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더 파이브> 너 같으면 저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할래?

새 날 2013. 11. 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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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호순,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무려 7명의 부녀자를 차례로 납치, 연쇄 살해했던 끔찍한 살인마다.  당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연쇄살인마라고 하기엔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그의 용모 때문이었다.  그런 그를 우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 부른다.  호감형 외모에 좋은 매너까지 갖춘 그는 겉보기와 달리 매우 특이한 성적 취향과 그의 충족을 위해 길 가던 여성들을 유인, 잔혹하게 살해해 놓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체포되어 수사 받는 와중에도 웃음을 터뜨릴 만큼의 뻔뻔함 때문에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둘러야 했다. 

 

그보다 앞선 2004년 유영철은 무려 21명의 여성과 노인들을 망치나 칼 등의 흉기를 이용, 잔혹하게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을 지르거나 사체를 토막내 야산에 묻고, 살해한 여성들의 지문을 칼로 도려내는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의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끔찍한 살인마다.

 

 

강호순과 유영철을 합친 이상의 잔혹함을 소유한 사이코패스가 등장했다.  물론 현실이 아닌 스크린속에서다.  다행인가?  영화 <더 파이브>에서의 사이코패스는 강호순의 외모보다 훨씬 세련되고 아름답기까지하다.  모델처럼 미끈한 풍모에 예술가적 이미지까지 갖춘 그다.  아울러 잔인함으로 치자면 유영철 그를 기꺼이 능가하고도 남는다.  그야 말로 희대의 연쇄살인범이 등장한 셈이다.

 

고은아(김선아 분)는 남편과 딸 하나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녀의 직업,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다.  도미노 쌓기와 같은 이벤트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일이다.  딸 아이에게 생일선물을 줄 때조차 자신의 기술을 활용, 극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등 그녀는 생활 속에서도 주특기를 곧잘 쓰곤 한다.  물론 이런 특기가 가까운 훗날, 보다 결정적인 곳에서 쓰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누구보다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가족에게 뜻밖의 재앙이 닥친다.  어느날 한 편의점에 들른 딸 아이가 자신이 아는 언니가 어떤 남자와 함께하는 모습을 발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그 남자(온주완 분)를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언니의 안부를 묻게 된다.  악마와의 연이 닿는 찰나다. 

 

그 언니라는 인물은 이미 그 정체모를 남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뒤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그 남자,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딸아이를 가만둘 리 만무하다.  엄마인 고은아와 딸이 함께 타고 온 자동차 번호를 기억해내고 그날밤 집을 찾아 온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은아는 생명을 건졌고, 하반신 불구가 되어 전동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삶을 이어가야 했다.  단란했던 자신의 일상을 평지풍파낸 범인을 잡아 죽이겠다는 일념만이 오로지 삶의 목표가 된 그녀다.  희귀 혈액형을 가진 그녀, 이후 완벽한 복수를 위해 자신의 혈액형을 매개로 모두 4명의 조력자를 모집한다.  본인까지 포함 다섯 명은 서로 다른 꿈을 꾸며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약할 완벽한 조합을 갖춘 셈이다.  이후 잔혹한 사이코패스를 쫓기 시작하는데...

 

우선 이 영화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이고, 그 원작자 본인이 감독을 맡았단다.  물론 해당 웹툰을 전혀 본 적이 없는 난 그와의 비교는 불가한 상황이다.  아울러 웹툰과 영화의 주변 배경에 대해서도 아는 바 전혀 없다.  그저 해당 영화 감상만으로 써내려가는 포스팅이란 점,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선 참고해 주기 바란다.

 

우선 사이코패스를 다룬 영화이기에 일부 잔혹한 장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장면이 싫다면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나을 듯싶다.  나 또한 몸을 잔뜩 긴장시켜가며 봐야 했다.  특히 고은아 가족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클로즈업해가며 수 차례 반복했던 이유는 고은아의 불타는 복수심에 대한 당위성을 실어주기 위함이었으리라.  하기사 행복했던 한 가정을 무참히 박살낸 살인범 따위에게 연민이나 동정 같은 단어는 사치일 게다.

 

 

코믹 연기자로서의 이미지가 무척 강했던 김선아 씨가 모처럼 연기 변신을 꾀했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선 자못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다만 자신의 가족을 잃은 아픔과 범인에 대한 복수심을 머리로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건 전과 이후 그녀의 180도 돌변한 모습의 연결고리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그에 대한 장치를 잔혹하게 살해되는 가족들의 장면으로 대신한 느낌이다.

 

 

스토리가 꽤나 탄탄했다.  미려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외모를 갖춘 예술가의 사이코패스적 이면의 잔혹성은 충분히 공감을 자아낸다.  오히려 그녀가 처음에 계획했던 복수에 비해 다섯명이 함께 펼친 복수극이 다소 엉성하여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잔혹무도한 사이코패스에게 가해진 복수 치고는 너무도 미약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현실에서의 자력구제는 또 다른 범죄행위이기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건 주지의 사실이다.

 

 

서로 일면식도 없던, 느슨한 형태로 조직된 동상이몽을 꿈꾸는 다섯 명, 어차피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것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웃지 못할 행태마저 보인다.  막다른 길에 놓인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겉으로 볼 땐 평범해 보이거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각자 안타까운 사연 하나 쯤은 모두들 안고 있을 게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가 우리네 삶의 영양가의 농도를 달리해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던 와중에 들었다. 

 

만약 영화속 저 사이코패스에게 합법적으로 복수할 기회를 부여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복수할 텐가?

 

 

덧, 이 영화 역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자리를 떠선 안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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