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한국 교과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다"

새 날 2013. 9. 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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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n text lauds Japan colonial rule.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스의 4일자 기사 제목이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 심의를 통과하고 공개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해당 교과서가 친일파와 독재정권에 대한 미화를 비롯, 각종 표절 의혹과 날림 제작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로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보수 진보 양 진영간의 논쟁 또한 격하게 오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미 알려진 친일행적과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미화 등의 내용 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점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일까?  우선 각종 표절 의혹과 날림 제작에 대한 내용은 경향신문의 이미지를 참고해보자.

 

ⓒ경향신문

 

표절 의혹은 크게 대안교과서와 인터넷의 위키피디아, 포털 등으로 압축되어지며, 여기에 사소한 오류의 반복과 동일 사안의 용어, 시기가 맞지 않는 등 날림 제작 문제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자못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헌법 전문 내용까지 바뀌어있기 때문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제헌 헌법 전문을 소개한 256쪽을 보면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단다.  하지만 실제론 '임시정부의 법통'이 아닌 '위대한 독립정신'의 계승이다. 

 

1922년 조선 총독부는 2차 조선 교육령을 발표하는데, 그 내용엔 조선인에게 일본어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당시는 일제가 우리 말과 글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돼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학사의 교과서에는 한국인에게 한국어 교육을 필수화했다고 기술하고 있단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기술을....  이쯤되면 보통 심각한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렇듯 각종 표절과 오류 투성이 그리고 날림으로 제작된 해당 교과서가 어떻게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들의 능력 부족 탓?  과연 그럴까?

 

해당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뉴라이트 계열과 한국교총 등의 보수단체에서는 교과서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다양한 역사관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아울러 역사 교과서는 이념적 대립의 대상이 아니란다.  백번 맞는 말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다양성 존중이 생명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또 다른 목소리를 경청해주는 일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교과서에 대한 일본의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교과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다'는 식의 도발적 기사 제목과 내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말이다. 

 

일본의 강점기 동안 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산업화가 진행됐으며, 결국 자신들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초한 교과서 내용을 기술하며, 일본은 무척이나 고무된 듯한 분위기다.  우린 이를 그저 웃으며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백번 양보하여 교학사 교과서를 다양한 역사관적 측면에서 또 다른 사관의 하나로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일본에서의 민감한 반응을 볼 때 과연 우리 아이들이 일선 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통해 한국사를 배워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요새 유행하는 광고의 톤으로, 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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