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올림픽 유치 위해 방사능 감추는 일본, 믿을 수 있나

새 날 2013. 9. 2. 08:10
반응형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라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수수방관하듯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오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물론 거기엔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 추이

 

지난 28일 일본의 아베 총리가 카타르 방문 도중 기자회견을 열어 "후쿠시마 사고는 도쿄전력에만 맡기지 않고 오염수 대책을 포함해 국가가 긴장감을 갖고 확실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방사능 오염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바다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상 저장탱크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누수에 대해서도 "정부가 책임지고 전력 대응하겠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등으로 구성된 대책추진회의는 오염수 처리 설비 증설, 재정 투입 등을 아우르는 방사능 오염수 대책을 1주일 이내에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도쿄전력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4곳에서 시간당 70에서 1,800 밀리시버트(m㏜)에 해당하는 고방사선량이 검출되어 오염수의 추가 유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언급된 1,800 밀리시버트라는 방사선량은 사람이 이에 4시간 이상 노출될 시 바로 사망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이렇듯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나날이 심각해져가고 있는 사태 속에서 일본 정부가 현재 거론 중인 방사능 오염수 대책, 과연 이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이며, 안타깝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은 결국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 올림픽 유치 때문에 방사능 오염수 심의 연기?

 

이런 와중에 일본 의회가 도쿄의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한 심의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이후로 늦추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은 지난달 30일 간사 간담회를 열어 일본 정부가 다음주 내놓을 대책을 지켜본 뒤 오염수 심의 일정을 재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IOC는 일본 올림픽 유치위원회 측에 원전 방사능 오염수 누출 문제와 관련해 안전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으며, 이번 심의는 이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누출 문제 심의 연기는 올림픽이라는 초대형 이벤트 행사 유치에 자칫 찬물을 끼얹게 될지도 모를 방사능 오염 사태를 일단 수면 아래로 은폐해 놓겠다는 속내로 비춰진다.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는 오는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제125차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동안 일본 도쿄는 올림픽 개최의 성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전력을 쏟아부으며 심혈을 기울여 왔고, 때문에 경쟁 도시들 중 현재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베 총리 또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IOC 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사능 오염 문제는 이렇듯 심혈을 기울여온 국가 행사에 있어 자칫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판단이 선 듯싶다.  결국 방사능 오염에 대한 해결은 뒷전인 채 일본 정부의 모든 역량을 2020년 올림픽 개최라는 목표, 오로지 한 곳에만 집중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도쿄가 방사능 오염에 대한 진실은 숨긴 채 꼼수를 부려가며 결국 올림픽 개최에 성공을 거두게 되더라도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부각된다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무수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힘들게 유치에 성공한 올림픽의 개최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일본 방사능 오염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일본 방사능 오염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발 방사능 공포는 방사능 괴담이란 용어를 탄생시켰고, 또 정부가 직접 나서 이를 처벌할 것이란 엄포 속에서 이에 대한 공포감만 더욱 확산돼가고 있는 추세인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정의당과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이 지난달 29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일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 결과가 자못 놀랍다.

 

 

응답자 중 무려 96.6%에 해당하는 이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일본산 수입식품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매우 불안하다"가 69.2%, "불안한 편이다"는 27.4%를 기록했고 "안전하다"는 응답은 고작 1.2%에 불과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6.6%가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의 유출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안전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본산 수입 식품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응답이 93.1%에 달했으며, "적절하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본, 우리 정부의 독자 대응 필요

 

한편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 방사능 오염 관련 자료에 대해 일본 정부의 답변을 요청하였으나 10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어 이를 기다리느라 적절한 후속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노라는, 무척이나 황당하고 답답했던 사연이 얼마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그중 일부가 최근 일본 정부로부터 회신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관계기관에서 이를 숙지하는 데에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나머지 자료 또한 아직 받지 못했기에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정부가 그에 따른 후속대책까지 내놓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이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우리 정부, 기다림에 지쳐 자칫 눈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방사능 오염에 무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을 우리 국민들은?

 

올림픽 개최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위험 요소마저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드는 일본, 과연 이들이 보내온 자료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본질 숨기기 행태만으로도 일본 정부를 믿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일본은 이제껏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 또한 숨기기에 급급해오다 더욱 확산, 도저히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이를 실토한 바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최근 일본 방사능 관련 소식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보다 심각한 내용으로 시시각각 업데이트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일본 정부의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순전히 올림픽 유치를 의식한 행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듯 믿을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정부, 답답하다 못해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오를 정도이다.  일본발 방사능 오염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공포감을 심어줬는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 신뢰라곤 털끝 만큼도 느낄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표정 따위는 살필 필요 없이 우리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일본 방사능 오염 대책에 대해 이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는 국민 다수의 여론이 확인됐다.  무언가 꿍꿍이 속내를 내비치며 늘 뒤가 구린 느낌의 일본 정부 또한 믿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우선하여 담보할 수 있는 일본산 식품 수입 정책을 통해 불안에 떨고 있을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특히 국민 모두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시의적절한 대책이 나와 먹거리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 등과 같은 보다 강력한 조처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