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바비큐파티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불러온다?

새 날 2013. 7. 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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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정말 기발한(?) 발상인 듯싶다.  정부가 지난 4일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시공원 안에 바비큐 시설 설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적합지역은 근린, 수변, 체육공원 등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남산체육공원이나 한강 둔치 같은 곳에서도 삼겹살 구워먹는 일이 가능해질 듯싶다.  현재는 관련법상 도시공원 안에 바비큐 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별도 지정된 캠핑장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한국경제

 

생각만 해도 참으로 근사하며 두근거리는 일임에 틀림 없다.  시원하게 탁 트인 경관 좋은 멋진 한강 둔치에 둘러앉아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오손도손 사이좋게 삼겹살 파티를 벌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꿈만 같은 일인가.  맑은 초록빛의 잔디밭이 쫘악 깔린 한강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누구나 가끔 이와 비슷한 상황 연출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이는 틀림없는 거짓일 테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아웃도어와 캠핑 문화엔 바비큐 파티가 으레 포함되어지고 빠지면 왠지 섭섭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여름철 시즌 한창 때의 바닷가나 기타 텐트들이 즐비한 행락지를 지나칠 때면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삼겹살 냄새가 우리의 콧속을 후벼파며 후각신경을 자극해 온다.  언젠가부터 한국사회에선 야영 뿐 아니라 단순 야유회에서조차 바비큐 파티는 늘상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로 확고히 자리잡은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비큐 파티와 정부가 내세운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과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싶은 거다.  물론 시민들의 여가 활용도를 높이고 레저산업의 활성화 측면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 덧붙여지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러한 논거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억지 논리 때문에 나비효과 이론이 떠오른다.  공원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 과연 여가 활용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레저산업마저 활성화된다는 얘기일까.  



오히려 그 반대 상황 아닐까?  지금의 한강 주변 공원이 인기있는 이유를 곰곰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그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취사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지 싶다.  평소엔 생각할 기회가 없어 잊고 지내왔지만, 취사 금지로 인해 우리가 누릴 수 있던 혜택은 상당했다. 

 

바비큐 파티를 반대하는 몇 가지 이유

 

한강공원 주변은 자전거도로와 산책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를 이용한다.  특히 근래엔 외국인들 또한 눈에 많이 띈다.  그 만큼 쾌적하게 잘 가꿔져 있다는 방증일 테다.  외국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선진국에서조차 한강처럼 잘 가꿔진 자전거도로나 산책도로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떳떳하게 내보일 수 있는 자랑스런 환경 중 하나다.

 

그런데 만일 이렇듯 아름답게 잘 가꿔져 시민들과 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에서 바비큐 조리가 허락되어 사방에서 냄새를 풍겨오며 기름칠을 해댄다면 과연 지금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절대 그럴 일 없다.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은 그야 말로 좋은 추억거리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추억 장만을 위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여가 활용과 레저산업 활성화는 커녕 자주 찾던 발걸음마저 이 때문에 오히려 뚝 끊길 판이다.  생각해 보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쾌적한 환경에서 달리던 자전거족들이 강바람 대신 역겨운 고기냄새 진동하는 자전거도로를 달려야 한다면 자주 이용하려 들겠는가.  가족 단위로 그늘막 텐트 쳐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옆에선 삼겹살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면 편안한 휴식이란 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말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놓여져있는 상태가 가장 아름답고 보기 좋아 또 찾게 된다.  지금의 한강 주변이 인기있는 이유 또한 바로 그러한 점과 일맥상통하리라.  인간의 또 다른 탐욕이 애써 가꿔놓은 깨끗한 환경을 없애는 일 다신 없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의 덜 여문 시민의식 때문에라도 이런 문화는 여전히 시기상조인 듯싶다.  급속한 성장으로 경제 볼륨은 이미 선진국에 육박하고 있으나 우리의 시민의식은 제자리인 듯하여 마치 몸뚱아리는 분명 성인인데 하는 짓은 영락 없는 5살 아이와 진배없는 행동 양식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바비큐 파티가 끝난 뒤의 모습, 과연 모두가 눈살 찌푸리지 않을 만큼 그 전처럼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을까?   

 

애써 자리잡아 모두가 익숙해진 공원내 취사금지 행위를 정부가 굳이 깨려 하는 이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수보다는 다수가 만족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공원 내에서의 취사 금지는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결국 이 정책 또한 탁상공론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춘 듯하여 씁쓸하다. 

 

한편으론 정부가 혹여 공원에서의 삼겹살 파티를 창조경제의 한 사례로 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믄득 스친다.  물론 기우에 그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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