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정희 특별전 참가 독려, 유신부활을 꿈꾼다?

새 날 2013. 7. 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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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예고에 없던 단축수업을 알리는 담임선생님의 달콤한 말씀에 취해 우린 영문도 모른 채 교실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가행사에 동원되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는 매우 단순 명료했다.  대통령의 귀국길, 연도에 서 있다가 대통령 탑승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 나눠준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어주면 그만이었다. 

 

수 차례의 참석 경험이 있다.  주로 대통령의 출국이나 귀국길 내지 외국 원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동원되었었던 것 같다.  당시엔 수업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들떠 있었던 터이기에 우리가 왜 동원돼야 했는지와 같은 가치 판단이 들어설 여지 따위 물론 전혀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특별전 학생 동원 독려 논란

 

어느덧 한 세기를 훌쩍 건너뛰어 21세기에 접어들었다.  그것도 벌써 13년이란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첨단을 달리는 시기에 마치 20세기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일까.

 

지난 1일 전국 1만 2000여 개의 초 중 고교엔 일제히 "박정희 대통령 특별전"에 학생들 참여를 독려해달라는 공문이 전달되었단다.  청남대관리사무소가 보낸 공문인데, 이에는 "박정희 대통령 주간행사를 개최 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당시 사진 50여 점, 도서 20여 점, 유품 10여 점 등을 전시하고 있어 교육의 장으로서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오마이뉴스

 

과거에도 이처럼 대통령 특별전을 개최한 적이 있지만, 전국 학교에 학생들 참여 독려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란다.  과연 청남대 단독으로 벌인 일일까?  물론 이번 기회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충정 어린 마음에서 청남대 스스로 행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와 같은 윗선의 지시에 의한 행동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이런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아마도 박정희 유신정권시대나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볼 수 있음직한 황당한 발상임엔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다분히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한 칭송 행위에 아이들을 동원하겠다는 취지로 읽혀져 유신시대로의 회귀란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인 것만은 아닌 듯싶다.  스스로 의도했든 윗선의 지시에 의했든 말이다.



유신의 흔적은 곳곳에

 

이와 비슷한 사례들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박정희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 주변을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서울 중구청의 계획이 발표되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신당동 가옥은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킬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서 2017년까지 신당동의 해당 가옥 일대 3600㎡를 기념공원으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예산으로 책정된 300억원 대부분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돼야 하고,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 이미 설립되어 있어 또 하나의 혈세 낭비라는 논란을 빚은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과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우상화 작업이란 비아냥 또한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중구청의 사업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6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서울 중구청에서 신당동 옛 사저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노라는 의지를 밝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마을운동의 활성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뉴새마을운동 내지 제2 새마을운동이란 새로운 명칭과 함께 새마을운동 정신 계승을 잇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2 새마을운동 추진방안이 최근 안행부와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의 주도 하에 각각 국정기획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교통부 : 도심 재생사업

산업부 : 지역 연고 자원의 산업화 등 추진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집중

안전행정부 : 지역상생협의체 신설, 지역발전협의회(가칭 새마을운동본부)를 구성해 세부 실천전략의 수립 및 추진·점검

 

이밖에 새마을중앙회 등이 주도하는 민간 차원에서의 새마을운동 계승 주장 또한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며 실제 활성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신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아이들에게 박정희 대통령 특별전을 관람케 유도하거나 독려하는 것은 일종의 박정희 대통령 우상화 작업이다.  서울 중구청에서의 박정희 기념공원 논란과 궤를 같이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에서 비롯되었든 그렇지 않든 분명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만큼은 어른들의 치졸한 공작에 이용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한편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는 농촌주택 개량사업이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약 100만동의 농가지붕이 슬레이트로 바뀌었다.  그러나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안타까운 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철거는 자격증을 갖춘 전문 처리기사만이 할 수 있어 이도 저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고스란히 석면의 공포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라는 점이다.  전형적인 유신 개발독재의 폐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 국면에서 보여준 언론들의 축소 은폐 왜곡 보도 또한 7,80년대의 언론 장악과 이를 통해 이뤄진 언론 통제의 모습과 흡사하다.  우린 최근의 공중파방송의 메인뉴스를 보며 80년대의 전땡뉴스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 칼집 속에 고이 가둬놓은 유신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 주변을 배회하는 듯하여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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