게 뻗쳐오는 범죄의 유혹들을 뿌리치려 노력하는데...

 

 

갓난아기였을 때 보고선 처음 맞닥뜨리게 된 막내 지미, 빌의 마음을 움직이기라도 한 것일까?  가족애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빌에게 지미는 점차 자신을 아빠로 변신케 하는 촉매제가 된다.  지미의 등하교를 도와주고 때로는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빌의 변화, 큰 아들 딘조차 완강하게 반대하던 아빠의 존재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망나니 빌과 아들들은 그동안 상처 입었던 마음을 서로를 통해 보듬고 치유받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이웃들 대부분이 모두 몸과 마음에 한 가득 상처를 입은 이들이다.  이들과 함께 나누는 애틋한 정은 더없이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가족의 존재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케 해주는 영화다. 

 

 

지미와 빌을 함께 엮어 부전자전이라 비아냥거린 동네 양아치들에게 날린 빌의 폭발적인 주먹 세례는 그들에 대한 응징이자 자신은 결국 딘과 지미의 진짜 아빠가 되었노라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인증한 셈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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