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전교조 명단 공개' 손해배상 판결이 갖는 의미

새 날 2013. 9. 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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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조전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교조 교원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해당 명단엔 교원의 이름과 학교, 소속 단체 및 노조, 담당 과목 등이 게재되어 있었다.  무수한 논란이 오고 갔으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이와 같은 무책임한 행위는 아이들 교육을 볼모 삼아 우리 사회가 또 다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념 갈등의 광풍을 몰고온 단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조전혁 전 의원 전교조 명단 공개, 사회적 논란 야기

 

수차례 법률전문가와 상의 끝에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교육 관련 모든 정보는 투명하고 정확히 공개돼야 한다.  교원의 교원단체 활동도 교육활동의 연장이기 때문에 학부모는 알 권리와 함께 그런 활동을 권장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조전혁 전 의원이 명단을 공개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전교조는 이에 맞서 해당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였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조 전 의원에게 정보공개를 금지토록 하고 하루 3000만원의 간접강제를 명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결정에 크게 반발한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법원의 결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성명서까지 낭독해가며 집단으로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하는 몹쓸 추태를 부렸다.  김효재, 정두언, 김용태 등의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조 전 의원으로부터 전교조 명단을 넘겨받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개, 조 전 의원의 불법 행위에 동조한 것이다.  이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소속 의원들이 함께 모의하고 실행한 일종의 사법부 유린 행위였던 셈이다.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조 전 의원, 결국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이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직무를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  하지만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이 또한 각하되고 만다.  법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결정이 올바른 판결이었음을 재차 확인시켜준 셈이다.



하지만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 전 의원, 사법부를 무시한다는 의미인 것인지 아니면 하루 3000만원의 배상이 우스울 정도로 가진 재산이 많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상당 기간 홈페이지에서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않는 호기를 부린다.  2011년 11월, 전교조는 조합원 실명과 소속 학교 등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단결권과 사생활, 자기정보 관리 통제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마침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게 된다.

 

전교조 명단 공개 배상 판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원은 전교조가 조전혁 전 의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합원들에게 16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에는 조전혁 전 의원과 당시 조 전 의원의 행동에 뜻을 함께하며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 등 정치인과 동아일보사가 포함됐다.

 

전교조 가입현황을 공개한 것은 전교조와 소속 교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단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전교조의 활동이나 목적 등에 대한 일부의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해서 그 소속 교원들의 개인정보가 공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국민의 알 권리와 학습권이 우선한다는 피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판부가 판시한 내용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들이 비록 일부 학부모나 사회 일각에서 전교조 교직원들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손 쳐도 법원이 가처분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법원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공개 행위를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이에 앞서 조 전 의원에게는 전교조 명단을 공개 말라는 법원 결정을 지키지 않아 이행강제금 1억원이 떨어졌고, 전교조 교사 3400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모두 3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 판결이 내려졌었다.  때문에 조 전 의원, 그동안 배상금을 물어주느라 세비 전액을 압류당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빚마저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4584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총 4억5000여만원을 또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강한 신념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호기 내지 객기에 가까웠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호기로 인한 대가는 혹독하다 못해 참담할 지경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손해 배상 판결이 갖는 의미

 

이번 배상 판결은 법과 원칙을 늘 강조해오던 당시 집권당 한나라당과 소속 일부 의원들 그리고 조전혁 전 의원의 사법부 흔들기를 넘어 법치주의를 농단하기까지 한 오만방자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상징적인 의미애서 일종의 극약 처방을 내린 셈이다.  법을 직접 생산해내는,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우습게 여기며 벌인 무책임하면서도 후안무치의 행동에 대해 철퇴를 가한 것이다.

 

아울러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 그리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호 받을 권리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정치적인 의도의 행위보다 우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조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행동이었다며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 범주를 침해하면서까지 우선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제 아무리 국회의원이고 자신의 직무 내에서 빚은 행위라 하더라도 개인정보 공개를 금지하는 근본적인 취지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조 전 의원이라고 하여 다를쏘냐.

 

조전혁 전 의원, 재정 든든한 한나라당이라는 뒷배경을 너무 의식했던 걸까, 그도 아니면 국회의원이란 우월적 지위 남용?  자신의 신념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자신들이 늘 주장해왔던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의 신념 어린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싶다.  아울러 나무를 오르기 전에 먼저 오를 수 있는 나무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그가 이번 판결로 가뜩이나 빚에 쪼들리는 상황에서 자칫 파산이라도 신청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989년 5월 28일 교육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익을 적극 옹호하고 민주교육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국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등의 교직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노동조합은 여전히 보호 받아야 할 약자적 지위에 놓여 있다.  때문에 이번 전교조 명단 공개 배상 판결이 갖는 또 다른 의미 중 하나는 조 전 의원 등의 전교조 명단 공개 행위가 보호받아 마땅할 노동조합에 대한 지나친 간섭 행위였음을 공식 인증했다는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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