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남북 실무회담 타결, 남북관계 개선 마중물 돼야

새 날 2013. 7. 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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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타결이 이뤄졌지만 예측됐던대로 회담과정은 험난했다.  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남북 당국은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수 차례 회의를 거듭하였고, 결국 하루를 넘긴 7일 새벽에야 극적인 타결을 이룰 수 있었다.  회의시작 16시간만이며, 총 12차례의 접촉 끝에 이뤄진 극적인 타결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가능성의 불씨는 일단 살린 셈이다. 

 

우리 정부는 협상 내내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 문제에 대한 북측의 분명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였고, 북한은 우리 정부가 요구한 개성공단사태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 없이 "개성공단 장마철 피해 대책과 관련, 기업들의 설비점검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해 나가자"고 제의해왔다. 

 

아울러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조속한 반출 문제를 우선 협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해서도 북한은 완제품 반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재가동을 염두에 둬야 하기에 불필요한 반출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서로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하지만 회담 막판에 북측이 우리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며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수 있었다.

 

앞서 청와대에선 북한이 이번 회담 제의에 응해온 것을 놓고 순리라며 자평하는 분위기였다.  북한의 태도변화는 당연한 수순밟기이며, 박 대통령의 원칙을 고수한 전략이 마침내 통하고 있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너 까짓 것들이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겠어?"라는 식의 득의양양함마저 묻어나온다. 



과연 그럴까.  북한이 우리의 실무회담 제의에 응해왔고 다행히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지만, 만일 북한이 거부 의사라도 밝혀왔더라면 정부는 발등의 불인 개성공단 문제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을까.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긴 한 걸까.  이번 회담 제안 또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 의해 지난 3일 있었던 시설 이전 등의 폭탄선언에 의해 마지못해 이뤄진 일이다.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도 눈 하나 꿈쩍 않던 정부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이제껏 정부가 보여온 북한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놓고 볼 때 북한이 태도를 바꿔 굽신거리며 들어오지 않는 한 마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태세다.  지난달 20일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의 애타는 방북 허용과 중대 조치를 예고한 최후통첩 기자회견마저도 정부는 보기 좋게 묵살한 채 벼랑 끝 전술로만 일관해왔다.  최악의 경우 이들의 희생마저도 염두에 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실로 어렵게 마련된 자리다.  외양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이 폐쇄되었고 때문에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는 듯하지만,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보여온 원칙론적이며 고압적인 태도로 비쳐볼 때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전혀 없노라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간 북한의 예측 불가한 돌출행동은 북한 피로감을 증폭시켜 왔으며, 특히 이유야 어떻든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조치는 이러한 돌출행동에 결정적 한 방이 된 셈이다.  이는 북한의 무리수임에 틀림 없다.  때문에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을 북측으로부터 받아내야 함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또한 강약과 경중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이후 북측과의 계속되는 접촉과 회담에 임할 시 너무 단단함은 오히려 부러지기 쉽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했으면 한다.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이후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 와야 우리도 그에 대해 화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과 북 모두 강 대 강 모드로의 접근 방식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실리와 유연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다시 소통의 기회를 맞이한 남과 북, 경색되었던 남북관계 개선에 개성공단이 마중물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쪼록 힘들게 마련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북측의 합리적이며 유연한 판단과 행동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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