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결혼전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혼 왜 해?

새 날 2013. 11. 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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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자체는 꽤나 화려하며 달달한 이벤트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생에 단 한 번 치르는 거사라며 최대한 성대하고도 멋진 형태의 식을 꿈꾸어 오고 실제로 그렇게들 하고 있다.  물론 단 한 번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확하게 거기까지다.  이미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는 결혼식 만큼 화려하거나 달콤하지도 않거니와, 둘의 운명은 전적으로 결혼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맘 먹기와 행동에 달려 있다.  즉 결혼 이후 본격적인 敍事가 시작되는 셈이다.

 

결혼을 코 앞에 둔 예비부부들에게 있어 막상 결혼식 준비는 즐거움이 아니라 곤욕으로 다가온다.  각자 따로 살아온 삶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니 얼마나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이 뿐이랴.  결혼이란 실상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전혀 이질적인 두 가정의 결합이기에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결혼식을 목전에 둔 예비부부들, 신경이 뾰족한 송곳마냥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상태에 놓여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때 싸움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어찌 보면 피말리는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라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녹초가 돼버리기 일쑤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이때부터 뼈에 사무치게 다가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악의 경우 이때 헤어지기도 한다,



영화 <결혼전야>는 결혼식을 정확히 일주일 앞둔 네 커플에 관한 이야기다.  각기 사연이 다른 커플들의 결혼 전 에피소드를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엮어 동시에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다.

 

 

프로야구 2군 코치 태규(김강우 분)와 비뇨기과 의사 주영(김효진 분)은 과거 교제를 하다 다시 만난 사이다.  결혼날짜를 잡고 마냥 설레해 하며 아무 곳에서나 애정 행각을 벌이던 전형적인 닭살 커플이다.  결혼식 일주일전 가족관계확인서를 떼어본 태규, 그녀의 과거 사실을 알고 질겁을 한다.  둘은 이 때문에 파혼까지 언급하며 최대의 위기에 빠진다.

 

 

무려 7년간을 교제한 유명쉐프 원철(택연 분)과 네일 아티스트 소미(이연희 분), 결혼을 약속한 후 원철은 소미의 직업인 네일 아트 일을 그만두게 한다.  못내 아쉬워하는 소미, 제주도에서 열리는 네일아트대회에 참가코자 원철에겐 제주 여행을 하겠노라 속이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다소 엉뚱한 가이드 경수(주지훈 분)를 만나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는데..  소미는 원철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꽃집을 운영하는 건호(마동석 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비카(구잘 분),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의 애정 행위는 지나칠 정도로 진하다.  시도 때도 없다.  그런데 결혼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란 긴장감 때문인지 건호의 몸은 뜻대로 잘 움직여주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식날 비카의 가족을 초청함에 있어 문제가 발생, 이를 해결하려 고군분투 뛰어다니는 비카에 대해 건호는 사기결혼을 통해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며 오해하기에 이른다.

 

 

주영의 비뇨기과에서 일하는 대복(이희준 분)과 결혼 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는 이라(고준희 분)는 나이트에서 죽순이 죽돌이라는 극적인 형태로 만났다.  멋진 결혼생활을 꿈꾸던 이라에게 대복의 조건은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종교문제부터 시어머니, 그리고 대복이의 시시콜콜한 생활 습성까지 그녀에겐 사사건건 시비거리들이다.  대복이는 또 어떤가.  목사인 이라 아버지는 자신을 여전히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결혼을 코 앞에 둔 두 사람, 결국 정면충돌한다.

 

입학, 취업 그리고 결혼, 우린 인생의 단게 단계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축복을 받으며 한 계단씩 올라선다.  하지만 계단에 올라섰다는 건 이제 본격적인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고, 때문에 당시의 온갖 화려한 축복과 달콤함에 도취되어 그 상태로 영원히 살 수만은 없다.  이후로는 본인들 하기 나름이다. 

 

영화는 결혼 이후의 서사를 위한 첫 관문 통과를 앞둔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코믹한 에피소드를 통해 결코 화려함만이 아닌, 실제적인 어려움과 각종 난관들을 토로하고 있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를 너무 가벼이 또는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우는 듯하다. 

 

이미 결혼을 한 유부들에겐 과거의 달콤하거나 살벌했던 결혼 전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창창한 미혼들에겐 화려한 결혼식에 감춰진 이면을 들춰내 현실적인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금물이다.  영화속 이야기는 최대한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는 제법 묵직하다.

 

아울러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 표현과 섬세한 대사는 감독이 여성이란 사실을 짐작케 하는 장치들이다.  이미 결혼한 유부들이 존경스럽다는 대복이의 하소연, 그 만큼 결혼에 임박한 커플들의 힘든 속사정을 잘 대변해 준다.  이쯤되면 결혼 따위 과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와 같은 원초적인 고민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래도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세간의 설을 믿고 해야 하는 걸까?  글쎄다.  우선 영화부터 보고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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