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과도한 색깔론과 이념갈등, 우리사회 방향을 잃다

새 날 2013. 9.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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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예상했던대로 더욱 확산돼가며 극단의 형태로 치닫고 있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보수와 진보 양 진영간의 이념 갈등을 중재하고 제어할 만 한 중간계층의 주체가 존재하지 않아 당분간 이와 같은 행태가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기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나친 이념 갈등, 커져가는 적개심

 

이미 인터넷 상에선 이념 논쟁이 불을 뿜으며 한껏 달아오른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균형추는 벌써부터 한 곳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채 쏠림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돼가고 있습니다.  그의 결과는 바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위치한, 통진당을 향한 보수세력들의 집단린치와 백색테러의 양상으로 발현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앞에서 개최된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경남도지부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규탄 대회"에서는 급기야 이석기 의원 모양의 허수아비 목을 전기톱으로 잘라내는 혐오 퍼포먼스마저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과 이정희 대표의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전기톱으로 목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잘린 부위에서는 마치 피인 양 붉은색의 색소가 흘러나오게 하여 혐오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또한 잘라낸 허수아비의 머리 모형을 통진당 측에 전달하려 시도하였으나 경찰의 제지를 받자 이들은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발로 짓밟는 매우 난폭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의 이날 행사엔 LPG 가스통 2개가 등장, 통진당에 대한 무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듯하여 섬찟한 느낌을 받게 하였습니다.  적개심의 대상이 비단 통진당뿐이겠습니까?  겉으론 무척 안정된 듯해 보이는 우리 사회, 하지만 이렇듯 이념 갈등에 의해 어느 한 순간에라도 균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개최된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촛불집회에선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두 명이 집회 참가자에게 총기를 들이대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얘기하면 총을 쏘겠다"며 위협한 일도 있었습니다.  통진당 사태 이후 보수와 진보 양 진영 간엔 어느덧 절대 씻어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적개심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갈등 불거지는 진보진영, 색깔론 공세 퍼붓는 보수진영

 

한편 진보진영은 미리 써놓은 각본에 따른 움직임처럼 심각한 내분에 휩싸여가고 있었습니다.  애초 국정원과 집권 여당의 여러 노림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그림이었을 것이라는 것 쯤은 이제 누구나 짐작 가능한 일입니다.  그 만큼 이번 통진당 사태가 우리 사회에 불러온 파장이 엄중하다는 방증입니다.



진보진영, 통진당 사태의 유탄이 튈까봐 전전긍긍해하며 향후 방향을 모색해 보았겠지만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자 결국 그들과 선 긋기에 나선 듯합니다.  제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쪽은 민주당이었습니다.  한 쪽에선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희석되어선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다른 한 쪽에선 통진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나서고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일환인 것입니다.  작금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의당 또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처리에 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및 의원단 긴급 연석회의에서 "대한민국이 민주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검토하겠다"며 직접 밝히고 나선 것입니다.

 

이렇듯 진보진영조차 발빠르게 통진당으로부터의 선 긋기와 발 빼기에 나서게 되자 통진당은 사실상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이정희 대표가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여타 당직자들이 혐의에 대한 적극적인 반론과 극구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쳐 보입니다.  통진당의 운명은 결국 국정원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해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을 것이라 예측되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앞에선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뒤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을 새누리당, 올커니 때는 바야흐로 지금이다 싶은 모양입니다.  색깔론을 이용한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통진당 사태로 인해 우왕좌왕하며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의 진보진영에게 회심의 한 방을 먹여 완전히 그로키 상태로 뻗게 만들 속셈인 듯 보여집니다.  

 

역시나 통진당에 대한 공세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눈치입니다.  통진당의 내란음모 사태를 연결고리 삼아 민주당에까지 전선을 확대, 색깔론을 덧씌우며 본격적인 대야 정치 공세에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것입니다.  타겟은 명확해졌습니다.  우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세력에 대한 공세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습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입성이 결국 야권연대 때문이며, 참여정부 원죄론을 들먹이면서 당시 민정수석을 지냈던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입니다.  3일엔 급기야 문재인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본격적인 정치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뻔합니다.  힘 빠진 진보진영에게 종북딱지와 색깔론을 덧씌워 남은 힘마저 모두 소진, 이참에 야권을 아예 궤멸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노란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 안정 위협하는 색깔론 공세 중단해야

 

아직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의 혐의가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회가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이제 사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차분히 이를 지켜보면 될 것이며, 만에 하나 그들이 지은 죄가 있다면 정해진 법의 틀 안에서 처벌 받도록 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이제 보다 차분하고 냉정한 시각이 요구될 때입니다.  이석기 의원의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통진당 전체를 싸잡아 종북집단이라 매도해서는 곤란합니다.  진보진영이 종북 프레임에 갇힐 우려 때문에 통진당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국정원과 집권당의 술수에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통진당에 가해지는 우리 사회 전체의 뭇매로 볼 때 또 다른 형태의 매카시즘을 보는 느낌이라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바램대로 중간지대 없이 양 극단의 이념으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는, 이념의 극단시대로 접어들었는지 모릅니다.  이 또한 정치적 이득을 노린 세력의 음모에 의해 모두가 이용 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우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종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반 강제적으로 또는 스스로 사상 검증이란 절차를 통해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도한 이념 갈등 앞에선 어떠한 형태의 이성도 통하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은 바로 색깔론이 총체적인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색깔론을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국민과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공당이라면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작금의 매카시 광풍을 차단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입니다.  언론들 또한 올바른 기사를 쓰고,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진실을 보도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추측성 내지 단정짓는 듯한 소설과 같은 허위 기사들을 남발하지 말고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백색테러와 폭력행위 그리고 혐오 퍼포먼스와 같은 일련의 행태는 또 다른 폭력과 유사한 행동양식만을 잉태할 뿐이며, 우리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최초 던진 부메랑이 다시 돌아와 결국 자신의 목을 겨누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제 이와 같은 혼돈의 상황에서 모두가 자중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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