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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넥트>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 SNS와 단절하라?

새 날 2013. 11. 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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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네덜란드의 아동인권보호단체인 '인간의 대지'가 '스위티'라는 필리핀 소녀를 꼭 빼닮은 가상 캐릭터를 이용,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어놓은 채 함정수사를 벌여 전 세계 71개국의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중엔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의 정보는 인터폴에 넘겨졌단다.

 

초등학생을 성매수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모 초등학교 교사 또한 스마트폰의 SNS 어플을 도구로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SNS를 이용한 '사이버 연인 만들기' 열풍이 초등학생에게까지 전이되어 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소식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의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 성범죄 행위와 사이버불링은 이미 공공연한 현실이며, 이를 도구로 활용, 음성적인 성매수를 일삼는 성범죄 행위 또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은 세상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았다.  정보화사회 이전과 이후는 마치 석유의 발견 전과 후의 급격하게 변한 인류의 생활상과 비견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덕분에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적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으며, 간혹 커다란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곤 한다.  일종의 역기능인 셈이다.

 

영화 <디스커넥트>, 바로 디지털 세상의 역기능으로부터 비롯된 우리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담고 있다.  수많은 부작용 중 정확히 세 개만을 추려 이를 각각의 에피소드로 엮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방송국 리포터인 니나 던행(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영상채팅을 통해 자신에게 접근, 돈을 입금해주는 조건으로 음란한 행위를 보여주겠노라는 한 미성년 남성을 접한다.  무언가 특종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한 그녀, 그에게 계속해서 떡밥을 던지며 환심을 사는데 성공, 실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갖게 되고 그가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와 배후의 조직에 대해 뒤를 캐기 시작한다.

 

 

아이를 잃은 부부, 그의 후유증으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한다.  다정다감했던 남편 데릴(알렉산더 스타스가드 분)은 자꾸만 아내 신디(폴라 패튼 분)를 멀리하고, 아이를 잃은 고통과 남편의 태도 변화 그리고 지옥으로 변한 일상의 탈출을 위해 신디는 온라인 채팅이란 도구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대화를 통해 그간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배출해내고, 또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상대방에게 자연스레 빠져든 신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가정사까지 줄줄이 상대방에게 털어놓으며 묵은 감정을 씻고 있던 어느날 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져온다.  부부의 재산 모두가 감쪽 같이 사라져 버렸다.  확인해 보니 그녀와의 채팅 상대자가 해킹과 피싱을 통해 부부의 재산을 모두 빼돌린 것이다.

 

 

온통 음악과 자신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벤 보이드(조나 보보 분), 학교에선 당연히 왕따다.  귀엔 늘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 걸려있고, 곁에 어울려주는 친구 하나 없으니 자연스레 혼자일 테다.  그가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은 오직 SNS뿐, 자신의 음악을 올려놓거나 다른 이들의 음악에 대한 평을 써가며 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라면 취미다.  어느날 한 여학생이 그의 SNS계정에 접근, 호감을 보여온다.  물론 이는 진짜 여학생이 아닌, 같은 학교의 동년배들이 그를 골려주고자 여학생인 척하며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벤이 진지하게 반응해오자 더욱 재미를 느낀 친구들, 장난은 점차 자극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데...

 

영화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시킨다.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가며 달아오르게 하더니 절정 또한 같이 맞이한다.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묘미가 있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요즘 사람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그도 아니면 노트북을 늘 손에 쥐거나 몸에 낀 채 생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주위의 사람들 대부분이 휴대폰에 빠진 채 넋이 나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길을 걸을 때조차도 그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독 증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패턴들이다.  때문에 영화속 에피소드들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얼마든 발생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흡인력이 강하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생활상, 그 뒤론 반드시 어두운 이면들이 따라 붙는다.  감독은 그러한 측면을 부각시키고 싶었고, 그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져 보고자 했던 모양이다.  <디스커넥트>란 제목이 모든 것들을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1997년 한국영화 <접속>에선 SNS를 순수한 인연과 연인을 만드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도구로 받아들였다면, 대략 20년 가까운 시간적 간극이 있은 뒤인 2013년 <디스커넥트>에선 순수함은 사라진 채 잘못 이용시 우리의 삶마저도 180도 달라지게 할 수 있을 만큼의 교활함과 위협적 요소들만이 그득해진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인터넷과 SNS를 <디스커넥트>할 순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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