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진보진영의 새로운 변화 모색, 기대해도 될까?

새 날 2013. 7. 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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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을 치른 이후 지리멸렬해 보이기만 하던 야권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는 3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온 10월 재보선을 다분히 의식한 전열 가다듬기의 일환으로 보여지긴 합니다.  그 선두엔 안철수 의원이 위치해 있고,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 최근 이 변화의 물결에 합류하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진보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민주주의

 

이들의 변화를 꾀하는 모습 속에선 몇가지 공통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점 내지 정체성을 하나의 용어에 담아내었다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아울러 이에 발맞춰 당명 변경과 새 당대표의 선출과 같은 이벤트들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지향점 "진보적 자유주의"가 지난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과 동시에 가장 먼저 선을 보인 바 있고, 통합진보당 또한 "진보적 민주주의"란 구호를 내걸며 새출발을 다짐하고 나섰습니다.  진보정의당의 경우 새 당 대표를 뽑는 당원 투표가 현재 진행중에 있으며, 21일 그에 따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 대표 후보로는 천호선 최고위원 홀로 단독출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당명 개정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안철수의 진보적 자유주의란 "민주와 반민주, 냉전수구세력과 친북세력 등의 이분법적 관점을 탈피한 이념으로서의 자유주의를 의미하며, 자유 향유의 평등한 권리에 바탕해 정부와 법의 영역을 제한하고, 결사의 자유에 바탕한 시민사회를 강조하는 것"이란 자체 의미의 해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지향점인 진보적 민주주의 또한 큰 틀에서 "자주 민주 평등 평화통일의 길"이란 의미가 선 부여되었으며, 보다 자세한 설명은 차후 열릴 정책당대회에서 결의문 채택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란한 정치 구호

 

안철수 의원의 진보적 자유주의 표명 이후 평론가, 학자 등 정치 전문가를 표방하는 이들의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통합진보당의 지향점인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보다 상세한 실체가 드러나게 되면 이에 대한 해석 또한 분분할 것입니다. 



실제로 진보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민주주의란 한 끗 차이의 용어가 함의하는 내용은 크게 다를 수 있으며, 학자들의 입장에선 심오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매우 커다란 간극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리고 보다 솔직히 표현해 보자면 그저 언어 유희로만 비쳐질 뿐입니다.  자신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이념화 용도로 사용하는 데엔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대중들의 시각에선 오히려 가뜩이나 어렵고 따분하게 와닿는 정치란 녀석이 더욱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빌려보자면 대중들의 정치 혐오증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 속에서 진정성 보여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보정치는 국민의 기대만큼 준비되지 못했다.  과거의 낡은 사고틀에 갇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  진보정치인 가운데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받았던 한 사람으로서 진보정치 혁신에 실패한 책임을 통감한다. 

 

그동안 진보정당이 보여온 한계와 진보정치 혁신 실패를 자인하며 통렬한 자기반성을 한 것입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또한 지난달 1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을 차지하며 원내에 처음 진출한 뒤 진보정치가 기득권화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나 내부의 민주주의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등 여러 알력관계를 노출하면서 국민들의 신망을 잃었다.  아울러 진보정당이 지난 10년간 국민들에게 편협한 진보 진영의 시각을 강요해 왔다.  국민들의 지적에 대해 받아들이기보다는 국민이 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한 측면이 꽤 있다.  국민들을 내부 패권경쟁의 먹잇감으로 여겼고 그래서 국민들이 싸늘해졌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진보진영에 대한 격한 자아 비판과 자책 그리고 반성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 진보진영은 스스로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대중들로부터 외면받는 정치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입니다.  그곳에 답이 있는 듯합니다.  때문에 요란한 구호 경쟁보다는 대중들 피부에 실질적으로 와닿는, 진정성 있는 정치를 선보이는 것이 정답인 것입니다.

 

이제 새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새내기 정치인 안철수 그리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진보진영의 변화 모색, 서로 다른 듯 닮은 그들,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며 앞으로 국민들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시 서게될지 자못 기대됩니다.

 

결국 요란한 구호로만 그치며 찻잔 속 미풍으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진정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며 국민들 마음을 훔칠지, 당파를 떠나 변화를 모색하며 활로를 찾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들 모두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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